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중재는커녕… 더민주 최인호 “탈락땐 불복종 운동” 갈등 부추겨

강성명 기자 , 고성호 기자

입력 2016-06-15 03:00 수정 2016-06-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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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권 신공항 갈등]부산 집회에 여야의원 대거 참석
“밀양은 경쟁상대 안돼” 거친 발언
국가 대계를 지역구 밥그릇 취급 “정치권 손떼야” 여론 높아져


“밀양은 애초에 경쟁상대가 안 된다. 경쟁을 붙인 정부의 잘못이 크다.”(새누리당 하태경 의원)

“불공정 용역으로 밀양이 결정된다면 불복종 운동을 해야 한다.”(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

14일 오후 부산 중구 옛 미화당백화점 앞 사거리. 영남권 신공항의 부산 가덕도 선정 추진을 위해 3만여 명(경찰 추산 1만50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부산지역 여야 의원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 현장에는 새누리당 부산시당위원장인 김세연 의원과 유재중 이진복 배덕광 의원, 더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인 김영춘 의원과 김해영 의원 등이 참석했다.

정부의 영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발표를 앞두고 정치권이 지역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신공항 선정을 놓고 집안싸움이 점입가경이다. 가덕도를 지지하는 부산지역 의원들은 3월 29일 대구가 지역구인 친박(친박근혜)계 조원진 의원의 ‘선물 보따리’ 발언을 문제 삼았다. 조 의원이 총선 선거대책위 발대식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대구에 선물 보따리 여러 가지를 준비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고 말한 것을 두고 신공항 입지가 경남 밀양으로 선정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조 의원은 “신공항과는 전혀 다른 문구다. 용역 진행 사항도 전혀 모른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부산지역 의원들은 조 의원의 발언을 문제 삼아 1일 정진석 원내대표와 면담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섰다. 대구경북 지역 의원들도 다음 날 정 원내대표와 만나며 맞대응했다. 해당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14일 국회에서 신공항 입지 선정과 관련해 새누리당 영남권 의원들을 상대로 비공개 개별 보고를 하려다 돌연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야권도 갈등을 부채질하는 모습이다. 차기 대선 주자로 분류되는 더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최근 가덕도 신공항 후보지를 찾아 “부산 시민은 입지 선정 절차가 객관적으로 공정하고 투명하게 되고 있느냐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며 사실상 가덕도에 힘을 실어줬다. 다만 대구가 지역구인 더민주당 김부겸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비전문가인 정치인들이 정치적 사안으로 몰고 가면 안 된다”며 “전문가들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김익기 한양대 교수(교통·물류공학과)는 “정치권이 용역 결과에 대한 신뢰성을 흐려 놓고 있다”며 “이제 국민도 결과가 객관적인 분석이라고 믿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권은 유치 경쟁을 자제하고 객관적 지표를 통해 결과가 나오면 승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영진 한국갈등해결연구원장도 “대중을 선동하지 말고 결과가 타당성 있게 조사된 것인지 차분하게 검증한 뒤 문제가 있으면 지적하는 방식으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인이 갈등의 증폭자가 아니라 중재자로 해당 지역 주민의 불만을 달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 부산=강성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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