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주식 대박’ 검사장 거짓말 감싼 靑-檢 무책임하다

동아일보

입력 2016-06-06 00:00 수정 2016-06-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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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게임업체 넥슨의 주식 80만여 주를 팔아 126억 원을 챙긴 진경준 검사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의 주식 매입 자금이 넥슨에서 나온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그는 3월 재산 공개 때 자기 돈으로 주식을 샀다고 해명했다. 4월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조사에서는 개인 자금과 장모에게 빌린 돈이라고 말을 바꿨다. 이후 공직자윤리위가 그의 금융 거래명세를 확인하니 넥슨으로부터 4억2500만 원을 송금받아 주식을 산 뒤 갚은 사실이 밝혀졌다. 결국 거짓말이 들통 난 것이다.

진 검사장의 주식 대박으로 2005년 넥슨의 비(非)상장주식 1만 주 취득 배경과 자금 조달 등에 대한 해명 요구가 빗발쳤지만 그는 4월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며 사표를 내려 했다. 당시 대통령민정수석실 관계자는 ‘자기 돈으로 주식에 투자한 게 무슨 문제가 되느냐’며 진 검사장 역성을 들었다고 한다. 법무부는 사표를 수리하려다 여론이 들끓자 물러섰지만 징계는 마냥 늦추고 있다. 그 사이 진 검사장과 넥슨 창업주인 김정주 회장이 서울대 86학번으로 친밀한 관계임이 알려지고 주식 매입과 처분 과정에서 미공개정보 이용과 스폰서 관계 의혹까지 거론됐다. ‘개인 간 거래’라며 선을 긋던 넥슨은 공직자윤리위 감찰 결과가 나온 4일에야 회삿돈을 무이자로 빌려준 사실을 인정해 기업윤리에 먹칠을 하게 됐다.

처음부터 진 검사장 거짓말을 믿었던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은 아무런 견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공직자윤리위의 징계 요청을 받은 법무부가 경징계를 내리고 사표를 수리한다면 특검으로 갈 수밖에 없음을 알아야 한다.

홍만표 변호사의 ‘전관예우 몰래 변론’과 진 검사장의 ‘거짓말 시리즈’로 검찰 신뢰도는 추락할 대로 추락했다. 진 검사장이 챙긴 시세차익은 넥슨이 바친 뇌물과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검찰은 배임이나 뇌물 혐의는 공소시효가 끝났다며 방패막이에 급급하다. 넥슨 주식을 보유한 상태에서 금융 수사를 전담했던 진 검사장의 스폰서 특혜 등을 한 점 의혹 없이 밝혀내지 못하면 검찰도 한통속이라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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