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무기 진짜일까 가짜일까… X선은 알고 있다

송경은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16-07-22 03:00 수정 2016-11-29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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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 감시기술 어디까지 왔나

미국 와이오밍 주 샤이엔에 위치한 워런 공군기지의 미사일 탄두 보관소. 스콧 켐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교수팀은 핵탄두에 X선을 쏘아 진위를 가려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사이언스 제공
북한은 막강한 핵전력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진위를 확인하기는 어렵다. 북한은 지금까지 4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진행했고, 이 경우 인공지진파가 감지돼 핵실험이 발각됐다. 최근 과학자들은 첨단 기술을 이용해 핵을 찾아내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X선 빔으로 핵무기 보유 여부를 확인하고, 인공위성을 이용해 핵실험 증거를 찾는 것이다.


○ X선 빔으로 핵탄두 진위 99.9% 구분

18일 국제 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는 ‘핵탄두에 대한 물리학적 입증(Physical cryptographic verification of nuclear warheads)’이라는 연구논문이 실렸다. 스콧 켐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핵과학공학과 교수팀이 발표한 것으로, 미사일이나 폭탄에 손을 대지 않고 핵물질이 들어있는지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을 담고 있다.

켐프 교수팀이 개발한 장비는 고에너지 X선 빔을 이용한다. X선을 핵탄두에 쏴 핵탄두 내부를 스캔한 뒤 우라늄, 플루토늄 같은 핵물질의 방사성 동위원소 비를 통해 핵무기의 진위 여부를 가린다.

과거에는 핵탄두의 진위를 알아내려면 미사일이나 폭탄을 통째로 분해해야 해 현실적으로 조사가 불가능했다. 연구팀은 핵무기 보유국이 실질적으로 핵무기를 얼마나 감축했는지 조사하는 데 이 장비를 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켐프 교수는 “간접적인 단서와 정부 간 신뢰 관계에만 의존했던 50년 핵군축 문제를 과학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내 다른 연구진도 비슷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로버트 골드스턴 미국 프린스턴대 플라스마물리연구소(PPPL) 교수팀은 X선이 아니라 중성자에 주목했다. 고에너지 중성자를 핵탄두에 쏘면 비슷한 원리로 핵무기 감시가 가능하다. 골드스턴 교수팀은 이 기술을 이용해 감시 장치를 만들어 2014년 6월 과학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바 있다.


○ GPS로 전리층 변화 탐지

핵무기 제조 전 단계에서 진행하는 핵실험의 경우 진위를 확인하는 기본적인 방법은 공기 중에 떠다니는 방사성 제논을 찾아내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 기술을 갖고 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동해안과 서해안에 각각 1대씩 제논 분석 장비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KINS 관계자는 “기류의 이동 경로를 파악해 이동형 장비를 배에 싣고 나가 측정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방사성 제논 측정법은 기류의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정확도가 떨어지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영국 노팅엄대 지형공간연구소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으로 인공지진의 여파를 탐지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지하 핵실험이나 화산 폭발, 지진, 지진해일(쓰나미) 같은 대규모 지각현상이 일어나면 특수한 파동이 생긴다. 이 파동은 전리층의 전자기 밀도를 변화시키기 때문에 인공위성으로 탐지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런 변화를 이용하면 핵실험 여부를 정확하고 빠르게 찾을 수 있을 걸로 보고 있다.

실제로 박지혜 노팅엄대 연구원은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연구원으로 있던 2011년 GPS를 이용해 북한의 2009년 2차 핵실험 장소를 정확히 찾아내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 총회에서 발표하기도 했다.

최근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투명한 핵물질 유통을 위해 핵사찰 기술을 강화하는 추세다. 우라늄 채굴이나 수입, 사용 여부를 꼼꼼하게 감시해 핵폭탄 재료를 만들었는지 확인한다. 또 방사성 동위원소 비를 분석해 핵분열이 있었던 위치를 찾아낸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1조분의 1g 수준의 핵물질을 입자 수준까지 분석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연제원 원자력화학연구부장은 “먼지 입자 1개에 포함된 방사성물질까지 분석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방사성 동위원소 비를 분석하면 농축, 재처리 등 핵무기 실험의 흔적을 찾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송경은 동아사이언스 기자 kyunge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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