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가방끈 긴 CEO, 연봉 높지만… 성과와는 별 상관없어

김현경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연구교수

입력 2016-06-03 03:00 수정 2016-06-03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미국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예일대 졸업장 및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졸업장을 가지고 있었지만 ‘똑똑한 대통령’ 이미지는 얻지 못했다. 오히려 대통령으로서의 자질과 역량 부족을 드러내는 일들을 통해 고학력 지도자에 대한 환상을 무너뜨리는 데 일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은 여전히 수준 높은 대학 교육이 지도자의 능력을 보증한다고 여기는 듯하다. 2009년 뉴욕타임스에 ‘미국 하원에서 학사학위를 갖고 있지 않은 의원 비율이 5% 미만’이라는 기사가 실렸는데, 정치 지도자라면 마땅히 최소한 대학 졸업장은 있어야 한다는 댓글이 줄줄이 달린 적이 있다.

학력과 리더의 역량은 정말 상관관계가 있는 것일까? 니컬러스 칸스 미국 듀크대 교수 연구팀은 과연 대학을 졸업한 리더들이 그러지 못한 리더들에 비해 더 높은 역량과 성과를 보였는지에 대해 검증했다. 우선 1875년부터 2004년까지 228개국에서 ‘전임 지도자의 유고로 갑작스레 정권이 교체된’ 사례 위주로 대학을 졸업한 지도자와 그러지 않은 리더의 경우를 나눠 정권교체 후 5년간의 성과(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생산성 등)를 비교했다. 분석 결과 지도자의 대학 졸업 여부와 성과 간에는 큰 상관관계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지도자의 학력과 정치적 역량 간에도 뚜렷한 상관관계는 존재하지 않았다. 연구팀이 1901년부터 1996년 사이에 초선으로 선출된 미국 하원의원들의 학력과 입법 통과율, 재선 성공률 등의 지표 간 상관관계를 분석했는데, 대학 교육을 받은 의원들이 그러지 않은 의원들보다 더 나은 결과를 보였다는 통계적 결론은 얻을 수 없었다.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한 비슷한 연구에 관해 알고 있는 독자라면 이런 결과가 그리 놀랍지 않을 수 있다. 2006년의 한 연구에서 이미 고학력의 CEO가 더 큰 수익을 내지는 못한다는 결과가 발표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고학력 CEO일수록 연봉은 높았다고 한다. ‘인적 자본’에 대한 기대와 현실 간에 괴리가 존재한다는 얘기다. 과연 훌륭한 인재의 잠재력을 평가하기 위해 살펴봐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에 대해 보다 깊은 고민과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김현경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연구교수 fhin@naver.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