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조사 타이밍 보고있다”… 일감 몰아주기 칼 빼든 공정위

박민우기자

입력 2016-06-21 03:00 수정 2016-06-2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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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인터뷰]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20일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대기업집단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는 큰 폐해”라며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며 기업들 스스로도 자정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공정거래위원회가 롯데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조사에 착수한다. 롯데그룹 계열의 물류 운송 기업인 롯데로지스틱스가 지난해 국내 매출 2조8451억 원의 92%를 코리아세븐 등 그룹 내 다른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해 올렸다는 혐의다. 다만 현재 진행 중인 검찰의 롯데 일감 몰아주기 관련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조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20일 서울 중구 공정거래조정원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조사)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다”며 “검찰 수사와 시차를 두고 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검찰뿐만 아니라 공정위까지 조사에 나서면서 롯데그룹에 대한 사정 당국의 압박 수위도 한층 높아지게 됐다. 다음은 정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검찰이 공정위보다 먼저 롯데그룹의 일감 몰아주기를 수사하고 있는데….

“모니터는 계속하고 있었다. 지금 검찰에서 수사하고 있는데 공정위가 똑같이 치고 들어가 조사하는 건 타이밍이 적절치 않다. 검찰의 일감 몰아주기 수사가 끝나면 우리가 들여다볼 것이다.”


―다른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조사 상황은….

“현대 한진에 이어 한화, 하이트진로, CJ 등 일감 몰아주기 관련 현장 조사를 나갔던 대기업집단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안건이 상정될 예정이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40개 대기업집단에 대한 자료를 받아 분석에 들어갔다. 분석 과정에서 먼저 결과가 나오는 것 중심으로 조사를 확대하고 있다.”


―현대그룹도 총수 일가를 사법처리하진 못했다. 사실상 제재 실효성이 낮은 것이 아닌가.

“총수 일가를 고발하기 위해서는 총수 일가가 직접 지시하거나 관여한 사실을 확인해야 하는데 총수 일가의 지시나 관여는 통상 구두, 메모 등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은밀하게 이뤄진다. 다만 총수 일가 고발 외에도 지원받는 회사에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하는 규정이 있다. 또 언론에 공개되면 그 다음부터는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보이지 않는 감시와 제재를 받기 때문에 기업들 스스로가 자체 시정 조치를 할 수밖에 없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기업결합 심사는 왜 늦어지고 있나.

“3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곧 심사보고서가 나올 것 같다고 했는데 상황이 변했다. 보통 매년 말 미래부와 방송통신위원회에서 통신, 방송시장 경쟁 상황 평가 보고서가 나오는데 올해는 3월 말 발간됐다. 시장 상황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보고서로 최근 동향을 검토하느라 시간이 걸리고 있다. 또 4, 5월 미국(차터-타임워너케이블)과 유럽(O2-스리)에서 참고할 만한 기업결합 사례가 나와 이를 검토하는 데도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이례적으로 오래 걸린다는 지적이 많다.

“이번 건은 방송-통신 간의 최초 결합으로 선진국에서도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결합이다. 이를테면 방송-통신 상품의 끼워 팔기에 따른 시장 효과를 감안해서 경쟁 제한성을 판단해야 하는데 단시간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 상향 조정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이 지시하고 나서야 뒤늦게 개선했다 비판이 있다.

“우리 경제 규모가 달라지다 보니 기준 변경에 대한 기대 수요가 지속적으로 있었고 내부적으로도 여러 차례 검토해 왔다. 다만 이 문제는 파급 효과가 커 공격적으로 치고 나갈 수 없었다.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는데 카카오, 셀트리온이 신규 지정된 금년 4월에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대통령은 ‘주마가편(走馬加鞭)’ 하신 것인데 공정위가 손놓고 있다가 급조했다는 비판은 아쉽다.”


―이번 정부의 경제민주화 과제인 중간금융지주 회사 도입은 추진하나.

“19대 국회에서 도입이 무산됐는데 짧은 시일 내에 20대 국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출자 구조가 복잡한 대기업집단에 대한 국민 감시 효율을 높이기 위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도록 유도해 왔고 실제로 많은 기업이 지주회사 체제로 바뀌었다. 문제는 대기업집단에 해당되는 기업들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려고 해도 금산분리 원칙 때문에 실익이 없다는 점이다. 일반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소유를 인정하는 중간금융지주가 그 대안이 될 수 있지만 대기업집단에 특혜를 주는 것이라며 야당의 반대가 있었다. 20대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잘 설득하겠다.”


―하반기(7∼12월)에 역점을 두는 사안은….

“범정부 소비자 피해 방지 종합 지원 시스템인 ‘소비자행복드림’(가칭)이 제대로 만들어진다면 그게 공정위원장으로서 나의 할일이라고 생각한다. 소비자행복드림은 소비자 관련 정보를 가진 15개 기관과 75개 피해 구제 기관의 방대한 빅데이터를 하나로 연결해 시스템화하는 작업을 거쳐 내년 말 완료 예정인 사업이다. 올해 말까지는 시범 운영을 시작할 계획이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경제적 ‘갑을 관계’를 해소하기 위해 하도급, 가맹, 유통 분야의 불공정거래도 철저히 조사할 방침이다.”

세종=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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