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와 관객이 한 무대에… 극 속에 들어와 있는 듯 몰입

김정은기자

입력 2016-06-14 03:00 수정 2016-11-23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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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 연극 ‘사이레니아’
‘카포네 트릴로지’ 연출가 콤프턴 作
30명만 관람 가능한 이색적 무대… 입소문 타고 1차 오픈 티켓 매진


연극 ‘사이레니아’의 한 장면. 10평 남짓한 공간에 무대와 객석을 함께 배치해 극에 대한 몰입감을 극대화 한다. 스토리피 제공
손 내밀면 닿을 곳에 배우가 있다. 10평(약 33m²) 남짓한 무대 사방에 객석 의자가 옹기종기 놓여 있다. 관객은 ‘내가 또 다른 배우인 양 주연 배우들과 무대 위에 함께 서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 아니, 착각이 아니다. 배우와 관객이 무대라는 한 공간에 존재한다.

연극 ‘사이레니아’ 얘기다. 초연 작품이지만 연극 마니아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1차로 티켓이 오픈된 모든 공연이 매진됐다. 원작자 제스로 콤프턴에 대한 기대와 이색적인 무대가 관객의 구미를 당긴 것으로 보인다. 영국 출신인 콤프턴은 지난해 국내 초연돼 전석 매진된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의 연출가이기도 하다. 14일 개막을 앞두고 언론에 공개한 ‘사이레니아’를 미리 맛봤다.

1987년 폭풍우가 몰아치던 날, 영국의 블랙록 등대. 등대지기 아이작 다이어 눈에 등대 근처 바위에 쓰러져 있는 여성 모보렌이 들어온다. 모보렌은 그의 도움으로 잃었던 의식을 되찾는다. 오랜만에 사람을 만나 대화를 나눠서일까. 다이어는 마치 오래된 친구를 만난 것처럼 자기 아버지와 수년 전 바다에 빠져 죽은 연인에 대한 이야기를 모보렌에게 털어놓는다.

반전은 모보렌의 뜬금없는 고백이다. 다이어는 모보렌과의 대화에서 수년 전 바다에 빠져 죽은 옛 연인의 죽음의 비밀을 알게 된다. 폭풍우가 거세지면서 등대 안으로 바닷물이 거세게 밀고 들어온다. 두 사람은 작은 배에 몸을 실어 탈출을 감행하지만, 이후 이들의 행방은 아무도 모른다. 원작은 20분가량의 단막극이지만, 국내 공연은 이오진 작가의 각색을 통해 70분으로 늘었다.

무대에 놓인 객석은 고작 30개에 불과하다. 30명의 관객 앞에서 단 두 명의 배우가 열연을 펼친다. 무대에 배우와 관객이 함께 있다 보니, 극에 대한 몰입도가 높다. 아이작 다이어 역의 홍우진의 연기는 초반부에 지나치게 힘이 들어간 모양새였다. 여주인공인 모보렌 역의 전경수는 풍부한 감정 연기가 돋보였다. 14일부터 8월 15일까지 대학로 TOM(티오엠) 연습실 A, 전석 3만5000원. 02-541-2929 ★★★(★5개 만점)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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