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매거진]인간의 욕망을 담은 디저트… 진화는 계속된다

한우신기자

입력 2016-06-23 03:00 수정 2016-11-23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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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 문화와 트렌드
디저트 역사 문명사회 태동때 시작…고대 그리스 철학자 시인들이 즐겨
중세 땐 유럽 귀족들의 쾌락 수단…산업혁명 이후 대중에게 널리 퍼져
‘더 나은 나’ 꿈꾸는 욕망과 맞닿아…프리미엄 디저트 브랜드 경쟁 후끈


▲ CJ제일제당 ‘에끌레어’
“디저트 할까?”

여러 의미가 담겼다. 상황에 따라 다른 말이다. 장소가 어딘지. 시간이 언제인지. 무엇보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 디저트는 시대에 따라 달랐다. 설탕과 크리머를 섞은 인스턴트 커피가 한때는 디저트의 대명사였다. 지금은 아니다. 형형색색의 재료들이 어우러진 디저트가 우리를 유혹한다. 디저트 앞에 ‘밥보다 비싼’이란 수식어도 이제는 식상하기까지 한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디저트, 인간의 고급 욕망

롯데백화점 ‘위고에빅토르’
‘디저트’의 어원은 ‘테이블을 치운다’라는 뜻의 프랑스어인 ‘Desservir’에서 유래했다. 식사 마지막 단계에서 먹는 것이란 뜻이 담겼다. 디저트의 역사는 문명사회가 태동하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그리스 시대 소크라테스 같은 철학자와 시인들은 자주 향연을 열었다. 이들은 식사 후에 치즈와 말린 무화과 등을 즐겼다고 한다. 중세 시대 디저트는 유럽 귀족들의 쾌락을 위한 수단이었다. 식사 중간 ‘눈으로 즐기는’ 요리로써의 역할을 수행했다.

선택받은 자만 즐기는 것이었던 디저트는 산업혁명 이후 대중에게 퍼졌다. 촉매제는 설탕이었다. 그 마법의 가루가 보급되며 디저트 문화는 급속하게 퍼졌다. 미식 역사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음식을 차례차례 내놓는 러시아식 식문화가 전 유럽에 퍼진 19세기경 오늘날의 디저트 문화가 자리 잡았다고 본다. 디저트 하면 쉽게 떠올리는 케이크와 푸딩 등을 즐기기 시작한 게 이때다.

아시아에 디저트 문화가 도입된 시기는 서양에 디저트 문화가 정착된 이후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 이후 서양 문물과 함께 디저트를 들여왔다. 현재 일본은 특유의 장인 정신과 섬세한 기술 등을 결합해 프랑스 같은 디저트 종주국을 위협하는 디저트 강국으로 자리 잡았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홍콩과 싱가포르에는 영국인의 전통적인 식습관인 ‘애프터눈 티(afternoon tea)’가 보편화돼 있다.

한국도 지금의 디저트와 비슷한 개념으로 식사 후에 떡이나 한과, 약과를 즐기던 시절이 있었다. 물론 일부의 얘기다. 일제 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는 빈곤의 시간동안 디저트의 개념은 희미해졌다. 배고팠던 시절을 지나고 경제적 여유를 찾으면서 디저트 문화는 부활했다. 미식 연구가들은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거치고 1990년대 들어서, 매일 끼니로 먹는 주식 외에 다른 무언가를 즐기는 여유가 생겼다고 말한다.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프랜차이즈 빵집들이다. 1988년 파리바게뜨, 1997년 뚜레쥬르가 처음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는 매일 매장에서 직접 굽는 빵을 선보였다. 이를 통해 사람들의 인식 속에 ‘빵이라고 다 같은 빵은 아니다’는 인식이 생겨났다. 2010년대 프랜차이즈 빵집의 가격을 훌쩍 뛰어넘는 디저트 매장들이 전국 곳곳에 생겨났다.

“글쎄요. 굳이 차이를 말하라 하면…. 슈퍼에서 파는 공장 빵은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함이고 고급 디저트 매장에서 파는 빵은 제 가슴을 채우기 위함이라고 할까요.”

밥보다 비싼 디저트를 먹는 게 행복하다는 한 여성의 말이다. 인류의 물질적 풍요와 디저트는 그 발걸음을 같이했다. 디저트는 한 단계 더 나아간 인간의 욕망을 담고 있다. 아직 배가 차지 않았다면 밥을 더 먹어도 된다. 하지만 우리는 굳이 예쁘게 꾸며놓은 디저트를 찾는다. 디저트가 지금보다 ‘더 나은 나’를 만들어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인지 모른다.


뜨거운 디저트 경쟁

현대백화점 ‘매그놀리아 베이커리’

더 나은 모습을 꿈꾸는 욕망과 맞닿아 있는 디저트가 갈수록 진화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백화점과 식품회사들이 이를 놓칠 리 없다. 백화점들은 경쟁적으로 국내외의 이색 디저트 매장을 선보이고 있다. 식품 대기업들은 새로운 디저트에 호기심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이를 친숙한 상품으로 만들어낸다.

롯데백화점이 지난해 말 선보인 ‘위고에빅토르’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프리미엄 디저트 브랜드다. 천연 과일 등으로 만든 상큼한 맛과 디자인의 타르트, 파리에서 3대 마카롱으로 꼽는 마카롱, 아시아 최대의 초콜릿 축제인 도쿄 ‘살롱드쇼콜라’에서 지난해 매출 1위를 기록한 초콜릿 등 다양한 디저트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베이크(BAKE)’는 일본에서 시작된 치즈타르트 전문 브랜드다. 베이크 치즈타르트는 3가지 훗카이도산 치즈로 만든 진하고 부드러운 치즈 크림과 촉촉한 식감의 쿠키 시트가 장점이다. 블로그에서 최고의 치즈타르트로 극찬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국내산 디저트도 있다. 부산지역 명물 빵집으로 서울에 입성한 ‘옵스’는 케이크와 쿠키, 만주, 정통 빵 등 다양한 빵류와 디저트 상품을 선보인다. 대표 메뉴는 바삭한 슈에 바닐라 크림을 가득 넣은 슈크림과 다양한 맛의 속 재료를 가득 채운 갓 구운 크로켓, 바삭한 시트에 달콤하고 향기로운 사과를 채운 사과파이 등이다.
현대백화점 ‘매그놀리아 베이커리’

현대백화점 판교점이 국내 최초로 선보인 ‘매그놀리아 베이커리’는 1996년 미국 뉴욕 맨해튼에 1호점을 개점한 이후, 정통 미국식 베이커리 컵케이크로 미국 일본 러시아 등 7개 국가 19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매그놀리아(Magnolia)’는 목련이라는 뜻인데 이름처럼 아름다운 모양의 컵케이크들이 사람들을 유혹한다. 현대백화점의 ‘몽슈슈’는 일본 최고의 생크림 롤케이크 전문점으로 꼽힌다. 하루 1만 개 이상의 판매기록을 세운 몽슈슈 도지마롤이 회사의 상징이자 오사카의 명물이다. 현대백화점에 3개 매장에 있는 피에르에르메는 프랑스 디저트 브랜드로 프랑스 정부가 수여하는 최고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를 받은 최정상급 파티시에가 만든 마카롱 페이스트리 등이 대표 제품이다.

신세계백화점은 본점 신관 지하 1층에 초콜릿계의 에르메스로 통하는 프랑스 최고 명품 초콜릿 ‘라메종뒤쇼콜라’를 국내 최초로 정식 입점시켰다. 라메종뒤쇼콜라는 연 200회 이상의 테스트를 거치는 등 초콜릿 장인 정신이 담긴 초콜릿으로, 세계 38개국에 매장을 운영할 만큼 뛰어난 맛과 작품성을 자랑한다. 일본 홋카이도 오타루에 본사가 있는 디저트인 ‘르타오 치즈케이크’도 신세계백화점에서 볼 수 있다. 홋카이도의 생크림에 호주산 크림치즈와 이탈리아 마스카르포네 크림치즈를 사용해 아이스크림처럼 사르르 녹는 맛이 일품이다.

CJ제일제당 쁘띠첼이 최근 선보인 ‘에끌레어’는 고급 디저트를 보다 손쉽게 맛보고픈 욕망을 실현한 제품이다. 프랑스어로 번개라는 의미의 에끌레어는 ‘너무 맛있어서 번개처럼 먹어 없어진다’는 뜻에서 붙여졌다. 기다란 패스트리 빵 안에 슈크림을 채우고 표면에 초콜릿을 입혔다. 일부 백화점 매장과 이태원 압구정동 등에 있는 디저트 전문 매장에서 맛보던 것이었는데 이제는 편의점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과거에는 보기 힘든 디저트를 선보이는 매장이 늘어갈수록, 식품기업들이 이를 범용 상품으로 내놓을수록 희소성이 떨어진다며 아쉬워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우리의 욕망이 진화하는 만큼 디저트도 더 맛있게, 더 예쁘게 진화할 것이다. 우리는 자신의 욕망의 끝을 본 적이 없지 않은가.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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