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독대후 ‘면세점 추가 선정’ 발표… 대통령 지시 있었나

김준일기자 , 장관석기자 , 김민 기자

입력 2016-11-25 03:00 수정 2016-11-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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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뇌물죄 입증’ 전방위 수사]
K스포츠, 롯데-SK에 지원요구 이후 면세점 4곳 추가 ‘조변석개 정책’
檢, 기재부 담당부서 집중 조사… 최경환 “면세점 외압 불가능” 반박
최순실-안종범, 변호인外 접견금지… 정유라 와도 못만나 ‘말맞추기 차단’


SK 본사 압수수색 검찰 특별수사본부 관계자들이 24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 본사를 압수수색한 뒤 압수물을 들고 나오고 있다. 검찰은 최순실 씨와 청와대가 대기업으로부터 재단 출연금 등을 받은 대가로 면세점 특허권 부여 과정에도 개입했는지를 수사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검찰이 배수진을 쳤다. 소위 정부에서 ‘가장 힘센’ 부처인 기획재정부 압수수색도 불사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수뢰 혐의를 밝혀내기 위해 대가성이 의심되는 모든 곳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고 있다.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에 참여한 기업들에 ‘기업이 반드시 피해자인 것만은 아니다’라는 신호도 강하게 보냈다.


○ 면세점 특혜 대가성 수사

 검찰이 24일 압수수색한 기재부, 관세청, 롯데그룹, SK그룹은 면세점 사업에 연관된 대상들이다. 관세청은 면세점 사업자 특허권을 쥐고 있고 기재부는 면세점 관련 정책 실무를 담당한다. 롯데와 SK 계열사인 롯데면세점과 SK네트웍스는 지난해 11월 서울에 있던 면세점 사업권을 한 곳씩 잃었고 신규 면세점 사업에서 재기를 노리고 있다.

 이날 기재부 압수수색에서는 검찰이 정책조정국에 중점을 뒀다. 이 점이 의미심장한데 관광·서비스산업 정책 등을 총괄하는 정책조정국은 면세점 정책 수립과 관련이 깊다. 검찰은 박 대통령이 면세점이 필요한 기업들을 위해 ‘새 판’을 짜 주려 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며 자료를 확보했다. 특히 정책조정국은 업무 범위가 넓기 때문에 검찰이 압수한 자료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면세점 허가 이외의 다른 사업에서도 정부의 특혜 단서가 발견될 수도 있다.

 지난해 롯데와 SK의 면세점 특허권을 박탈한 지 불과 5개월 만인 올 4월 정부는 외국인 관광 특수 등을 명목으로 면세점 4곳을 늘린다고 발표했다. 당시 정부의 발표에 조변석개(朝變夕改)가 따로 없다는 비판이 컸다.  검찰은 바로 이 과정에 박 대통령이 개입했는지 의심하고 있다. 미르·K스포츠재단은 올해 1월 SK와 롯데로부터 각각 111억 원, 45억 원을 출연 받았다. 그런데 K스포츠재단은 올 3월 SK와 롯데에 다시 80억 원과 75억 원을 추가 지원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때는 박 대통령이 최태원 SK 회장을 2월에 독대하고 신동빈 롯데 회장을 3월에 독대한 이후였다. 추가 출연은 끝내 무산됐지만 청와대가 개입해 면세점을 고리로 롯데와 SK를 집중 공략했을 가능성이 큰 대목이다.

 한편 지난해 하반기 롯데면세점 승인 현안과 관련해 롯데 최고위 임원이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와의 접촉을 시도한 롯데 자료가 수사 당시 발견됐다는 의혹에 대해 최 전 부총리는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밝혔다. 최 전 부총리는 “서울시내 면세점 특허 과정에서 롯데는 물론이고 그 어느 기업과도 접촉하거나 관여한 사실이 없다”며 “면세점 승인 절차는 엄격하고 공정해 누구도 승인에 영향력을 미칠 수 없다”고 말했다.


○ 모든 혐의 수사하겠다는 검찰

 현재 검찰은 박 대통령의 직권남용 및 뇌물죄 입증에 필요한 곳이라면 대상을 가리지 않고 모두 수사하겠다는 기세다.  전날 압수수색한 삼성그룹의 합병 건은 당시 여론이 외국계 펀드인 엘리엇이 국내 대표 기업을 장악하게 둘 수 없다며 합병을 지지한 측면이 있었다. ‘최순실 게이트’ 수사 초반에 검찰이 이들 의혹 수사에 미온적이었던 이유 중 하나는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사상누각’이라고 비난하며 폄훼하자 검찰도 강경대응으로 급선회했다.

 검찰이 연일 대기업들을 강공으로 밀어붙인 데에는 기업 관계자로부터 박 대통령의 뇌물 혐의를 뒷받침하는 진술을 확보하려는 전략이 담겨 있다. 두 재단 출연금을 놓고 대가성이 없었다고 부인하는 대기업들을 상대로 고강도 수사를 벌이면서 진실을 말하라고 경고를 보내는 것이다. 실제 삼성은 24일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검찰 소환에 크게 긴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전 장관의 진술에 따라 정부든, 삼성이든 윗선의 어디까지 수사가 미칠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한편 서울중앙지법은 24일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에 대해 ‘변호인 외 접견 금지 명령’을 결정했다. 이는 검찰이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며 법원에 요청한 것을 받아들인 것으로 최 씨는 딸 정유라 씨(20)가 면회를 와도 만날 수 없다.

 법원은 또 이날 검찰이 청구한 조원동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구속사유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최순실 게이트에서 나온 첫 영장 기각이다. 조 전 수석은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의 퇴진을 강요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김준일 jikim@donga.com·장관석·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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