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심 오판한 靑비서관, 문책은커녕 국민銀 감사로 보내나

동아일보

입력 2016-04-21 03:00 수정 2016-04-2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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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정권의 낙하산 회장과 현 정권의 낙하산 은행장 간 갈등으로 촉발된 ‘KB 사태’ 이후 1년 4개월 동안 비어 있던 국민은행 상임감사위원에 신동철 전 대통령정무비서관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그가 그 자리에 앉는다면 총선 후 첫 정피아(정치권+마피아) 낙하산이 된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했지만 내정설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았다. 전국금융산업노조는 “노동개혁을 외치던 청와대발(發) 낙하산 인사를 용납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신 전 비서관은 2007년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대선 경선 때부터 박근혜 대통령을 도운 여론조사 전문가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민심의 변화를 잘못 짚어 여당이 140석 안팎을 확보할 것으로 보고했다고 한다. 총선 전날 그가 사표를 낸 사실이 14일 알려지자 청와대 참모진에 대한 문책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현기환 정무수석은 문책은커녕 그의 새 직장을 물색해주느라 공공기관과 금융회사를 가리지 않고 찔러댔다는 소식이다.

국민은행은 정부 지분이 없는 순수 민간 금융회사지만 지배주주가 없어 지배구조가 여전히 취약하다. 이 때문에 정권의 후광을 업은 지주사 회장과 은행장이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직원들은 승진에 목을 매며 실세에게 줄을 대는 풍토에 젖어 있다. 그 와중에 청와대 낙하산 인사까지 이뤄진다면 KB 사태 이후 지배구조를 개선하려는 민간회사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다.

현재 316개 공공기관 중 기관장이 공석이거나 6월까지 임기가 만료되는 곳은 26곳에 이른다. 청와대와 정치권 인사들이 이 자리를 메운다면 박 대통령이 18일 “민의를 겸허히 받들어 국정의 최우선 순위를 민생에 두고 중단 없는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한 발언이 허언이었음을 자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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