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게임 빠진 O2O 스타트업, 생존 위해 연합

곽도영

입력 2016-04-27 17:14 수정 2016-04-27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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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가뭄이 왔다.”

최근 국내 스타트업 업계에 위기론이 쏟아지고 있다. 창조경제 관련 지원 정책을 내놓던 정부가 정권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투자 업계도 보수적으로 바뀌고 있다. 특히 대형 O2O(Online to Offline) 기업들은 투자금 증발과 적자 폭 확대에 부딪히며 생존의 분수령을 맞고 있다. O2O서비스는 배달 애플리케이션 과 실제 음식점을 연결하는 것과 같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한 서비스를 말한다.

요기요(배달)·쏘카(카셰어링)·야놀자(숙박)·스포카(태블릿 포인트 적립)·메쉬코리아(물류) 등 국내 O2O 대표 기업들이 이러한 위기를 논의하고 타개책을 내놓기 위해 나섰다. 5개사는 27일 서울 강남구 선릉로 디캠프에서 간담회를 열고 ‘O2O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연합군을 결성한다고 발표했다.

이날 기조연설자로 나선 김종윤 야놀자 부대표는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O2O 시장에서도 대규모 적자와 위기론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포브스지에 따르면 2014년 총 6억7140억 달러(약 7700억 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던 우버는 지난해 상반기에만 9억8720만 달러로 적자폭이 커졌다. 쏘카는 지난해 60억 원 적자를 내 전년 대비 손실 폭이 300% 늘었다. 반면 전 세계적으로 지난해 3분기를 기점으로 O2O 분야 투자금은 급속히 줄고 있다.

카카오나 네이버 등 대형 플랫폼을 갖고 있는 기업들은 서비스 범위를 넓히거나 로엔 인수 사례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기존 오프라인 사업 분야(연예기획사)를 흡수하며 성장할 수 있다. 김 부대표는 “이는 극히 일부 기업 사례일 뿐 스타트업은 어느 시점까지 버텨낼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종 산업 간의 O2O 얼라이언스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야놀자 애플리케이션에서 펜션을 예약하면서 동시에 타고 갈 차종을 고르고(쏘카), 여행지 인근의 배달 음식점을 알려주는(요기요) 모델을 제안한 것이다.

이는 결국 O2O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카카오 등에 대항해 대표 O2O 스타트업들이 위치 정보와 고객 및 서비스 정보를 공유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임을 시사한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최재승 스포카 공동대표는 “퀵서비스 기사들을 보면 여러 중개업체에서 업무용 단말기를 하나씩 지급해 결국 한 명이 4, 5개의 스마트폰을 들고 다녀야 하는 상황”이라며 “현재 O2O 기업들의 상황도 이와 비슷하지만 우리가 서로 마케팅 채널을 나누고 협력한다면 중복되거나 불필요한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첫 출범한 O2O 스타트업 얼라이언스는 향후 공동 마케팅과 O2O 시장 내실화에 나설 예정이다. 김종윤 야놀자 부대표는 “결국 국내 O2O 스타트업들은 한국 시장에서 성장해 유사 문화권 시장으로 진출하려는 목표를 가진다”며 “연합을 통해 불필요한 치킨게임을 줄이고 내실화 단계로 가지 않으면 2020년쯤 한국의 O2O업계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도영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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