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영혼을 향한 고통스러운 사랑”

손효림기자

입력 2016-08-12 03:00 수정 2016-11-2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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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다 칼로 & 디에고 리베라’展- 관람 기자 방담

디에고 리베라의 ‘챙이 넓은 모자를 쓴 자화상’ (1907년). 동아일보DB
고통, 집착, 그리고 희망.

28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는 ‘프리다 칼로 & 디에고 리베라’전을 관람한 세 기자의 대화 중 가장 많이 나온 단어다. 이 전시에선 부부였던 멕시코의 대표적인 두 화가 프리다 칼로(1907∼1954)와 디에고 리베라(1886∼1957)의 삶과 사랑, 예술을 엿볼 수 있다.

▽김상운=작품뿐 아니라 일기와 사진, 영상까지 볼 수 있어 작가의 인생과 심리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어.

▽김배중=리베라 작품은 자유롭고 근심 없는 분위기였는데, 칼로 작품을 보면서 소름이 많이 끼쳤어. 영화 ‘곡성’을 보는 기분이랄까.

▽손효림=칼로는 병상에 누워서까지도 그림을 그리잖아. 고통에서 그녀를 구원한 게 그림이라는 게 실감나더라.

프리다 칼로의 ‘부러진 척추’(1944년). 18세 때 당한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평생 30번 넘게 수술을 받은 칼로가 척추 수술 후 자신의 모습을 그렸다. 동아일보DB
세 기자는 하이라이트인 칼로의 ‘부러진 척추’(1944년) 앞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상운=동굴에 들어간 것 같았어. 쑥 들어간 곳에 단독으로 전시된 데다 주변은 고둥처럼 만 검은색 종이로 채워져 있잖아.

▽배중=물 떨어지는 소리를 넣은 아이디어가 좋았어. 종유석에서 한 방울씩 떨어지는 듯하다고 할까.

▽효림=작품에서처럼 눈물이 떨어지는 소리일 수도 있고.

▽상운=쇠로 만든 코르셋을 입고 온몸에 못이 박혔지만 표정은 슬프면서도 당당했어. 삶을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엿보였지.

▽배중=고통과 희망이 뒤섞인 그로테스크한 분위기가 잊혀지지 않아.

칼을 든 남자와 피 흘리는 여자를 그린 ‘몇 개의 작은 상처들’(1935년)과 미국에서 유산했던 경험을 담은 ‘헨리 포드 병원’(1932년)에는 칼로의 고통이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하지만 둘의 얼굴을 반반씩 그린 ‘디에고와 나’(1944년)는 서로를 혈관으로 묶어놓은 데다 시원(始原)을 의미하는 달과 조개를 배치해 떨어질 수 없는 관계임을 강조했다.

▽상운=다섯 번 결혼한 리베라는 처제(칼로의 여동생)까지 건드리고, 진짜 개망나니더라. 그런데도 칼로는 리베라에게 돌아가잖아. 21세나 많은 배불뚝이가 뭐 그리 좋았던 걸까?


▽효림=
존경의 감정이 사랑으로 번진 게 아닐까? 자기가 진출하려는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남자가 주는 아우라에 압도되는 거 있잖아.

▽상운=존경이라! 생각 못 했던 부분이야.

▽효림=그리고 칼로는 과연 고통스럽기만 했을까? 리베라 때문에 처절하게 아팠던 것만큼 그를 통해 맛본 행복도 컸을 거라고 봐.

▽상운=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은 리베라가 부러워.

▽배중=난 과도하게 집착하는 사랑은 부담스러운데?

리베라의 ‘챙이 넓은 모자를 쓴 자화상’(1907년)을 비롯해 ‘창가의 칼과 과일’(1917년) 등에서는 느긋하고 여유로운 성격이 엿보이는 듯했다.

▽배중=부부는 서로 영향을 많이 주고받는데도 화풍이 전혀 다른 게 특이했어.

▽효림=리베라는 멕시코의 전통적인 특징을 표현하며 자기 세계를 구축하잖아. 멕시코 문화를 당당하게 표현했다는 게 둘의 공통점이 아닐까?

▽상운=그런데 리베라가 정말 멕시코를 사랑했을까. 칼로가 멕시코로 돌아가자고 애원해도 미국에서 대접받으며 머물길 고집하잖아. 모순된 인간 같아.

살아생전 명예와 사랑, 부까지 마음껏 누린 리베라를 보며 피카소가 떠올랐다고 다들 입을 모았다. 6000∼1만5000원. 02-580-1300



▼한 줄 평▼



손효림=고통과 행복, 그 무시무시한 뒤엉킴.


김상운=질기고 질긴 인연의 앙상블.


김배중=멕시코 거장들의 ‘사랑과 전쟁’.
 
 
정리=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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