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北中 해양쓰레기 한국 근해 유입 과정 밝혀내

송경은기자

입력 2016-11-04 17:02 수정 2016-11-04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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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중국에서 발생한 해양쓰레기가 동해안을 따라 한국 근해로 유입된다는 사실을 국내 연구진이 밝혀냈다. 해양쓰레기가 유입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지만 그 과정을 과학적으로 밝혀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영규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해양물리연구부장팀은 조성익 해양위성센터 선임연구원팀과 공동으로 올해 8~9월 사이 북한 함경북도와 중국 연변 일대에서 발생한 해양쓰레기가 한국 동해안으로 유입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4일 밝혔다.

연구진은 9월 강원도 강릉 해역에서 발견된 해양쓰레기의 이동경로를 자체 개발한 컴퓨터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인 '해양 부유물 이동확산모델'로 분석했다. 이 결과, 강릉 일대의 쓰레기들은 8월 28일경 두만강 인근에서 바다로 유출돼 해류를 타고 남하한 사실을 알아냈다. 중국과 북한에서 발생한 쓰레기가 두만강을 거쳐 동해로 유입된 것이다.

연구진은 이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같은 기간동안 국산 해양관측 인공위성인 '천리안'으로 동해 인근의 해양 부유물의 농도를 분석했다. 천리안은 24시간 한반도 주변 해양을 감시할 수 있는 정지궤도 위성이다. 바다에 떠 있는 부유물 농도가 높을수록 흡수하는 태양빛의 양이 달라 천리안 위성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확인 결과 부유물은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동일하게 한반도 북쪽에서 동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이동하는 양상을 나타냈다. 9월 6일 강릉 앞바다의 부유물 농도는 0.7g/㎥로 평년과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2주 뒤인 14일에는 1.3g/㎥로 평년의 2배 가까이 높게 나타났다.

조 연구원은 "이번에 유입된 해양쓰레기는 올해 8월 두만강 인근에서 일어난 홍수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강물을 따라 쓰레기 등을 포함한 많은 부유물이 육지에서 바다로 유입되는데,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해류를 타고 이런 쓰레기들이 유입돼 들어온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9월 17일 강릉 일대의 해변에서는 중국에서 판매하는 부탄가스 깡통과 생수병이 다수 발견된 바 있다.

홍기훈 KIOST 원장은 "해양 부유물 이동확산모델로 천리안 위성의 영상을 분석하면 앞으로 녹조나 갈조는 물론, 해양쓰레기의 이동을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해양과 연안에서 발생하는 국제적 이슈와 관련해 과학적인 근거를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경은 기자 kyunge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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