“日, 자살예방 ‘개인 맞춤 대책-게이트키퍼’로 자살률 줄였다”

유성열기자

입력 2016-11-28 03:00 수정 2016-11-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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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보험재단, 자살예방 세미나

세로토닌 분야의 세계적 석학 아리타 히데오 교수가 25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자살예방사업 세미나에 참석해 발표를 하고 있다. 아리타 교수는 1996년부터 일본 도호대 의학부 교수로 재직하며 ‘세로토닌 결핍 뇌’ ‘아침 5분간의 뇌 속 세로토닌 트레이닝’ ‘신과 뇌’ 등의 저서를 출간했고, 우울증이나 만성피로 등으로 약화된 세로토닌 신경을 활성화하는 생활습관을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제공
 지난해 한국의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26.5명.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평균(12명)의 2배 정도에 이르며 10년 이상 OECD 1위를 기록하고 있다. 20, 30대 사망 원인 1위는 자살이며 40, 50대에서도 자살은 사망 원인 2위다.

 자살률은 삶의 질을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지표다. 국가와 사회가 국민 삶의 질을 높이려면 자살률을 낮추는 정책과 운동을 효과적으로 펼쳐야 한다. 이에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과 한국자살예방협회는 25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자살예방사업 세미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행복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세로토닌 분야의 석학 아리타 히데오 일본 도호대 의학부 교수(68)를 비롯한 전문가들이 참여해 다양한 사례를 공유하고 토론했다.


○ 자살대책법까지 통과시킨 일본

 이날 아리타 교수는 자살과 세로토닌의 연계성, 일본의 자살 예방 노력 등을 소개했다. 일본은 2001년까지만 해도 한국보다 자살률이 높았다. 2000년대 들어서는 우울증 인구가 대폭 늘어 2008년 100만 명을 넘었다. 아리타 교수는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너무 많이 쓰면 세로토닌 결핍을 일으켜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2012년을 기점으로 정부 차원의 강력한 자살예방 정책이 성공을 거두면서 자살률이 점차 감소하고 있다. 2005년부터 19개 병원에 ‘자살예방종합대책센터’를 설치하고 △자살예방 정보 제공 △자살예방 네트워크 구축 및 지원 △잠재적 자살 위험군과 생존자 대상 상담 및 교육 △관련 학술 연구 및 설문조사 등 중추 역할을 맡기고 있다.

 특히 일본 의회는 2006년 ‘누구도 자살로 내몰리지 않는 사회 실현’을 목표로 자살대책기본법도 통과시키고, 지방자치단체별로 자살예방 대책을 의무적으로 만들도록 했다.

 일본 정부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전국 각지의 자살자들에 대한 정보를 축적하고 개인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대책도 마련하고 있다. “잘 주무셨어요?”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수면 캠페인처럼 정부 주도의 대국민 자살예방 캠페인도 진행된다.

 자살을 예방하는 ‘게이트키퍼’를 육성하고 교육하는 캠페인도 있다. 게이트키퍼란 자살위험 대상자가 치료를 받도록 하거나 자살 기도를 하지 않게 관리하는 사람이다. 일본 정부는 가족들이 이 역할을 하도록 교육함으로써 자살 징후를 발견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했다.

 아리타 교수는 “정부가 주축이 된 강력한 정책 수립과 실행, 대국민을 대상으로 한 게이트키퍼 양성 활동은 일본 사회 전체를 움직이며 자살률 감소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 생명의 전화부터 게이트키퍼 양성까지

 이날 세미나에서는 한국의 자살예방 노력도 소개됐다. 한국은 주로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한국자살예방협회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예방사업이 전개되고 있다.

 2011년 서울 마포대교와 한남대교를 시작으로 전국 21개 교량에 79대가 설치된 ‘SOS 생명의 전화기’가 대표적이다. 서울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 달 평균 40.9명이 한강 교량에서 투신자살을 시도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생명의 전화기에는 5년간 총 5412건의 전화가 걸려왔고, 808건의 119 출동이 이뤄지면서 투신자살 예방에 기여하고 있다.

 주로 농민들이 시도하는 농약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잠금장치가 설치된 농약안전보관함 보급 사업이 시행되고 있다. 2011년부터 총 341개 마을에 1만2100개가 보급됐으며 보관함이 전달된 마을에서는 음독자살 사건이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은 △생명존중 인성교육 프로그램 △임상미술치료 △연극심리치료 등 자아존중감과 생명윤리의식을 고취시켜 청소년 자살을 예방하는 사업도 적극 전개하고 있다. 특히 ‘내 생명 소중하게 가꾸기’는 서울시내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자살예방 프로그램이다. 올해만 총 128개 학교에서 1만6627명이 이 교육을 받았고, 인성교육 전문강사 과정을 운영해 전문강사 1663명이 배출됐다. 재단은 게이트키퍼 양성 프로그램도 마련해 2013년부터 총 24만7461명을 게이트키퍼로 양성했다.

 이시형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이사장은 “정부와 민간단체, 전문가와 주민들이 함께 공감하고 진지하게 노력한 결과 지난해에는 자살률이 감소했다”며 “자살 1등 국가 자리에서 빨리 내려오도록 지속적인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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