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형의 생각하는 미술관]<34>인물과 자연의 만남

공주형 한신대 교수·미술평론가

입력 2016-08-30 03:00 수정 2016-11-2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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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드 모네, ‘산책’.
카미유는 인상주의 미술의 거장 클로드 모네(1840∼1926)의 동반자였습니다. 32세로 요절할 때까지 아내이자 모델로, 새로운 미술을 갈망했던 가난한 화가의 곁을 지켰지요.

처음 모델과 화가로 만난 두 사람은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하나가 되었지요. 결혼 후 부부가 신혼살림을 차린 곳은 파리 근교 작은 도시, 아르장퇴유였어요. 어렵게 꾸린 가정은 평온했습니다. 화가는 커 가는 아이를 보는 즐거움과 따뜻한 가정의 행복을 만끽했습니다. 이 무렵이 화가 예술의 개화기였습니다. 미술가는 인상주의 첫 번째 단체전에 참가했고, 논란 속에서 자신만의 미학적 색채를 심화해 나갔지요.

화가는 야외 작업을 고수했습니다. 자연을 직접 체험하고 생동감 있는 미술을 추구했지요. 미술가는 큰 그림을 그릴 때면 깊게 땅을 파고 캔버스를 고정했어요. 맨바닥에 여러 개 캔버스를 준비해 놓고 기상 악화로 언제 중단될지 모르는 작업에 열정적으로 임했지요. 또한 1873년에는 작은 배 한 척을 작업실로 개조했습니다. 미술 상자와 모델을 싣고 센 강을 유람하다 마음에 드는 경치를 발견하면 선상에서 바로 작업이 가능했거든요.

‘산책, 양산을 든 여인’도 집 근처 아르장퇴유 언덕 아래서 완성한 그림입니다. 아내와 일곱 살 아들이 그림의 주인공이었어요. 가족이 산책을 즐기는 동안 화가는 서둘러 작업을 했겠군요. 화가는 텅 빈 캔버스를 크기와 명도가 다른 풍부한 색, 점으로 채워나갔어요. 그런데 화가는 인물의 표정과 자연의 외관을 세세히 그리지 않았지요. 화가의 예술적 관심은 그림 속 인물들과 자연이 마주하는 순간을 포착하는 데 있었거든요. 아마 기분 좋은 바람이 언덕에 불어왔던 모양입니다. 그림 속 세상 어느 곳 하나 바람이 닿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잘 자란 초록 풀숲은 물결치고, 하얀 여인의 드레스 자락은 나부낍니다. 살랑대는 바람이 그림 전체에 부드러운 움직임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무더위의 기세가 찬바람에 한풀 꺾였습니다. ‘세상에 늘 음악소리만 들릴 때 달콤한 침묵을 갈망할 것이고, 삶에 언제나 즐거움만 가득할 때 고요한 휴식을 찾을 것이다.’ 미국의 시인 헨리 밴 다이크는 ‘하늘에 온통 햇빛만 가득하다면’에서 노래했습니다. 더위가 혹독했던 이번 여름, 한 줄기 바람이 참 그리웠습니다. 오늘 아침 대기의 변화가 그림 속 바람결처럼 싱그러워 무척 반갑습니다.

공주형 한신대 교수·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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