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북카페]‘테러의 비극’ 어떻게 벗어날까

동정민 특파원

입력 2016-11-14 03:00 수정 2016-11-23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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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테러 현장증언 ‘바타클랑의 출구’

 프랑스 파리 11구 볼테르 대로에 위치한 바타클랑 극장. 1864년에 지어져 150년 넘게 파리 시민들의 문화 공간으로 사랑받은 이 극장이 시민들의 피로 물들지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지난해 11월 13일, 관객 1500명이 미국 록그룹 공연 도중 이슬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테러범들의 무차별 총격을 받아 89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 최악의 테러, 그 악몽을 꾼 지 정확히 1년이 지났다.

 올해 9월 프랑스에서 책 한 권이 조심스럽게 출판됐다. 당시 그 현장에 있던 생존자인 샤를 나도가 “이 책을 내는 것, 혹은 나의 생존 과정에서 부도덕한 부분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고백할 정도로,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이 사건을 다룬 책을 쓰는 건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테다.

 책 제목은 ‘바타클랑의 출구’(사진). 사건 당일 이 출구를 찾아 도망치려는 생존자의 몸부림을 뜻하는 동시에 시간이 흘러 우리 모두가 바타클랑의 비극에서 어떻게 벗어날지를 모색하는 의미도 함께 담았다.

 책의 저자는 3명이다. 이들은 10년 전 프랑스 소르본대에서 만난 30대 친구들이다. 그 3명에게 바타클랑 극장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자주 찾던 추억의 장소였다. 최악의 참사를 겪은 다음 날 오후 나도는 친구 안클레멘틴 라로크에게 문자를 보냈다. “나는 천장에 숨어 있었어. 이제 다 괜찮아.”

 파리 테러 참사의 아픔을 모를 리 없는 라로크였지만 처음에는 이 문자가 무슨 뜻인지 의아했다. 나도는 이슬람 전문가인 라로크, 정치학을 전공한 저널리스트 친구 장밥티스트 게강과 함께 이 책을 펴냈다.

 세 파트 중 첫 파트는 나도가 털어놓는 사건 당일의 생생한 회상이다. 저널리스트인 게강과의 문답 형식으로 재구성한 사건 당일의 긴박함과 아픔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13일 오후 9시 40분 ‘이글스 오브 데스 메탈’의 공연이 시작됐다. 45분쯤 지나 그들의 인기곡인 ‘키스 더 데블’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폭발음이 처음 들렸다. 화재 경보음도 울렸다. 관객들은 모두 공연의 일부분인 줄만 알았다.

 잠시 후 두 번째 사격 소리가 들렸다. 노래가 멈췄고, 가수 제시 휴스가 무대를 떠났다. 불이 꺼졌다가 다시 켜졌다. 마치 파도타기 응원을 하듯이 사람들이 하나둘씩 쓰러졌다.

 이 책은 단순히 당시 상황을 재구성할 뿐 아니라 바타클랑 테러가 발생하게 된 이슬람적인 배경과 지정학적인 현실도 학문적으로 다룬다. 마지막 파트는 평범한 프랑스 시민의 관점에서 이번 테러의 배경과 의미도 짚어본다.

 그들은 계속해서 올해 7월 86명이 사망한 니스 테러까지 이어지는 이 테러의 출구를 찾으려 애쓴다. 이슬람 급진세력의 공격, 그 속에서 잃어가는 프랑스인들의 톨레랑스를 보며 그들은 “프랑스의 민주주의와 공화정 가치가 위험에 처해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진단한다. 그들이 이 책 마지막에서 제시한 출구는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의 세 가지 이념인 자유 평등 박애였다. 평범하지만 프랑스인다운 결론이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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