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즈넉한 정약용남도길… 노을 물든 조지훈문학길

이호재기자

입력 2016-09-01 03:00 수정 2016-11-23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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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9월 걷기여행길’ 10선 소개

강릉시의 신사임당길은 신사임당이 어린 율곡을 데리고 서울로 갈 때 지나던 길이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선선한 바람과 함께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도란도란 수다 떨며 걷기 좋은 날. 가족·연인과 함께 고즈넉한 한옥에 머물며 산책하는 것도 가을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최근 선정한 ‘9월 걷기 여행길’ 10선을 소개한다.

강원 강릉시에는 ‘신사임당길’이 있다. 오죽헌에 머물던 신사임당이 어린 율곡을 데리고 서울로 갈 때 으레 이 길을 지나갔다. 죽헌 저수지의 물길을 따라 걷다 보면 아직도 촌장이 있는 위촌리마을이 나온다. 한국의 대표 정자인 경포대, 허균과 허난설헌의 유적공원도 있다. 조선시대 양반가의 대표적 한옥 주택인 선교장에 하룻밤 머문 후 이 길을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전남 강진군에는 ‘정약용남도유배길’이 있다. 다산 정약용이 유배갈 때 지나쳤던 누릿재, 지인과 자주 찾던 백운동이 월출산 아래에 있다. 특히 국보 13호 극락보전이 있는 사찰 무위사는 작가 유홍준 씨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이처럼 소담하고, 한적하고, 검소하고, 질박한 아름다움도 있다는 사실에 스스로 놀라곤 한다”라고 극찬한 곳이다. 청자골 달마지마을과 강진 달빛한옥마을에서 숙박할 수 있다.

시를 좋아한다면 경북 영양군 ‘외씨 버선길 조지훈 문학길’을 걷자. 시인 조지훈이 ‘승무’에서 사뿐사뿐 빠져드는 외씨버선을 노래해 이 길의 이름이 이렇게 붙었다. 영양이 고향인 시인의 향기를 맡고 싶다면 읍내에서 출발해 생가가 있는 주실마을까지 걸어보자. 산허리를 돌아 물길을 건너면 시인이 쓴 아름다운 구절들이 하나씩 떠오른다. 들판 뒤로 넘어가는 노을 아래서 시상(詩想)에 잠기는 것도 또 다른 멋이다.

오래된 설화를 듣고 싶다면 충청도가 좋다. 충남 단양군 ‘황금구만냥길’은 가난한 농부가 우연히 황금 구만 냥을 발견했으나 돌아와 보니 가족들이 모두 굶어 죽었다는 설화가 배경이 됐다. 충남 공주시 ‘고마나루명승길’에는 곰에 얽힌 애잔한 전설이 서린 ‘고마나루’가 있다. 백제는 두 번째 수도인 웅진의 지명을 이 고마나루에서 따기도 했다.

자세한 내용은 ‘걷기여행길 종합안내포털(www.koreatrails.or.kr)에서 확인하면 된다.

이호재 기자 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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