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 목청 높이는 트럼프 “한미 FTA는 재앙”

부형권특파원

입력 2016-08-04 03:00 수정 2016-08-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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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킬러… 힐러리가 강행”
오바마 “무역중단땐 美노동자 피해… 임기중 TPP 의회비준 마치겠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재앙(disaster)’이라는 극단적인 표현을 쓰며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겠다고 거듭 천명했다. 반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69)도 반대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의회 비준을 임기 중에 마치겠다는 뜻을 강력하게 밝혔다. ‘떠나는 권력의 자유무역’ 대 ‘떠오르는 권력(대선 후보들)의 보호무역’ 간 정면충돌이다.

트럼프는 2일 버지니아 주 애슈번 유세에서 미국이 그동안 외국과 체결한 각종 FTA 때문에 지역경제가 망가졌다고 주장하며 한미 FTA를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클린턴은 (국무장관 시절이던) 2011년 우리의 일자리를 죽이는 한미 FTA를 강행 처리했다. 그 협정은 재앙”이라며 “(클린턴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역사상 최악의 무역협정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서명한 후 버지니아 지역 내 제조업 일자리 3개 중 1개를 잃었다”고 주장했다.

TPP에 대해서도 “클린턴은 과거에 TPP를 ‘골드 스탠더드(Gold Standard)’라고까지 불렀다”고 꼬집었다. 전날 오하이오 주 유세에서는 “한미 FTA는 한마디로 일자리 킬러(살인자)였다”고 말했다. 잇따른 자유무역협정 비난은 대선 승패를 가를 경합지역인 ‘러스트 벨트’(쇠락한 중서부 공업지역)의 백인 노동자층을 공략하려는 전략이라고 CNN은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일 백악관에서 미-싱가포르 수교 50주년을 맞아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직후 공동기자회견에서 트럼프와 클린턴이 모두 TPP를 반대하는 것에 대한 질문을 받고 “지금은 내가 대통령이다. 나는 TPP를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오바마는 이어 “우리(미국)도 세계 경제의 한 부분이다. 그런 사실에 역행하는 것이 해답이 될 수 없다”며 “무역을 중단하면 미국과 미국 노동자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월 퇴임 전까지 TPP의 의회 비준을 계속 추진할 의사를 밝혔지만 양당 후보의 보호무역주의 기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미 언론들은 전망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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