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서울!/정은영]지역 자부심을 키우는 토박이 기업

정은영

입력 2016-11-12 03:00 수정 2016-11-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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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광도시 통영에는 자영업자들의 비중이 월등히 높다. 잘되는 업종에 쏠림 현상이 커서 경쟁도 치열하다. 젊은 청년들도 자기 비즈니스를 어렵지 않게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 관광도시의 장점이지만 도시를 대표하는 기업의 부재는 여러 가능성을 차단하기도 한다.

 최근 우리는 대전의 한 빵집 이야기를 책으로 펴내면서 지역의 기업 하나가 한 도시를 어떻게 변화시켜 가는지 깊이 있게 관찰할 수 있었다. 경주의 최부잣집처럼 지역의 가난한 이웃들에게 빵을 나누면서도 400여 명이 함께 일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고, 지역 청년들이 일하고 싶은 기업 브랜드 1위가 된 동네 빵집 때문에 대전을 떠나지 않는 청년들을 보면서 지역 경제와 문화의 해법은 어쩌면 지역에서 성장하는 기업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서울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통계를 보면 수도권에 속하는 경기도 일대로의 이주가 압도적이다. 온전한 탈서울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렇게 서울의 팽창과 과도한 집중을 막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일자리 때문이다. 특히 젊은이들을 수용할 기업들이 지역에 많지 않다 보니 다들 고향을 떠나 서울로 향할 수밖에 없고, 지역은 점점 활기를 잃어간다.

 40대 초반에 통영에서 출판을 시작했을 때 우리는 마을에서 최연소 부부였고, 회사는 대표인 나를 포함해 다섯 명의 인원이 함께할 뿐인데도 통영에서는 20, 30대의 청년들을 ‘다수’ 고용한, 흔치 않은 회사로 불릴 만큼 지방 소도시의 기업문화는 열악하다. 지역에서 나고 자란 재능 있는 청년들이 일할 수 있는 다양한 직군의 회사가 지역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것은 지역에서 보면 매우 큰 손실이다.

 회사를 의미하는 단어 ‘company’는 원래 ‘com(함께)’+‘pane(빵)’+‘ia(먹는 것)’를 붙인 라틴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빵을 나누어 먹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우리말로 한솥밥을 먹는 한식구라는 뜻이고 경제 공동체의 확장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무엇이 우리의 지역성을 보존하면서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구심점, 통영의 자부심이 될 수 있을까. 그런데 여기서 드는 의문 하나. 서울에서 나고 자란 내게 서울의 자랑은 무엇이었을까. 서울 독자분들에게도 묻고 싶다. 서울 시민의 자부심의 원천은 무엇인지, 거대도시 서울을 떠날 수 없게 우리를 붙들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말이다.

 답을 찾는 것은 각자의 몫이지만 내게는 마땅한 답변이 떠오르질 않는다. 아마도 그것이 우리가 서울을 떠나 통영에 살고 있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정은영
 
※필자(43)는 서울에서 광고회사, 잡지사를 거쳐 콘텐츠 기획사를 운영하다 경남 통영으로 이주해 출판사 ‘남해의봄날’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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