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초, 2초, 3초…75초, 한국 우주강국 도약 꿈 불뿜다

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16-06-10 03:00 수정 2016-11-23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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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우연, 75t급 엔진 연소시험 성공… 2020년 한국형 발사체 첫 발사 계획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8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한국형 발사체에 들어갈 75t급 액체엔진을 75초 동안 연소시키는 데 성공했다. 3000도의 열기를 식히기 위해 뿌린 물 때문에 거대한 수증기 기둥이 솟구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8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엄청난 굉음과 함께 75t급 액체엔진에 불이 붙었다. 75t급 엔진은 한국형 발사체의 1, 2단에 장착된다. 안전상의 이유로 약 1km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는데도 엔진이 연소하면서 내뿜는 진동은 고스란히 느껴졌다. 열기를 식히기 위해 뿌린 물이 3000도의 화염을 만나면서 거대한 수증기 기둥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엔진 안에서는 연료인 케로신(등유)과 산화제인 액체산소가 1초에 225kg씩 섞여 타면서 엄청난 화염을 만들어 내는 중이다. 이 힘들을 모아 한국형 발사체는 지구를 박차고 우주로 솟아오를 수 있다.

1초, 2초, 3초…. 75초 동안 이어진 연소 시험이 성공적으로 끝나자 박수가 나왔다. 실제 발사에서 75t급 엔진은 143초 동안 타야 한다. 이제 ‘절반의 시간(half duration)’까지 성공한 셈이다.

김진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 발사체엔진개발단장은 “한때 고생했던 연소불안정 문제를 완전히 해결했다”며 “이번 시험 데이터를 꼼꼼히 분석해 143초까지 연소하는 시험(full duration)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은 9번째 연소 시험. 항우연은 연소 시험을 총 260회 진행할 계획이다.

한국형 발사체 1단에는 75t급 엔진 4기가, 2단에는 1기가, 3단에는 7t급 액체엔진 1기가 달린다. 이 정도면 1.5t급 실용위성을 지구 저궤도(600∼800km)에 올려놓을 수 있다. 7t급 엔진은 지난해 12월 100초 연소 시험에 성공하면서 안정성을 확보했다. 정부는 2019년 예비 발사를 진행한 뒤 2020년 한국형 발사체의 첫 발사를 시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내년 12월에는 시험용으로 75t급 액체엔진과 7t급 액체엔진을 하나씩 단 시험 발사체를 먼저 쏘아 올린다.

고정환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한국형 발사체 개발 사업을 통해 로켓 개발에 필요한 다양한 시험설비를 갖추게 된 만큼 최대 150t급 엔진을 개발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2020년 발사될 한국형 발사체에는 달 궤도선과 착륙선이 실린다. 처음 시도하는 달 탐사인 만큼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기술협력도 진행한다. 2018년 해외 발사체에 실어 보낼 550kg급 시험용 달 궤도선에는 NASA의 탑재체를 함께 싣는 대신 NASA에서 달 궤도 진입에 필요한 궤도선 추적과 심우주 항법 등을 지원받는다.

최기혁 항우연 달탐사연구단장은 “궤도선에 탑재할 과학탑재체 3종을 이미 선정했으며, 올해 말까지 달 궤도선 시스템 설계를 마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흥=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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