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원내 1당 더민주, ‘성장동력 상실’ 경제계 우려 아는가

동아일보

입력 2016-04-15 00:00 수정 2016-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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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총선에서 12년 만에 원내 1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의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어제 “국민이 경제 실패의 책임을 준엄하게 심판했다”고 말했다. 정당득표율에서 더민주당을 제쳐 ‘3당 체제’의 정립을 선언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정치를 바꾸고 국민의 삶을 바꾸는 정치로, 일하는 국회로 만들라는 국민의 명령을 꼭 실천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여당이 참패한 총선 결과는 야당이 내세운 ‘경제 심판론’이 먹힌 게 아니라 여당의 오만과 독선, 무능을 국민이 심판한 것이다.

지금이 절체절명의 경제 위기라는 것은 야당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1일 한국의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국에서 수요가 둔화되고 있다며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작년 10월에 제시한 3.2%에서 2.7%로 낮췄다. 글로벌 경기의 한파로 국내 경제는 수출과 내수 부진에 성장동력까지 꺼져 가는 절박한 상황이다. 경제 활성화가 시급한데도 차기 국회에서 정부와 새누리당이 추진한 경기 부양을 비롯한 경제활성화 입법의 국회 통과는 무산되거나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벌써부터 재계는 더민주당의 포퓰리즘 공약을 근심 어린 시선으로 보고 있다. 청년고용의무할당제나 법인세 인상과 같은 공약이 추진되면 기업 경영에 주름이 갈 수밖에 없다. 반(反)시장·반기업적 법안을 놓고 여야가 충돌하고 궁지에 몰린 정부 여당이 중심을 못 잡고 우왕좌왕하면 우리 경제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보다 훨씬 심각한 고난의 터널을 각오해야 한다.

김 대표는 두 달 뒤 다음 국회가 출범하기 전부터 어떻게 하면 경제를 살릴 수 있을지 궁리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제1야당이 먼저 대안을 마련해 청와대와 상의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국민의 뜨거운 박수를 받을 것이다. 우리 야당도 미국의 민주당이나 독일의 사회민주당같이 안보와 경제에서 실용적인 리더십을 보이면 10년 만에 정권 탈환의 문도 열릴 수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어제 공약평가이행 및 미래일자리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자고 했다. 그런 소신이라면, 돈만 들고 실효 없는 포퓰리즘 공약부터 걷어내자고 촉구하면 양당체제의 비효율에 넌더리를 낸 국민들의 환호를 받을 것이다.

4차 핵실험 후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제재에 직면한 북한이 5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비롯한 각종 위협으로 으름장을 놓고 있다. 더민주당은 총선 때 ‘튼튼한 안보정당’을 표방했고, 국민의당도 ‘안보는 보수’라고 주창한 바 있다. 두 야당은 안보 위기를 극복하는 데 대승적인 자세로 협조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두 야당이 총선 승리에 취해 경제의 발목만 잡고 안보 위기는 외면하는 운동권 체질에서 못 벗어나면 집권의 기회는 다시 닫힐 것이다. 입법(立法) 권력을 장악한 야당이 국정의 동반자로서 책임감을 보여야만 대한민국이 경제가 나락으로 가라앉는 캄캄한 터널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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