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마켓 뷰]英, 브렉시트에도 금융허브 위상 건재할듯

고영완 삼성증권 런던법인장

입력 2016-06-30 03:00 수정 2016-06-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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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이슈화되기 시작했을 때 정말 영국이 EU를 탈퇴할까 솔직히 의문이었다. 하지만 24일(현지 시간) 투표 결과 탈퇴가 현실화되자 많은 사람이 큰 충격을 받았다. 영국인들은 결국 모험을 선택했고, 전 세계 정치 경제 전반에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물론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정치적 승부수가 패착으로 이어지게 될지는 앞으로의 협상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 브렉시트를 통해 영국 내부에 오랜 기간 쌓여 온 문제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고, 이를 해결하는 계기가 생겼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특히 세대, 계층, 지역 간으로 분열되는 모습은 영국의 숙제로 남게 됐다. 개표 결과 발표 후 만난 영국인 노교수는 당당히 탈퇴에 투표했음을 밝히며 “EU 때문에 영국의 국권이 간섭받고 제대로 발전할 기회를 여러 번 놓쳤다”고 말했다. 또한 “이민자가 영국 국민이 낸 세금 혜택을 고스란히 받아 간 부분이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젊은층 또는 자녀가 있는 맞벌이 부부는 “영국도 유럽에 속해 있으며 많은 혜택을 받아 왔는데, 탈퇴를 지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허탈해했다.

영국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결국 경제와 돈이 투표 향방을 결정지은 요소라고 여겨진다. 브렉시트에 대한 여론의 방향도 경제적 효과에 따라 갈릴 것이다. EU 탈퇴로 경제적 이익이 약화된다면 브렉시트에 대한 회의론과 재투표 및 EU 재가입을 향한 목소리가 커질 것이다. 반대로 금융위기 이후 빠르게 경제가 회복한 영국이 금융허브로서 양질의 일자리를 독점하며 안정적 성장을 누리게 되면 브렉시트 반대파의 목소리는 수그러들 것이다.

금융권에서 관심을 갖는 이슈 중 하나는 글로벌 금융사들이 런던을 떠나 프랑스 파리, 독일 프랑크푸르트 등으로 이전할지 여부다. 현지에서는 수십 년간 쌓인 런던의 금융 인프라, 영어의 편의성 등을 포기하고 다른 나라로 떠나기는 무리라는 의견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런던이 갖고 있는 금융허브로서의 위상이 브렉시트에도 불구하고 재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 외부로는 EU라는 거대 단일시장이 붕괴될 리스크(위험)를 안게 됐다. 당장 EU 회원국 가운데 EU의 과실을 공유하지 못했던 그리스, 극우 정당 돌풍이 불고 있는 오스트리아 등이 추가 이탈자로 거론되는 형국이다. 극단적인 사람들은 수년 내 EU 체제가 붕괴될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를 내놓고 있다.

가장 어렵고 복잡한 이혼이라는 표현처럼, 긴 줄다리기가 될 것이다. 협상은 최소 2년에서 길게는 10년까지 걸릴 것으로 보이며, 세계 경제는 불확실성의 위험에 노출될 것이다. 또한 9월 초 차기 영국 총리가 선출되면 EU와의 협상에 앞서 지역별, 계층별로 분열된 의견을 모으는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영국인들의 진짜 속내와 협상 방향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브렉시트 선택과 EU와의 협상 결과가 역사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흥미롭다.

고영완 삼성증권 런던법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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