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국산 철강에 또 ‘관세폭탄’… 확정땐 수출 못할 수준

박은서기자 , 서동일기자

입력 2016-07-23 03:00 수정 2016-07-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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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저성장 기조속 ‘자국 우선’ 심화

미국 정부가 한국산 철강 제품에 대해 또다시 38∼65%의 관세를 물리기로 하면서 국내 산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이틀 사이에 벌써 세 번째 덤핑 관세 부과 소식이다. 미국은 반덤핑 관세를 다른 업종에도 적용하려 하고 있어 향후 파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철강 가전업계에서는 관세가 그대로 적용될 경우 수출을 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를 수 있다고 보고 국가별 생산물량을 조정하는 것을 포함해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게다가 미중 무역 분쟁의 불똥까지 한국으로 튀고 있어 위기감은 더 커지고 있다.

○ 미중 싸움에 등 터지는 한국

미국 상무부는 21일(현지 시간) 한국산 냉연강판에 대해 최대 65%에 이르는 반덤핑·상계 관세 판정을 내렸다. 반덤핑 관세는 적정 가격 아래로 판매했을 경우, 상계 관세는 정부 보조금 때문에 불공평한 경쟁을 했다고 판정할 때 매긴다.

포스코는 6.32%의 반덤핑 관세, 58.35%의 상계 관세 등 64.67%의 관세를 물게 됐다. 현대제철은 각각 34.33%, 3.91%를 판정받았다. 9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최종 결정을 내리면 바로 관세가 붙게 된다. 국내 철강업체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조사 과정에서 트집을 잡는 등 제대로 대응을 할 수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전날에는 한국산 내부식성 철강제품(도금판재류)에 ITC가 최고 47.8%의 반덤핑 관세를 확정했다.

철강뿐만이 아니다. 미 상무부는 하루 전인 20일 중국에서 생산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정용 세탁기에 대해 각각 111%, 49%의 반덤핑 예비관세를 부과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가 엉뚱하게 한국 업체들에 피해를 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두원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1980년대 말 미국이 일본에 대해 여러 무역 조치를 취할 때 비슷한 행태를 보이는 한국까지 싸잡아 압력을 넣은 적이 있다”며 “이번에는 미국과 중국 간 싸움에 한국이 끼어버린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들은 중국의 움직임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 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가 한중 통상마찰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직접적 통상압박을 가하진 않더라도 중국의 비관세 장벽이나 수입 규제가 강화되면 국내 기업들은 고스란히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한국 제품에 대한 비관세 장벽 및 수입 규제는 지금도 중국(37건)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다.

○ 보호무역주의 향후 더 확산

문제는 ‘반(反)세계화’ 움직임이 커지면서 보호무역 조치가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확정, 유럽에서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이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들이다. 미국의 경우 올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어 ‘표심’을 고려한 보호무역주의 정책 및 공약들이 더 쏟아져 나올 가능성도 높다.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 개방으로 경쟁에 내몰린 선진국 중하위층이 소득 감소가 두드러지자 투표권을 앞세워 정치적 행동에 나서고 있다”며 “보호무역주의 강화 흐름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다 각국의 보호무역 조치까지 겹치면서 세계 교역 규모는 크게 감소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중순에서 올해 5월 중순까지 주요 20개국(G20)은 총 145개의 보호무역 조치를 단행했다. 이로 인해 올해 1분기(1∼3월) 전 세계 주요 71개국 간의 무역액은 6조9450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7조5260억 달러보다 7.7%나 줄었다.

‘세계화’에 급브레이크가 걸리면 수출 주도 경제구조를 가진 한국에는 치명상이 될 수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보호무역주의에서 주로 타깃이 되는 것은 수출경합도가 높은 제품들”이라며 “국내 기업들로서는 시장 진입 장벽이 높거나 기술 격차가 있는 제품들을 끊임없이 개발해야 이런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은서 clue@donga.com·서동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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