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에코의 유쾌한 비틀기… 어리석은 세상을 꼬집다

백연상기자

입력 2016-04-26 03:00 수정 2016-04-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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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인 양식이 인종과 국적과 사회계층을 막론하고 모든 인류가 골고루 나누어 가진 자질이듯이 어리석음도 인류의 천부적인 특성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움베르토 에코·열린책들·2003년)

제목만 보고 책을 집은 독자라면 첫 장부터 고개를 갸우뚱할 수 있다. 세상의 바보들에게 어떻게 웃으면서 화를 낼 수 있다는 것인지. 사실 이 책의 원 제목은 ‘작은 일기 두 번째 권’이다. 독자들 사이에서 ‘작은 일기’란 애칭으로 불린 움베르토 에코의 문학잡지 칼럼들을 모아 놓은 칼럼집이다. 올해 2월 타계한 세계적 석학의 세상 비꼬기를 보고 있노라면 독자들은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에코는 남을 생각하지 않고 줄곧 자기 얘기만 늘어놓는 사람들을 축구 이야기를 통해 비꼰다. 이탈리아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는 축구다. 하지만 모든 국민이 축구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점을 생각하지 않고 ‘내가 좋고 다수가 좋아하면 당신도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해 축구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으며 경청을 강요하는 사람들을 꼬집는다.

그의 ‘휴대전화 통화론’도 재미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쉼 없이 큰 소리로 통화해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에코는 이들을 누군가와 연결되지 않으면 불안한 내면이 삭막한 사람, 혹은 ‘내가 이런 지위에 있다’는 것을 과시하고 싶은 사람(에코에 따르면 이런 사람일수록 자신의 지위가 약하다)으로 평가한다.

에코식 유머 코드도 이 책의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어떻게 지내십니까’가 바로 그런 글이다. ‘어떻게 지내십니까’란 질문에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를 작곡한 안토니오 비발디는 “계절에 따라 다르지요”라고,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깨달은 아이작 뉴턴은 “제때 맞아떨어지는 질문을 하시는군요”라고 답할 것이라는 게 에코의 생각이다. 그렇다면 공산당 선언의 저자인 카를 마르크스는 어떻게 대답할까. 에코가 생각한 대답은 “내일은 더 잘 지내게 될 거요”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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