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연의 트렌드 읽기]도시와 시골의 공존, ‘러번 라이프’가 뜬다

박성연 크리베이트 대표

입력 2016-08-12 03:00 수정 2016-11-23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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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연 크리베이트 대표
더 높이, 더 멀리, 더 빨리. 올림픽의 구호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그런 비교가 불편해졌다. 세상이 온통 더 빨리, 더 높이, 더 멀리 갈 것을 종용하기에 그런 구호가 피곤하게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아무것도 안 하고 삼시세끼 밥 해먹는 게 다인 프로그램이 인기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하기 힘든 현상이다. 그런데, 그게 사람들의 바람이 되었다. 화려한 휴양지도, 유명 관광지도 다 싫고 그저 빈둥거리며 지낼 시간이 필요하단다.

일본에서도 시골을 배경으로 한 웹툰이 몇 해 전부터 인기를 끌었고, 프랑스의 유명 가수 다프트펑크는 새 앨범을 호주의 외딴 시골에서 발표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한 시골 마을에는 유기농 농사를 짓는 세 청년이 디지털 애니메이션 회사를 차렸다. 이들은 뮤직비디오를 만들고 증강현실을 이용해 새로운 콘텐츠를 제작한다. 쇠락하던 미국의 옛 공업 도시 영스타운은 도시농업으로 활력을 되찾아 미국에서 가축을 기르기 좋은 도시 4위에 올랐다.

최근엔 자신의 직업에서 전문성을 갖춘 ‘3040 지식노동자들’이 서울을 떠나 지방으로 향하는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중요한 건 이들이 호미가 아니라 펜과 컴퓨터를 들고 서울 탈출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연극 연출가, 정보기술(IT) 기획자, 셰프, 큐레이터 등 직업은 그대로 유지한 채 제주, 경남 통영, 강원 화천 등으로 터전만 바꾸는 것이다. 시골도 아니고 도시도 아닌 두 가지가 공존하는 낯선 삶의 양식. 러번(Rurban) 라이프가 뜨고 있다.

원래 러번은 시골을 의미하는 루럴(rural)과 도시를 의미하는 어번(urban)의 합성어로 1915년 나온 말이다. 그런데 지금, 다시 그 러번이 각광을 받는다. 시골의 독특함을 즐기고, 자연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톡톡 튀는 창의력을 발휘하고 넓은 땅을 자유로운 실험 공간으로 활용하는 바람이 일고 있다.
 
박성연 크리베이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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