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3년 연속 노벨 과학상 낸 일본을 못 따라잡는 이유

동아일보

입력 2016-10-05 00:00 수정 2016-11-24 10:08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3일 오스미 요시노리 도쿄공업대 명예교수(71)가 2016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으면서 일본이 3년 연속 노벨상을 수상했다. 1970년대 중반 ‘오토파지(autophagy·자가포식)’ 연구를 시작해 40년 한 우물을 판 그의 연구는 파킨슨·알츠하이머병, 각종 노화 치료제 개발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일본인 노벨상 수상자는 25명으로 2001년 이후 자연과학 부문에서만 미국에 이어 2위(22명)다.

 세계가 찬사를 보내는 일본 과학기술의 저력 앞에서 우리 현실은 초라하다. 세계적 과학저널 ‘네이처’는 최근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은 세계 1위지만 노벨상 수상자는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며 “한국은 과학 연구의 필요성을 가슴으로 깨닫기보다 돈으로 승부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3월 국내 이공계를 대표하는 5개 대학 연구부총장들이 단기성과에 물량 위주인 정부 R&D 지원 평가 개선을 촉구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지난달 26일에는 저명한 과학자 40명이 “정부의 R&D 지원은 단기성과에만 집중되고 정부가 시키는 과제가 대부분”이라며 개혁을 요구하는 집단청원까지 냈다.

 노벨상 계절이 다가올 때마다 조급증을 내고 남의 잔치를 부러워만 할 게 아니라 R&D 지원 방식을 혁명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오스미 교수처럼 노벨상 수상자들은 대체로 30대 때 쓴 논문이 이후 수십 년 인용되면서 60대 넘어 상을 받는다. 일본 정부는 올해부터 5년간 GDP의 1%인 26조 원을 젊은 연구자 지원에 쓴다고 발표했다. 국내의 경우 40세 이하 연구자 수는 전체의 21%지만 연구비는 전체의 7%밖에 되지 않는다. 연구과제 평가도 학연과 지연 중심이고 10년짜리 장기 과제도 5년만 지나면 기술 이전, 실용화 요구가 많아 큰 성과를 내기 어렵다.

 지극히 한국적인 과학계 풍토도 바꿀 필요가 있다. 네이처도 지적했지만 한국은 위계질서가 지배하는 연구실에서 연구자 간에 토론이 없고 줄 세우기식 연구문화가 여전하다. 연구비 지원에서도 ‘나눠 먹기’와 평등주의가 판치는 문화에선 노벨상이 나올 수 없다.

 오스미 교수는 ‘세포 내 쓰레기통’이라는, 누구도 주목하지 않던 돌연변이 효모(액포) 연구를 시작하면서 “아무도 하지 않는 분야에서 개척하는 편이 즐겁다”고 했다. 젊은이들에게 는 “과학은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도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행에 휩쓸리지 말고 묵묵히 한 우물을 파라는 조언을 우리 과학계가 깊이 새겼으면 한다.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