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의 김정은씨, 해외송금 막혀

정임수기자

입력 2016-09-05 03:00 수정 2016-09-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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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女, 남아공에 3000만원 보냈지만 현지은행 “北 김정은 자금의심” 반송
중개 맡은 美은행 “테러 연관 조사”


서울에 사는 김정은 씨(45)는 지난달 10일 서울 양천구의 한 신한은행 지점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에 거주하는 언니에게 3000만 원(약 2만7000달러)을 송금했다. 13년째 남아공에 살고 있는 언니는 집값을 치를 돈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20일이 지나도록 언니의 남아공 은행 계좌에는 돈이 입금되지 않았다. 통상 해외송금에 3, 4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이었다.

김 씨가 부랴부랴 신한은행에 확인한 결과 송금한 돈은 미국 뉴욕의 S은행에 묶여 있었다. 김 씨의 이름이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같다는 이유였다.

4일 신한은행에 따르면 김 씨가 송금한 돈은 뉴욕의 중개은행인 S은행을 거쳐 남아공 은행으로 보내졌다. 하지만 남아공 은행이 ‘김정은’이라는 이름 때문에 테러 자금으로 의심된다며 김 씨의 돈을 다시 미국 중개은행으로 돌려보냈다. 현재 미국 S은행은 김 씨의 돈과 북한 테러 자금의 연관성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최근 미국 은행에 김 씨의 신원 확인 서류를 보냈으며 북한 김정은과 전혀 관련이 없으니 최대한 빨리 송금이 이뤄지게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대북 제재가 강화되면서 요즘 이런 일이 가끔 생기고 있다. 각국이 제재 대상 명단에 오른 북한 사람들의 이름 영문 표기를 다양하게 등록해 놓고 수시로 점검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조선중앙통신 영문판에 김정은 위원장의 이름을 ‘Kim Jong-un’으로 표기하지만 ‘Kim Jeong-un’ 등으로 표기하는 이들도 조사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특히 미국에서는 테러 자금과 연루될 경우 내야 하는 벌금이 워낙 커 현지 은행들이 조사를 철저히 한다”고 설명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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