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미 ‘리우 꿈’ 앗아간 식중독

주영로 기자

입력 2016-07-13 05:45 수정 2016-07-13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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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미. 사진제공|LPGA

한국서 가져온 반찬 먹다 배탈…US오픈 컷 탈락

2016 리우올림픽 출전의 꿈을 안고 멀리 미국 원정길에 올랐던 이보미(28·노부타그룹·사진). 그러나 꿈을 접고 빨리 귀국길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이보미는 9일부터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 마틴의 코르데바예 골프장에서 열린 US여자오픈에 출전했지만, 이틀 동안 6오버파 150타를 치면서 컷 탈락했다.

이보미는 올해 일본에서 올해 12경기 연속 톱10 기록을 이어오는 등 최상의 컨디션을 자랑했다. 미국으로 떠나기 전에도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이틀 동안 경기를 통해 이보미가 받아든 성적표는 기대 이하였다. 아무리 코스가 까다롭고 어려웠다고 하더라도 이보미의 실력으로 보기 힘들었다. 무슨 사연이 있었던 것일까.

이보미의 꿈을 앗아간 주범은 한국에서 가지고 간 ‘반찬’이었다. 일본에서 경기를 끝내고 귀국한 이보미와 어머니 이화자 씨는 미국으로 떠날 준비를 했다. 어머니 이 씨는 평소처럼 대회 기간 동안 먹을 몇 가지 반찬을 준비했다. 행여 음식이 상할까 아이스 팩을 이용해 꼼꼼하게 챙기기까지 했다. 미국에서 밥을 해먹을 계획으로 골프장 인근에 집도 빌렸다.

도착 후 이틀 동안은 별 일이 없었다. 그러다 대회 개막을 이틀 앞두고 집에서 가지고 간 반찬을 곁들여 저녁식사를 했다. 매니저와 캐디, 트레이너 모두 함께 식사를 했다. 하지만 식사 뒤 이보미와 어머니는 배탈이 났다. 식중독 증세를 보였고 심지어 다음날에는 몸에 열꽃이 필 정도로 심각해졌다. 다행히 트레이너가 상비약을 준비해 간 덕분에 빨리 대처했다.

겨우 몸을 추스른 이보미는 경기에 나갔다. 그러나 컨디션이 엉망이었다. 처음에는 견딜 만했지만, 경기가 진행될수록 배가 아팠고 정신도 혼미해져 실력 발휘는커녕 제대로 스윙하기조차 힘든 상황이 됐다. 어렵게 경기를 끝낸 이보미는 첫날 4오버파를 치며 컷 탈락 위기에 몰렸다.

다음날 몸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 이보미는 2∼3언더파 정도는 충분히 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이날은 바람이 문제였다. 오후 들어서 강풍이 몰아쳐 타수를 줄이기 힘든 상황이 됐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오버파를 쳤다. 2타를 더 잃은 이보미는 결국 아쉬움을 안고 귀국길에 올랐다.

이보미보다 더 마음이 아팠던 이는 어머니다. 자신의 실수로 딸의 올림픽 출전 꿈이 좌절된 것 같아 미안함뿐이다. 속이 상한 이 씨는 “다 내 잘못이다. 열무김치랑 조개젓 등 몇 가지 밑반찬을 해 가지고 갔는데 문제가 생길 줄은 몰랐다. 조금만 더 주의깊게 살펴봤더라면 괜찮았을 텐데, 딸에게 정말 미안하다”며 어쩔 줄 몰라 했다.

귀국 후 휴식을 취한 이보미는 14일부터 인천 영종도 스카이72골프장 하늘코스에서 열리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 출전해 약 2년 9개월 만에 국내 팬들 앞에서 경기한다. 이보미는 “올림픽 출전의 꿈이 무산돼 아쉽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는 좋은 컨디션으로 멋진 경기를 보여 드리겠다”고 아쉬움을 털어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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