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수당에 공시생들 술렁인 까닭은

황태호기자

입력 2016-08-16 03:00 수정 2016-08-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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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률 치열… 시간-돈과의 싸움”, 선정자는 알바 끊고 공부 매진
탈락자들 “경쟁서 뒤처진 느낌”… 공시생 지원 놓고 적절성 논란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서울 노량진 학원가에서 2년째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배모 씨(29)는 요즘 속이 바짝 탄다.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사업’(청년수당)의 대상자로 선정된 주변 공무원시험 준비생(공시생)들 때문이다. 배 씨 역시 청년수당 사업에 지원했지만 탈락했다. 그는 15일 “같은 스터디 모임의 공시생 한 명이 얼마 전 ‘청년수당을 받게 돼 주말 알바를 그만뒀다. 이제 공부에 전념할 계획이다’고 해 조바심이 난다”며 “그 친구보다 시험 준비가 소홀해질 것 같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이달 3일 청년수당을 지급한 뒤 ‘공시생 사회’의 분위기가 뒤숭숭해지고 있다. 청년수당 대상자로 최종 선정된 사람은 2831명. 심사 과정에서 희망하는 직업 등 목표 분야를 제한하지 않아 ‘공무원이 되려고 한다’고 밝힌 신청자도 청년수당 대상으로 뽑힐 수 있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확한 수를 밝히기는 어렵지만 청년수당 대상자 중 공시생 비중이 꽤 높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5월 현재 국내 15∼29세 청년 취업준비생 65만2000명 가운데 40%에 가까운 25만6000명이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청년수당 심사에서 탈락한 공시생들은 선정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청년수당 대상자는 서울시 산하기관 및 시민단체 소속 21명으로 구성된 선정심사위원회가 중위소득 60% 이하 청년 지원자 중 ‘사회활동 참여 의지’와 ‘진로계획의 구체성’ 등을 평가해 최종 결정했다. 그러나 한 탈락자는 “청년수당을 받게 된 공시생 동료와 아무리 비교해도 내 경제 사정이 훨씬 어렵다”며 “공시생들의 진로계획에 과연 얼마나 차이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공무원시험의 승패가 시간과 돈에 따라 결정되는 상황이라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고 덧붙였다.

청년수당이 청년들의 취업·창업 준비활동을 지원한다는 취지인데 공무원시험은 이와 거리가 있다고 생각해 아예 신청하지 않은 젊은이도 적지 않다. 한 공시생은 “취업을 위한 스펙을 쌓는 것도 아니고 창업을 하려는 것도 아닌데 공무원시험 준비에 청년수당을 주는 건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공무원시험에 대비해 학원비나 교재비에 돈을 쓰는 것은 엄밀히 따져볼 때 취업·창업 준비활동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주민등록상 서울시 1년 이상 거주자만 신청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채 시험을 준비하는 이들은 자격조차 없는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서울시는 이번 주에 보건복지부의 직권취소를 취소해 달라는 본안소송과 가처분신청을 대법원에 낼 예정이다. 직권취소 통보 15일 이내에 이의를 제기하도록 규정한 지방자치법상 19일이 기한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박원순 시장이 대통령 면담을 요청하는 등 소통 의지를 보였으나 정부가 무조건 안 된다는 식이어서 제소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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