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렁헐렁 통바지 ‘스키니 아성’ 허물까

김동욱 기자

입력 2016-10-06 03:00 수정 2016-11-23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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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팬츠, 편하고 상체 날씬해 보여 인기
7∼9월 판매 신장률 작년 대비 25% 껑충
10년 장기집권 스키니 바지에 야심찬 도전


럭키슈에뜨, 시스템, 타임, 구호 등 국내 여성복 업체들은 올가을 다양한 와이드 팬츠를 출시했다. 면 울 레이온 등 소재와 플레어 배기 부츠컷 등 스타일이 다양하다. 코오롱FnC 제공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돼 10년 넘게 장기집권하고 있는 ‘스키니 팬츠’(몸에 달라붙는 바지)의 유행이 올해는 과연 사그라질 수 있을까.

 패션계는 2010년 즈음부터 스키니의 유행이 끝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몇 차례 다른 스타일의 바지들이 떠오르다가도 결국 스키니의 뒤집기에 묻혀 사라졌다. 그런데 올해 스키니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강적’을 만났다.

 그 주인공은 스키니와 정반대 스타일인 ‘와이드 팬츠’(통이 넓은 바지)다. 2년 전부터 해외 유명 패션디자이너들은 와이드 팬츠를 런웨이에 올렸으나 연예인이나 유행에 민감한 사람들에게만 환영받는 정도였다.

 하지만 올해는 국내외 패션업체에서 남녀를 불문하고 와이드 팬츠를 대거 출시했다. 마르니, 브루넬로 쿠치넬리 등 해외 패션디자이너들이 자신의 컬렉션에서 발등을 덮는 긴 길이와 과거 어느 때보다 넓어진 통을 가진 바지를 선보였다. 국내 패션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시스템, 타임 등 브랜드를 가진 패션기업 한섬에 따르면 와이드의 7∼9월 판매 신장률은 지난해 대비 25% 성장했다. 인터넷 쇼핑몰 11번가에 따르면 와이드의 검색 횟수가 최근 한 달간 1만2867회로 전년 동기 대비 2배 정도 높다. 한섬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인기를 끌기 시작한 와이드 팬츠가 올 하반기 유행을 선도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남성복에서도 와이드 팬츠가 많이 출시됐다. 다양한 여성 옷과는 달리 남성 와이드 팬츠는 발목이 드러나는 크롭 형태가 많고, 베이지 검정 등 기본 색상이 대부분이다. 한섬 제공
 유행에 민감한 제조유통일괄형(SPA) 브랜드에서도 와이드의 유행을 짐작할 수 있다. 4일 서울 명동에 위치한 SPA 브랜드 매장에서 와이드를 찾는 고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한 점원은 “여성들만 찾았던 와이드를 최근에는 남성들도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동규 씨는 “이번 가을부터 통 넓은 바지를 입는 친구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입어 보니 지금까지 불편했던 스키니 바지를 왜 입었는지 모를 정도다”라고 밝혔다.

 소재나 패턴도 다양해지고 있다. 여성복 ‘구호’는 체크, 스트라이프 패턴의 디자인에 발목이 드러나는 짧은 길이의 와이드를 내놓았다.

 패션 전문가들은 와이드의 장점에 대해 스키니에 비해 착용할 때 편하고 상체가 날씬해 보이는 효과 등이 있다고 본다.

 신세계인터내셔널 허윤선 마케팅 담당자는 “최근 와이드처럼 활동성이 있고 편안한 스타일이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부터 일고 있는 복고 흐름과도 맞물려 있다”고 말했다.

 럭키슈에뜨의 박겸주 실장은 “트렌드가 스키니라는 극단에서 와이드라는 새로운 극단으로 바뀌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패션 전문가들은 스키니에서 와이드로의 변화가 ‘몸매를 강조하는 여성성’에서 ‘편안함을 추구하는 남성성’으로의 변화라고 분석하고 있다. 허환 디자이너는 “스키니는 여성성을 극대화하는 스타일로 남성도 ‘아름다운 남성’을 추구하는 현상과 맞물려 오랫동안 유행한 것”이라며 “반면 와이드는 남성적인 여유로움이 특징으로 최근 여유로운 삶을 원하는 흐름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와이드가 유행할 조짐이지만 스키니도 장기 유행한 만큼 일시에 장롱 속으로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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