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커버스토리]여름 휴가 여기,어때!

강성명 기자 , 강정훈 기자 , 남경현 기자 , 이인모 기자 , 이형주 기자 , 장기우 기자 , 장영훈 기자 , 지명훈 기자

입력 2016-07-02 03:00 수정 2016-11-23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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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이색 여행지 8곳]
영화속의 현장… 고택에서 하룻밤… 낭만이 흐르고


곡성 섬진강기차마을.
영화 ‘곡성(哭聲)’에서 공포의 진원지 중 한 곳은 바로 낯선 외지인(일본 배우 구니무라 준)이 머물던 폐가다. 전남 곡성군 석곡면 연반리 여운(如雲)마을에 있다. 지난달 26일 차량으로 구불구불한 산길을 5분 정도 올라가자 깊은 골짜기에 자리한 여운마을이 모습을 드러냈다.

영화 속에선 섬뜩한 느낌이었지만 가까이서 보니 여느 시골집같이 살가운 풍경이다. 흙벽 벌집에서는 토종벌 수백 마리가 이름 모를 들꽃과 폐가 사이를 쉴 새 없이 오갔다. 이날 폐가에는 40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았다. 영화 곡성을 보고 진짜 ‘곡성(谷城)’을 만나러 온 사람들이다. 양해석 이장(66)은 “영화의 공포를 체험하려고 온 관광객들이 곡성에 와서는 오히려 마을이 주는 포근한 분위기를 느끼고 간다”고 말했다.

곡성은 흔히 말하는 인기 휴가지가 아니었다. 그러나 올해 개봉한 영화 덕분에 곡성의 인기도 상한가를 치고 있다. 도자기로 유명한 경기 여주시에 20개가 넘는 박물관이 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콘셉트도 다양해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3대(代)가 즐길 수 있다. 경북 안동에는 올해 국내 최대 ‘한옥’이 선을 보였다. 바로 경북도 신청사다. 지상 7층의 거대한 한옥 청사는 그 자체로 관광 명소다. 이제 무작정 남들 따라가는 휴가는 그만. 그 대신 가족이 모여 여름휴가 주제를 정하면 어떨까. 숨어 있던 곡성이, 새로운 매력의 여주가 보일 것이다.



● 올해의 발견 ‘곡성’ 영화에 나오는 폐가 찾아보는 재미… 기차마을에도 인파


전남 곡성군의 여운마을은 정유재란 때 피신한 백성들이 조성한 보금자리다. 마을은 1960년대까지 50가구 정도가 살았지만 산중 생활에 불편함을 느낀 주민들이 도시로 이주해 한때 2가구만 남았다. 영화 ‘곡성’ 속 폐가는 여운마을의 340m² 크기의 터에 자리하고 있다.

마을 뒷자락은 선비가 도포자락을 깔고 앉은 형세의 국사봉(해발 682m)이다. 해발 420m에 자리한 여운마을은 남향이라 안개나 서리가 잘 끼지 않는다. 더구나 물과 흙까지 맑고 깨끗해 작물이 잘 자란다. 현재 여운마을에는 귀촌한 전직 군인과 교사, 자영업자 등 8가구가 있다.

곡성은 전체 면적 547.46km² 중 73%가 산이다. 또 곳곳이 원시림처럼 울창하다. 깊은 골짜기를 따라 섬진강 36km, 대황(보성)강 18km가 흘러 더위를 식히기에 제격이다. 곡성군 마을의 60% 이상은 범죄가 없는 마을이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 외지인이 낚시 미끼를 끼우는 강변은 곡성군 곡성읍 동산리 마을회관 뒤편 섬진강 낚시터다. 영화에서는 막연한 불안을 암시한 곳이지만 실제로는 강태공들이 바위에서 한가로이 낚싯대를 드리우는 풍경이 서정적인 곳이다.

영화 개봉 이후인 지난달 1일부터 26일까지 곡성의 대표적 관광지인 섬진강기차마을을 찾은 사람은 12만5682명. 지난해 같은 기간 5만445명보다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으스스한 스릴러 영화가 곡성에 대박을 선물한 것이다. 유근기 군수(54)는 “영화 곡성(哭聲)을 보고 남은 섬뜩함은 곡성(谷城)이 주는 따뜻함으로 사라질 것”이라고 평했다.



● 박물관 세상 ‘여주’ 장난감-전화-생활사… 다양한 박물관에 배우는 재미 ‘쏠쏠’


경기 여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도자기다. 예부터 생활도자기의 산실이다. 그러나 여주시를 가면 20여 개에 이르는 각양각색의 박물관도 만날 수 있다.

지난해 4월 개장한 쎈토이박물관은 디즈니 만화영화 캐릭터 등 1950점을 전시하고 있다. 캐릭터는 아이언맨 토르 캡틴아메리카 헐크 등 영화상 슈퍼히어로들은 물론이고 추억의 영화와 만화 주인공들이다.

일본의 곰 모양 인형 베어브릭과 영화 몬스터 대학교의 설리, 미니언즈 등 다양한 피규어들이 인기를 끈다. 터미네이터 의상 등 영화에 등장한 실물도 전시돼 있다. 또 몇천 원대 저가부터 1000만 원대 고가의 피규어 캐릭터 상품들도 살 수 있다. 쎈토이박물관 관계자는 “박물관 규모나 전시 캐릭터 수에서 최대 규모”라고 했다.

여주시 연양동 금은모래유원지에 문을 연 폰박물관은 세계의 전화기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유물 3300여 점 가운데 1876년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이 발명한 세계 최초의 전화기, IBM이 개발한 세계 최초의 스마트폰이 있어 눈길을 끈다.

여주시 강천면에 위치한 여성생활사박물관은 유일한 여성 생활용품 전문 박물관이다. 다도교실과 전통염색 전시실을 운영하고 고전의상·장신구, 아동의상, 주방용품, 일반 유물도 전시하고 있다. 천연염색 특별전시회와 염색체험학교를 운영한다.



● 한옥 여행지 ‘안동’ 타임머신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 종가 아침식사는 별미


문화 여행의 백미는 고택에서 머무는 하룻밤이다. 경북 안동시 도산면 가송리 농암종택의 홈페이지에는 “수묵화를 연상시키는 아름다움 그리고 고결한 선비의 인품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라는 소감이 적혀 있다. 이곳은 조선시대 유학자 농암 이현보(1467∼1555)의 종택(宗宅)이다. 절벽 아래로 흐르는 낙동강과 겹겹이 둘러싼 산자락에 자리 잡은 고택은 한 폭의 동양화 같다. 고택에서 하룻밤을 묵으면 종가의 아침 식사를 할 수 있다. 고등어구이와 호박, 버섯볶음 등 정갈한 반찬들이 전통의 맛을 느끼게 한다. 주변 풍광을 만끽하는 자연생태 탐방과 차(茶)예절, 탁본, 전통혼례 체험도 할 수 있다.

안동의 고택 체험은 갈수록 인기다. 고택의 도시로 불리는 안동은 전국에 있는 고택 650여 채 가운데 150여 채(23.1%)가 보존돼 있다. 지난해 안동 고택을 찾은 관광객 7만1214명 가운데 3819명(5.3%)이 외국인이었다. 안동의 고택은 오래전 원형을 유지하고 있고 산수(山水)와 어우러져 선현들의 삶을 느낄 수 있다. 전통과 현대를 접목한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거리도 반응이 뜨겁다. 22일 구담정사, 8월 19일 양소당, 9월 9일 경당고택에서는 음악회가 열린다. 클래식과 재즈, 국화차 체험을 여는 고택도 있다.

국내 최초의 고택 리조트 ‘구름에’도 생겼다. 고풍스러운 건축미와 현대적인 편리함을 갖춘 숙박 서비스로 인기를 끌고 있다. 임중한 안동시 체육관광과장은 “선조들의 정신과 지혜를 느낄 수 있어 휴가철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 삼합 피서지 ‘하동’ 지리산-섬진강-섬… 세가지 여행의 즐거움 한꺼번에 해결


대한민국의 알프스로 불리는 경남 하동은 삼합(三合) 피서지로 피서객의 오감(五感)을 만족시킨다. 윤상기 하동군수는 “참살이의 고장 하동만큼 더위를 피하기 좋은 곳도 없다”고 했다. 홍어삼합에서 인용한 삼합 피서지는 산, 강, 바다 삼박자를 갖췄다는 의미다. 국립공원 1호인 지리산, 청정 1급수를 자랑하는 섬진강, 한려해상국립공원의 대도(大島)가 그것이다. 오감은 색깔, 느낌, 맛, 향기, 이야기를 말한다.

윤 군수는 “바다에서 해수욕과 갯벌체험을 하다 섬진강 모래를 밟으며 쌍계사 계곡으로 올라가도 되고 반대로 지리산에서 강을 따라 바다로 내려가도 좋다”고 말했다. 지리산 자락엔 형제봉과 불일폭포, 쌍계사와 계곡, 칠불사, 야생차 시배지(始培地)와 다원, 청학동, 삼성궁, 화개장터 등이 반겨준다. 녹음이 더위를 쫓아낸다.

섬진강에는 남도대교, 하동포구와 평사리 공원, 백사청송(白沙靑松)으로 유명한 하동송림(천연기념물 445호), 하동공원, 백련리 도요지가 유명하다. 시원한 강바람이 일품이다. 한려해상국립공원으로 걸음을 옮기면 금남면 대도마을이 나온다. 대도마을에서는 낚시와 갯벌체험도 가능하다. 신노량항에서 대도아일랜드호가 노량항을 건너 하루 6차례 운항한다.

하동군은 당일과 1박 2일, 2박 3일 등 다양한 코스를 추천하고 있다. 이들 코스에 섬진강과 한려해상국립공원을 추가하면 금상첨화다. 먹을거리로는 재첩국 등 재첩 요리, 참게탕과 참게가리장, 은어회가 유명하다.

● 레포츠 고장 ‘인제’ 내린천 급류 따라 2시간 ‘스릴’… 63m 번지점프는 ‘아찔’

강원 인제군의 내린천 래프팅은 급류에서 맛보는 짜릿한 스릴과 수려한 주변 경관으로 인기를 끈다.

내린천 래프팅은 거리에 따라 4개 코스로 이뤄지지만 수량이 부족할 경우 20km의 장거리 코스는 운항이 어렵다. 원대교∼밤골 7km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코스다. 2시간 정도 계곡을 따라가다 보면 더위도 말끔히 잊는다.

인제읍 합강리에 위치한 번지점프장은 점프대가 63m로 국내 최고 높이다. 발목 또는 허리에 줄을 묶고 뛰어내리면 심장이 쪼그라드는 스릴을 느낀다. 번지점프대 옆에는 동그란 기구를 새총처럼 쏘아 올리는 슬링샷이란 놀이기구가 있다. 2초 만에 45m 높이에 오르는 짜릿한 속도감을 맛볼 수 있다.

인제읍 남북리 나르샤파크에는 줄 없이 뛰어내리는 번지점프 스캐드다이빙이 있다. 곤돌라를 타고 50m 높이까지 올라간 뒤 그물망으로 자유낙하를 하며 스릴을 만끽한다. 인제읍 내린천 수변공원에는 줄을 타고 하늘을 가르는 집트랙이 있고 남면에서는 사륜오토바이와 수륙양용 자동차 아르고를 탈 수 있다. 또 북면 용대 삼거리에는 98m 높이의 매바위를 전문 산악인처럼 등반할 수 있는 시설 아이언웨이가 있다. 기린면에 조성된 모터스포츠 테마파크 인제스피디움에서는 3.908km 서킷에서 레이싱을 즐길 수 있다.


● 동굴의 고향 ‘단양’ 한여름에도 평균기온 15도… “들어가면 나오기 싫어요”


천연동굴은 태양에 데워진 지표면과 달리 평균 온도가 15도를 유지하는 이색 피서지다. 천연동굴에 들어서면 서늘함이 등골에 흐르던 땀을 단번에 식혀 준다.

대표적인 동굴 피서지는 충북 단양이다. 단양은 전형적인 카르스트 지형으로 물과 시간이 빚어낸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석회암 동굴이 180여 개나 있다. 인기가 높은 곳은 맏형 격인 고수동굴(천연기념물 제256호)이다. 이 자연동굴은 길이 1700m로 산속에서 스며든 빗물과 공기가 맞닿아 만든 고드름 모양의 종유석 등이 있어 탐방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마리아상이나 독수리 등을 닮은 바위도 볼거리다. 다만 관람객 편의를 위한 보수공사가 7월 끝날 예정이어서 정확한 정보 확인이 필요하다.

고수동굴이 남성적인 반면 470m 길이의 천동동굴(지방기념물 제19호)은 여성미를 보여준다. 4억5000만 년 전에 생성된 이 동굴은 스며드는 지하수의 양이 적어 종유석 등이 정교한 모양이다. 맑은 지하수가 고인 동굴 연못에는 포도송이가 영글어 가는 듯한 포도구상체를 볼 수 있다.

단양군 영춘면 온달관광지에 있는 온달동굴(천연기념물 제261호)은 석회암층 담백색 종유석 등이 발달해 웅장하고 진입로가 수평이다. 총길이 800m로 1∼3층으로 구분돼 있다. 강원 정선군의 화암동굴은 금광산과 석회석 자연동굴이 어우러진 국내 최초의 테마형 동굴이다.

화암동굴은 여름철 무더위를 한순간에 날려버릴 야간 공포체험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박쥐, 시체, 공동묘지 등의 소품이 설치된다. 올해는 23일부터 8월 21일까지 운영된다.


● 서해 다도해 ‘보령’ 원산도 외연도 등 90여 개 섬… 해산물 등 먹거리도 풍부


미지의 섬을 가는 것은 변치 않는 여름휴가의 재미다. 충남 보령시는 서해의 다도해로 불리는 섬 관광의 메카다. 유·무인도 90여 개가 해안선을 따라 끊어질 듯 이어질 듯 펼쳐져 ‘그 섬에 가고 싶다’는 아련함을 부른다. 이 가운데 15개 유인도는 관광이 가능하다.

대표적인 관광지는 보령의 섬 가운데 가장 큰 원산도다. 민박과 펜션 등 숙박시설이 갖춰진 데다 해수욕장은 눈이 부실 정도로 하얗고 고운 모래가 장관이어서 가족 단위 피서지로 제격이다. 원산도는 해안선을 따라 1.3km²에 걸쳐 푸른 송림이 펼쳐져 있다. 대천항에서 불과 30분 거리이며 하루 6회가량의 배편이 운항한다.

외연도는 하얀 해무가 덮고 있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섬이다. 대천항에서 쾌속선으로도 1시간 반 걸릴 정도로 멀다. 바람이 잔잔한 새벽에는 중국에서 닭 우는 소리가 들린다는 말이 있다. 천연기념물 제136호인 상록수림에는 동백, 후박 등 아름드리 활엽수들이 자란다.

삽시도는 해안을 따라 기암괴석과 울창한 송림으로 둘러싸여 보령의 보물섬이라고 불린다. 황금곰솔 등을 볼 수 있는 삼림욕길과 진너머해수욕장이 장관이다. 배낚시와 갯바위낚시로 우럭과 노래미 등의 손맛을 느낄 수 있어 강태공들의 발길도 끊이질 않는다.

이 밖에 회갈색의 기기묘묘한 바위로 유명한 여우 모양의 호도, 기암괴석과 백사청송의 장고도, 울창한 송림과 몽돌해변의 효자도 등이 있다.



● 낙동강 비경 ‘사하’ 배 타고 철새 도래지 둘러보는 ‘에코문화탐방’ 코스 인기


부산 사하구는 낙동강 일원에서 에코문화탐방을 운영하고 있다. 탐방객들은 배를 타고 낙동강 하구 일대의 비경을 엿볼 수 있다. 탐방객들은 갈대숲과 텃새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

낙동강 하구 탐방은 사하에코문화탐방 코스 중 하나다. 이곳은 국내 최대 철새 도래지의 명성처럼 뛰어난 생태 보고로 알려졌지만 그동안 접근이 어려워 시민들의 아쉬움이 컸다. 사하구는 낙동강 하구 일대의 명소를 알리기 위해 이 코스를 개발했다.

낙동강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는 명소는 을숙도에코센터, 다대포 생태탐방로, 아미산전망대, 감천문화마을이다. 을숙도에코센터는 철새에 관한 정보 제공과 낙동강 하구의 아름다움, 생태환경 보전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홍보관이다. 부산 다대포에 위치한 아미산전망대는 낙동강 하구를 내려다보기 좋은 곳에 자리했다. 낙동강과 바다가 만나는 삼각주를 중심으로 시원하게 펼쳐진 풍경 등 조망이 탁월하다.

사하구는 7, 8월 무더위 때문에 감천문화마을 대신 다대포 낙조 분수대로 코스를 변경했다. 23일과 8월 20일 행사가 예정돼 있다. 참가비는 중학생 이상 1만7000원, 초등학생 이하 1만5000원이다. 안효기 사하구 문화담당 주무관은 “지난해 2차례 시범사업으로 운영했는데 반응이 좋아 올해는 월 1회로 탐방 횟수를 늘렸다”고 말했다.

곡성=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여주=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안동=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하동=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인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단양=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보령=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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