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평양…” WP기자 14분 페북 생방송

정세진기자

입력 2016-05-09 03:00 수정 2016-05-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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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실시간 동영상으로 진화

“북한에 관한 질문에 답하겠습니다.”

북한의 제7차 노동당 대회를 하루 앞둔 5일 밤. 페이스북의 실시간 동영상 서비스인 ‘라이브’에서는 애나 파이필드 워싱턴포스트(WP) 기자가 평양에서 약 14분간 생방송을 진행했다. 양각도 호텔 너머의 야경을 스마트폰으로 보여준 그는 “북한 당국이 이 생방송을 보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묵고 있는 호텔을 ‘감옥’에 비유하기도 했다. 이날 ‘은둔의 왕국’으로 불리는 북한의 모습이 온라인에서 생생하게 노출됐다.

방송인 하하 씨가 트위터의 생방송 서비스인 ‘페리스코프’를 통해 팬들과 실시간으로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트위터코리아 제공
글과 사진 위주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실시간 동영상 서비스 도구로 진화하고 있다. 파이필드 기자가 사용한 라이브는 지난달 8일 페이스북이 일반 사용자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실시간 동영상을 안정적으로 제공해 줄 수 있는 통신기술이 마련된 데다 사용자들 역시 정제된 내용이 아닌 ‘날것’ 그대로의 서비스를 선호하면서 SNS의 실시간 동영상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른 것이다.


○ SNS 새 강자…실시간 동영상

“냉장고 문이 열린 것 같아요….”

20대 총선의 선거운동이 한창이던 3월 18일. 같은 달 1일부터 ‘안철수, 국민 속으로’라는 동영상 캠페인을 시작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트위터의 실시간 동영상 서비스인 ‘페리스코프’에서 방송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때 방송 참가자 일부는 생방송 화면 뒤쪽에 있는 냉장고의 문이 열려 있는 게 아니냐는 논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지지를 호소하는 내용과는 다소 동떨어져 있었지만 이 해프닝은 트위터와 유튜브 등을 통해 공유되면서 안 대표의 생방송 속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였다.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생방송의 몰입도가 그만큼 강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안 대표는 처음에는 페리스코프로 생방송을 시작했고, 이어 페이스북 라이브를 같이 사용하면서 지지층과의 접촉을 확대했다.

소셜미디어 컨설턴트인 스토리닷의 유승찬 대표는 “안 대표는 쉰 목소리로 생방송 시청자들이 올리는 글을 직접 읽으면서 답하는 모습을 보여줘 지지자들에게 지지할 이유와 명분을 줬다”며 “지지율도 생방송을 시작하면서 꾸준히 올라갔다”고 분석했다.

SNS 전문가들은 20대 총선에서 야당 성향의 지지 세력을 결집시키는 데 최근 등장한 실시간 동영상 서비스가 일정 부분 역할을 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국내 SNS 이용자는 최근 5년간 급증하면서 지난해 기준 43.1%를 돌파했다. 이 덕분에 정치인들뿐 아니라 연예인들 역시 생방송을 통해 팬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종관 미디어미래연구소 센터장은 “비슷한 취향의 사람들이 서로 소통하면서 진행하는 생방송은 새로운 시대의 미디어를 예고하고 있다”며 “결국 기존 미디어들과 시청자를 놓고 시간 점유율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끼리끼리 문화’ 우려도

실제 페이스북의 자체 통계에서도 실시간 동영상 서비스인 라이브는 기존 텍스트보다 페이지뷰가 평균 7배나 더 많고 실시간 댓글도 10배 정도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이 때문에 실시간 동영상은 향후 주요한 여론 형성 도구로 쓰일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2000년 초반 e메일로 시작된 인터넷의 여론 형성 수단이 블로그에서 트위터로 이어진 뒤 실시간 영상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유 대표는 “현재 진행 중인 미국의 대선 경선 레이스에서는 페리스코프나 라이브 서비스가 유세 현장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민주주의의 최첨단 기술이 되고 있어 향후 한국 대선에서도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SNS 방송이 친구를 기반으로 방송하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방송 진행자만 찾는 현상이 극단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실시간 라이브 영상이 기존 서비스보다 사생활 침해 이슈 논란을 더욱 빈번하게 일으킬 가능성도 크다. 이미 실시간 생방송을 통해 ‘샤워 중인 여자친구’ 같은 이름의 동영상이 공개돼 논란을 일으킨 적도 있다. 국내에서는 아프리카TV와 같은 동영상 플랫폼에서 개인방송 BJ(방송진행자)들이 운영하는 채널들이 이미 선정성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전기통신사업법상 부가서비스사업자로 분류돼 기존 미디어와 같은 수준의 규제를 할 방법이 없는 상태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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