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명의 프리킥]노벨과학상 일본:한국 22:0?
허문명 논설위원
입력 2016-10-07 03:00 수정 2016-10-10 10:17
허문명 논설위원
일본이 과학 분야에서 22명째 노벨상 수상자를 내자 연간 19조 원대 예산을 쓰면서 한국은 왜 못 받느냐는 비판으로 시끌벅적하다. 이틀 전 만난 미국 잭슨연구소 유전체의학연구소장 찰스 리 박사(예일대 의대)는 다른 이야길 했다. “한국 젊은 과학자들은 똑똑하고 열정이 있고 사명감도 강하다. 머지않아 수상자가 나올 것이다. 조급해할 필요 없다.”그는 미 정부와 잭슨연구소가 1조 원이 넘는 돈을 투입해 세운 인간 유전체 연구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미 정보통신 연구의 산실 격으로 벨연구소가 있다면 생명공학계에는 잭슨연구소가 있다. 2014년부터 노벨 생리의학상 후보에 오르고 있는 리 박사의 한국 과학계에 대한 낙관적 견해는 단순한 인사치레 같지 않았다.
좌절할 필요 없는 이유
“정도 차이는 있지만 미국도 마찬가지다. 정부 돈에는 너무 룰이 많아 요즘 미국 과학자들은 빌 게이츠나 마크 저커버그 같은 부자들이 세운 연구재단을 통해 연구비 받는 것을 선호한다. 한국도 이런 기부문화가 성숙했으면 좋겠다. 근본적으로 사회 전체가 과학자들을 사랑하고 포용하고 존중하면 노벨상은 자연스레 따라 온다. 또 노벨상은 연구 성과에 대한 검증이 30, 40년은 걸린다. 시간이 필요하다.”
한 나라의 과학기술 수준은 과학기술을 보는 국민의 사고방식, 자연 지리적 조건, 그 나라의 역사성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한일비교문화연구로 대한민국 문화훈장까지 받은 이토 아비토 전 도쿄대 명예교수로부터 들은 말이다. “유학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은 한국은 인간 내면과 정신세계를 강조하는 데 비해 일본은 물질 중심이다. 자연 조건이 한국보다 열악하다 보니 먹고살기 위한 다양한 기술을 중시했고, 이를 가업으로 승계하는 전통이 생겼다. 이게 일본 과학기술의 뿌리다.”
‘축적의 시간’이 다른 한국과 일본을 노벨상 수만 놓고 단순 비교할 일은 아니다. 일본은 1800년대 메이지유신 때부터 서양에 유학한 많은 이들이 기초과학의 동력이 되었고 이후 1970, 80년대에 더 이상 기술 수입국이 아닌 자체 육성국이 돼야 한다는 것으로 방향을 튼 결과물들이 지금 노벨상으로 결실을 맺고 있다.
모방경제 뛰어넘어야
일본인들은 임진왜란을 ‘도자(陶瓷)전쟁’(야키모노 센소)이라고 부를 정도로 기술전쟁이었음을 강조한다. 조선에서 천민으로 대접받던 이삼평 등 도공들을 데려가 파격적인 지원을 하면서 17세기 세계 도자기 시장을 평정했고 이때 벌어들인 막대한 돈이 메이지유신의 종잣돈이 되었다. 이후 한국은 경제력에서 한 번도 일본을 이긴 적이 없다.
노벨상은 ‘추격자’가 아닌 ‘선도자’에게 주는 상이다. “우리는 스마트폰 같은 모방경제는 잘 해내지만 창의적이고 근본적으로 새로운 개념을 제시할 수 있는 ‘개념 설계’ 역량이 부족하다. 사회 전체가 ‘총력전’을 펴야 한다.”(서울대 공대 이건우 학장)
좌절이나 자책보다 다시 우리가 서 있는 자리를 성찰할 때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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