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따지려는 청문회도 부실

정임수기자 , 홍수영기자

입력 2016-09-09 03:00 수정 2016-09-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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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해운 구조조정 청문회 ‘3無 맹탕’
증인 無… 홍기택 前산은회장 불출석
자료 無… 서별관회의록 등 제출안돼
전략 無… 여야 동어반복 정치공방만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해운업의 부실 원인과 책임 등을 따지기 위해 우여곡절 끝에 8일 열린 구조조정 청문회는 우려한 대로 ‘맹탕’에 그쳤다. 홍기택 전 KDB산업은행 회장 등 핵심 증인이 불출석한 가운데 부실의 실체를 설명해야 할 고위직 인사들의 무책임과 당리당략으로 접근한 정치권의 무능만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9일까지 이틀간 국회에서 열리는 ‘서별관회의’(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청문회 첫날 홍 전 회장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대우조선에 4조2000억 원의 자금 지원을 결정했던 청와대 서별관회의의 핵심 멤버인 이른바 ‘최·종·택 트리오’(새누리당 최경환 의원, 안종범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 홍 전 회장) 중 유일하게 증인으로 채택됐다.

이날 청문회가 시작되자마자 여야는 홍 전 회장의 불출석 등을 놓고 의사진행발언에만 30여 분을 소모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홍 전 회장의 소재를 파악해 임의동행 명령을 내려야 한다”고 정부를 압박했다. 이에 새누리당 이현재 의원은 “청문회가 정치 공세의 장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맞섰다.

정부가 서별관회의 회의록과 대우조선에 대한 감사원 감사보고 자료 등을 제출하지 않은 데 대한 공방도 이어졌다. 더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증인이 빠져) ‘맹탕 청문회’가 된 것은 그렇다 쳐도 (정부가) 자료를 주지 않아 ‘허탕 청문회’까지 되는 건 어떡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 과정에서의 국회 파행으로 2일 밤에야 청문회 개최가 최종 확정되면서 ‘부실 청문회’는 예견됐던 일이었다.

여야는 지난달 내내 추경안 처리까지 미뤄가며 청문회 실시와 증인 채택 문제를 놓고 치열한 기싸움을 벌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조선·해운업 부실 사태의 원인을 밝힐 새로운 사실이나 증언이 나오기보다는 그동안 있었던 문제 제기들이 반복됐다는 평가가 많다. 정부 여당은 부실 사태의 실체에 다가가려는 의지가 약했고, 야당은 청문회를 ‘정치적 이벤트’로 접근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편 전날 페이스북에 “구급차 운전자가 사후 비판받고 책임져야 한다면 응급환자의 생명을 제때 구할 수 없다”고 밝힌 최 의원에 대한 야당의 장외 공격도 이어졌다. 더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최 의원은) 하실 말씀이 많으면 청문회에 나오지, 페이스북에 올리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비겁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홍수영 gaea@donga.com·정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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