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명의 프리킥]롯데 수사, 검찰의 칼끝이 향하는 곳은?

허문명 논설위원

입력 2016-06-17 03:00 수정 2016-06-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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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의도가 없는 재벌 수사는 본 적이 없다. 롯데 수사도 결국 정치권을 향하게 될 것이다.” 지금은 정치권에 몸담고 있는 판사 출신 인사의 말이다.

롯데에 대한 세간의 평가가 곱지 않은 이유는 폐쇄적인 문화, 황제 경영, 가족의 내분 등도 있지만 그룹 성장사가 정경유착사인 것도 큰 이유 중 하나다. 부동산과 유통이 주종인 업(業)의 본질상 정부 인허가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받은 특혜와 지원은 새삼 언급할 필요도 없다. 전두환 대통령 때는 제2롯데월드 용지 매입 특혜 의혹이 일었고 노태우 대통령 때도 신격호 회장이 직접 대통령을 만나 “잠실 롯데월드를 100층으로 짓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소통령’으로까지 불렸던 김영삼(YS) 대통령의 아들 현철 씨의 장인은 롯데그룹 실세 전문경영인이었던 김웅세 전 롯데물산 사장이다. YS 때 롯데호텔 한 층을 비밀 사무실로 썼던 현철 씨를 만난 적이 있다는 공기업 출신 인사는 “청와대가 내려다보이는 방에서 아버지와 직접 통화하던 현철 씨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며 “이런 사위를 둔 장인의 위세는 롯데 안에서 형제들도 함부로 못 할 정도로 실로 대단했다”고 전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오른팔이었던 안희정 충남지사는 2002년 대선 때 롯데로부터 6억5000만 원을 받았다.

지금 검찰이 재계 5위 재벌 기업을 털고(?) 있는 것이 대통령에게 사전 보고가 되지 않았다거나 지시를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대통령과 청와대의 의도는 무엇이고 칼끝은 어디를 겨냥한 것일까.

우선은 오너들이 직접 대상이 될 것이다. 내부 관계자 말이다. “밖에선 신동주 동빈 형제 싸움 같아 보이지만 맏딸 신영자, 부인 서미경 씨까지 낀 4파전이다. 내분으로 많은 경영 정보가 검찰에 직접 전해진 것 같고 그 결과 롯데는 쑥대밭이 되었다. 회사 앞날이 캄캄하다. 모두 신 회장이 후계구도 교통정리를 미리 하지 못해 자초한 일이다.”

비자금 조성과 사용처가 중심이 될 수사는 정치권까지 향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박근혜 정부가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해 ‘통치권적’ 차원의 사정 정국을 조성하고 있다는 얘기가 야권 쪽에서 흘러나온다. 제2롯데월드를 허가한 이명박(MB) 정권의 실세들과 장성들은 당연히 표적이 될 수 있다. 야권, 혹여 안 지사처럼 친노 인사들이 튀어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이렇게 되면 롯데 수사는 여권과 야권까지 겨냥하는 양수겸장 수사로 성격이 바뀐다.

신동빈 회장의 최측근인 소진세 대외협력단장과 제2롯데월드 사업을 지휘한 노병용 롯데물산 사장이 현 정권 최고 실세인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와 대구고 동문이며 정기모임(대구 아너스 클럽) 멤버라는 사실도 촉각을 곤두세우게 한다. 이들의 역할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이미 2013년 롯데 세무조사 때부터 정권 실세들이 롯데를 비호해 추징금 납부에 그쳤다는 식의 소문이 파다했다. 지금 친박 내부에선 총선 참패 책임과 KDB산업은행 부실 감독의 핵심으로 ‘최경환 책임론’이 힘을 얻어가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전방위 롯데 수사의 전망은 어떨까. 낙관적이지 않다. 포스코 KT&G(옛 담배인삼공사) KT 수사처럼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 비자금 수사란 게 원래 입증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정당국 사령탑으로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검찰 수뇌부는 사정의 칼날이 예기치 않은 부메랑이 되어 정권 자신을 향했던 지난날의 사례를 되새기기 바란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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