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광막 없애고 바닥엔 모래… 자연 닮은 ‘특별한 광어양식장’

임재영

입력 2016-10-24 03:00 수정 2016-10-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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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양식업, 한국경제 새 먹거리]<5> 세계일류상품, 제주광어의 비결

▲ 사료 뿌리자 펄떡이는 ‘모살 광어’ 제주 모살 광어 양식장에서 모래 속에 숨어 있던 광어들이 사료를 뿌리자 뛰어오르며 물보라를 일으키고 있다. ‘모살’은 모래의 제주 방언. 모살 광어는 자연과 비슷한 환경에서 양식하기 때문에 육질이 탱글탱글하다.
 22일 제주 제주시 구좌읍 김녕수산 광어 양식장. 한 직원이 수조에 사료를 뿌리자 어른 팔뚝만 한 광어들이 수면을 박차고 공중으로 솟구쳤다. 보통 광어 양식장은 수조에 차광막을 씌우거나 외부에 지붕을 설치한다. 어두운 곳에서 생활하는 광어의 습성 때문이다. 그러나 이곳은 수조 위로 햇볕이 그대로 내리쬐고 있다.

 비결은 바로 ‘모살’(모래를 뜻하는 제주 방언)이다. 자세히 보니 양식장 수조 바닥에 모래가 잔뜩 깔려 있고, 그 속에 광어들이 몸을 숨기고 있었다. ‘모살 광어’다. 바람에 날려갈 위험이 있는 차광막이 없고 지하 해수를 끌어올려 수조 물을 순환시키기 때문에 최근 한반도를 덮친 태풍 ‘차바’에도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다. 강동은 김녕수산 대표(71)는 “일반 양식장에 비해 성장 속도가 1개월가량 더딘 단점이 있지만 항생제를 쓰지 않는 친환경 양식을 하기 때문에 가격은 일반 양식장보다 높다”고 말했다.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해안의 대주수산 광어 양식장에서는 10m 높이의 양식장 건물 옥상으로 해수를 끌어올린다. 이곳 조순기 관리소장(62)은 “30m에 이르는 물길을 지나면서 해수에 섞인 불순물이 자연스럽게 걸러진다”며 “전기료 부담이 조금 있지만 깨끗한 해수를 공급하는 덕에 광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고 말했다. 수조로 끌어들이는 바닷물이 호우나 태풍으로 흙탕물로 변해도 여러 번 여과해 오염물질을 걸러내기 때문에 걱정이 덜하다.


○ 청정 양식의 비결은 첨단 기술과 열정

▲ 옥상까지 끌어올려 해수 공급 제주 광어 양식장에서는 건강한 광어를 생산하기위해 바닷물을 옥상으로 끌어올린 뒤 여러 차례 여과 과정을 거쳐 수조에 공급한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지역 양식장은 건강한 광어를 생산한다는 목표로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수조로 유입되는 해수에서 질병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를 없애기 위해 자외선이나 오존 살균, 전기분해 등의 시스템을 시범 도입해 운용하고 있다.

 광어 생산자 등이 주축인 제주어류양식수협은 제주도해양수산연구원과 국립수산과학원 제주분원, 제주대 등과 함께 광어 양식 경쟁력 강화 방안을 연구하고 그 결과를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알에서 깬 지 얼마 안 되는 치어(稚魚) 시기에 대량 폐사를 유발하는 ‘스쿠티카충’ 구제를 위해 백신도 개발 중이다.

 제주산 광어는 ‘회와 초밥의 나라’인 일본에서 시장점유율 50%를 넘고 있다. 제주산은 일본산 광어보다 높은 값에 팔릴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일본은 물론 미국, 중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세계 10여 개국으로 연간 3200t을 수출하고 있다.

 이는 최적의 광어 양식 환경 덕분에 가능하다. 우선 세계에서 유일하게 지하 100m 암반에서 뽑아 올린 바닷물을 이용한다. 주로 동남부 해안에서 뽑아내는 지하 해수는 온도가 17∼18도로 일정할 뿐 아니라 다양한 성분의 미네랄을 머금고 있다. 건강한 광어 생산의 가장 중요한 배경이다. 지하 해수와 바닷물을 혼합하면 광어 서식에 가장 적합한 21도 안팎을 유지할 수 있다. 하루 20차례 이상 해수 공급 및 배출 시스템을 가동하면서 하루 종일 신선한 바닷물을 공급한다.

 청정 환경에서 이뤄진 양식이지만 안전성 검사도 필수다. 일본에서 제주산을 고집하는 이유가 바로 꼼꼼하고 엄격한 사전 질병검사 때문이다. 제주산 광어는 출하 전 반드시 안전성 검사를 거친다. 양식장에서 무작위로 채취한 광어를 대상으로 기생충 검사는 물론이고 18시간에 걸쳐 옥시테트라사이클린 등 항생제 45종의 잔류검사를 거쳐 합격 여부를 판정한다.


○ 초일류 상품으로 발돋움하는 제주 광어


 제주지역 광어 양식은 1986년 일본에서 치어를 도입하면서 시작됐다. 초기에는 시설 구축, 사료 공급 등 대부분을 일본에 의존했다. 그러나 천혜의 양식 환경을 바탕으로 하루가 다르게 양식 기술이 발전했다. 이를 바탕으로 1990년 광어 64t을 일본에 수출한 뒤 해마다 수출 물량이 증가하고 있다. 2010년에 접어들어 광어 양식이 전성기를 맞으며 세계 양식 광어 생산량의 50%를 차지하게 됐다.

 세계 최대의 광어 생산기지로 성장하면서 세계 일류 상품으로도 선정됐다. 세계 일류 상품은 세계시장 점유율이 10% 이상으로 1∼5위이고, 연간 수출 규모 500만 달러 등의 조건을 갖춰야 한다. 제주 광어 양식장은 지난해 기준 364곳이 있으며 양식 수조면적은 150만 m²에 이른다. 2500여 명이 광어 생산부터 유통, 설비 등의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제주지역 광어 생산량은 연간 2만7000t으로 전국 생산량 4만5000t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 원전사고 등으로 소비가 꺾이며 한때 위기를 맞기도 했던 제주 광어는 다양한 사업과 이벤트를 통해 재도약했다. 특히 2013년 제주시 한림읍 일원(2만2906m²)에 들어선 배합사료 공장은 국내 최고 수준의 친환경 고품질 배합사료를 공급한다. 공급량은 지난해 1524t에서 올해는 2700t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김태완 한창수산 대표(41)는 “건강한 치어와 신선하고 영양가 높은 사료, 깨끗한 수조 환경 등이 양질의 광어를 생산하기 위한 요인”이라며 “제주 광어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겨울철 수온을 높여 생육을 돕는 히트펌프, 유입수를 재활용하는 순환여과식 시스템, 가격차별화 등급제 도입 등을 고려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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