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매일 수천마리씩 죽어… 10만마리 중 3만마리 폐사”

김광오기자 , 손가인 기자, 이호재기자

입력 2016-07-27 03:00 수정 2016-07-27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폭염에 신음하는 한국]전국 축산농가, 폭염 피해 확산… 한달새 139만마리 폐사 신고

“올해처럼 폭염이 길게 가는 건 닭을 키우기 시작한 지 20년 만에 처음입니다.”

26일 전북 정읍시 감곡면에서 닭을 기르는 김광삼 씨(59)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이날까지 김 씨가 기르는 토종닭 10만 마리 중 3만 마리가 무더위를 견디지 못하고 죽었다. 20일부터 매일 4000∼5000마리씩 폐사하고 있다. 김 씨는 “예년에는 이틀 정도 덥다가도 비도 오고 저녁이면 온도가 낮아져 폐사율이 5% 정도밖에 안 됐는데 올해에는 1주일 이상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더 많은 닭이 죽어나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 씨가 키우는 닭들처럼 폭염을 견디지 못해 폐사하는 가축이 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5일까지 폭염으로 인한 폐사 피해가 신고된 가축은 총 138만9169마리다. 전체의 97.8%는 닭으로 135만9337마리나 됐다. 오리도 2만8500마리가 죽었다. 가금류는 몸 전체가 깃털로 싸여 있고 땀샘이 발달하지 않아 다른 가축에 비해 무더위에 취약하다.

축산업계에서는 폭염이 계속 이어질 경우 가축재해보험 보장 항목에 폭염이 포함된 2012년 이후 피해가 제일 컸던 지난해보다 올해 더 많은 가축이 폐사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6월 30일∼8월 31일 폭염으로 죽은 가축이 총 253만3000여 마리였는데 올해는 8월이 되기도 전에 작년 수치의 절반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양계 농가를 비롯해 돼지, 소를 키우는 농가들도 축사의 냉방을 강화하고 가축의 수분섭취량을 늘리고 있다.

한편 전통시장들은 폭염 때문에 손님들의 발걸음이 줄며 울상이다. 26일 점심시간에 찾은 서울 종로구 창경궁로 광장시장은 외국인 관광객 등으로 북적이던 평소와 달리 한산했다. 장사를 접고 천을 덮어 놓은 가게도 적지 않았다. 이 시장에서 생선을 파는 최모 씨는 “더운 날씨로 찾는 손님이 없어 지금까지 개시도 못했다”면서 “50년 동안 이 자리에서 장사하고 있는데 요즘 같이 손님이 적은 때는 드물었다”라고 푸념했다.

정읍=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 이호재·손가인 기자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