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위로 한 잔 혼술
여성동아
입력 2016-10-13 13:39 수정 2016-11-23 16:12
tvN에서 방영 중인 인기 드라마 〈혼술남녀〉에 등장하는 두 주인공이 홀로 술을 들이켜 읊는 내레이션이다. 극 중 서울 노량진의 공무원 시험 대비 학원에서 일하는 스타 강사 진정석(하석진)과 신입 강사 박하나(박하선)는 강의가 끝난 뒤 다른 사람과 어울리지 않고 혼자서 술을 마신다. ‘혼술족’의 마음을 대변한 이 드라마는 다양한 연령대의 지지를 받으며 유료 플랫폼 가구 기준 시청률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홀로 술을 마시는 혼술이 ‘혼밥’(혼자 밥을 먹는 것)을 잇는 또 다른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는 얘기다.
통계청이 지난 9월 7일 발표한 ‘2015 인구주택총조사 전수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가장 주된 가구 유형은 1인가구다. 1990년 전체 가구 중 1인가구 비중이 9%였던 것에서 25년 새 18.2%p 늘어난 27.2%를 기록했다. 네 집 건너 한 집은 1인가구라는 얘기다. 통계청 조사 이래 1인가구가 가장 주된 가구 유형으로 조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같은 1인가구의 증가는 소비 패턴의 변화로 이어졌다. 혼밥족, 혼술족의 등장이 가장 대표적인 예다.
이제는 트렌드가 된 혼술을 두고, 편의점에서 산 캔 맥주를 집에서 홀로 들이켜는 것만을 떠올린다면 오산이다. 요즘에는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에서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당당하게 술을 마실 수 있는 술집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가게 밖에 ‘혼술 환영’이라는 문구를 걸어놓은 곳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SNS상에는 ‘혼술 하기 좋은 술집’의 사진을 올리고 공유하는 일들도 흔해졌다. 회식을 하자는 직장 상사의 권유에도 꿋꿋이 혼술을 고집하는 드라마 속 캐릭터가 왠지 남의 일같이 느껴지지 않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드라마 〈혼술남녀〉 속에 등장하는 두 남녀가 혼술을 하는 이유와 방식은 다르다. 한 사람은 ‘힘든 현실을 잊기 위해’ 편의점에서 산 새우깡을 안주 삼아 캔 맥주를 들이켜고, 다른 한사람은 ‘불필요한 관계에서 오는 피로감을 피하기 위해’ 홀로 럭셔리한 분위기를 만끽하며 술을 마신다. 하지만 두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힐링’이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귀결된다. 오늘도 혼술 하는 우리가 목말라하는 것은 알코올이 아니라 위로이지 싶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제공 CJ E&M 디자인 박경옥
editor 정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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