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어가는 몸 이끌고 떠난 여행…고맙습니다”

박은서 기자

입력 2016-10-20 03:00 수정 2016-10-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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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째 근육병 앓는 김천수씨… 롯데렌탈서 2013년부터 지원
봉사단과 함께 속초서 ‘해넘이’


 
2년 만에 여행길을 나선 김천수 씨(가운데)와 동행한 롯데렌탈 직원들이 강원 속초시 청초호에서 해넘이 풍경을 보고 있다. 롯데렌탈 제공
“우리 아들, 소원 풀었네.”

 어머니는 산소호흡기 마스크를 끼고 앉은 아들의 휠체어 뒤에서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을 지었다. 휠체어에 몸을 지탱하고 있던 아들은 평소 보고 싶어 했던 해넘이 풍경에서 눈을 뗄 줄 몰랐다. 그런 아들을 보는 어머니는 아들이 추울까 봐 연신 담요를 여미고 있었다.

 8세 때부터 진행성 ‘근이영양증’을 앓고 있는 김천수 씨(37)와 그의 어머니 김하순 씨(60)가 11, 12일 이틀간 강원 속초로 여행을 떠났다. 이들이 여행에 나선 것은 2년 만의 일. 근이영양증은 온몸의 근육이 굳어가는 불치성 희귀 질환이다. 이들 모자가 여행을 떠날 수 있었던 건 2013년부터 롯데렌탈(당시는 KT렌탈)이 차량과 인력지원을 한 덕분이다. 김천수 씨가 무작정 “여행을 가고픈데 도와달라”며 회사 홈페이지에 올린 글이 계기였다. 이번에도 롯데렌탈이 미니버스를 지원하고, 자사 샤롯데 봉사단 소속 직원 4명을 여행에 동행하도록 했다. 롯데렌탈이 지원한 세 번째 여행이다.

 조금만 움직여도 열이 오르는 김 씨에게 여행은 쉽지 않은 일이다. 2년 전에는 휠체어에 앉아서 이동할 수 있었지만 병세가 악화돼 이젠 거의 누워있다시피 해야 했다. 24시간 끼고 있는 산소호흡기는 6시간마다 충전이 필요해 여행 동선을 짜는 데에도 애를 먹었다.

 그렇지만 모자는 씩씩했다. 어머니는 혼자서 가누기 힘든 아들의 고개를 돌려주며 한순간도 놓치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다. 바다 가까이 갈 수 없는 아들을 대신해 밖에 나가 동영상을 찍어오기도 했다.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은 롯데렌탈은 샤롯데 봉사단을 출범시키며 사회공헌활동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롯데렌탈 관계자는 “지속성을 위해 김천수 씨의 여행을 계속 지원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꾸준한 사회공헌을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박은서 기자 cl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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