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아 고 ‘포피 연못의 인어’

김종석기자

입력 2016-04-05 03:00 수정 2016-04-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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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A인스피레이션 우승… 18세 11개월 10일 최연소 女메이저 2승

리디아 고(19)는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ANA인스피레이션에서 아픈 기억을 많이 남겼다. 당시 2라운드에서 1오버파 73타를 치며 역대 최다 타이인 29라운드 연속 언더파 행진을 마감한 그는 3, 4라운드에서도 잇달아 오버파 라운드를 하며 공동 51위로 대회를 마쳤다. 그가 메이저 대회에서 기록한 가장 나쁜 성적이었다.

그로부터 1년 만인 올해 ANA인스피레이션에서 리디아 고는 극적인 역전 드라마로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다. 세계 랭킹 1위 리디아 고는 4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랜초미라지의 미션힐스CC(파72)에서 끝난 이 대회에서 마지막 18번홀(파5) 버디에 힘입어 최종 합계 12언더파 276타로 우승했다. 우승 상금은 39만 달러. 지난해 에비앙챔피언십에 이어 2연속 메이저 챔피언이자 지난주 KIA클래식에 이어 2연승을 거둔 리디아 고는 대회 전통에 따라 18번홀 그린 옆에 있는 ‘포피의 연못’에 어머니, 언니 등과 뛰어들며 자신의 팔로 하트 모양을 그렸다.

올해 초 인터뷰에서 “나이를 한 살 더 먹어 최연소 기록을 세우기 힘들어졌다”고 말했던 리디아 고는 최연소(18세 11개월 10일) 여자 메이저 2승 기록을 갈아 치웠다. 종전 기록은 박세리의 20세 9개월. 남자 선수로는 톰 모리스 주니어가 1869년 18세 4개월의 나이로 브리티시오픈 2연패를 차지했지만, 현대 골프에서는 리디아 고가 진정한 최연소라는 평가가 나온다.

리디아 고의 우승은 정확한 퍼팅을 앞세운 인내심의 산물이었다. 후반 들어 선두에 2타 차로 뒤지던 리디아 고는 3차례 보기 위기를 맞았지만 11번홀 4.5m, 13번홀 5.4m, 17번홀 3m 파 퍼팅을 성공시키며 줄곧 선두를 달리던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을 압박했다. 정상의 문턱에서 긴장한 쭈타누깐은 3퍼팅을 한 16번홀, 벙커에 빠진 17번홀, 해저드에 빠진 18번홀에서 3연속 보기를 하며 자멸했다.

리디아 고는 “18번홀에서 202야드를 남기고 3번 우드로 투온을 하려 했는데 캐디 제이슨 해밀턴이 해저드에 빠질 위험이 있으니 끊어가는 전략을 권했다. 이 조언을 받아들인 것도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리디아 고는 이 홀에서 세컨드 샷을 8번 아이언으로 레이업한 뒤 핀까지 88야드를 남기고 샌드웨지로 공을 핀 50cm에 붙여 버디를 낚았다. 이날 리디아 고의 그린 적중률은 1∼4라운드 가운데 가장 낮은 66.7%였지만 퍼팅 수는 27개로 가장 적었다.

18번홀에서 두 번째 샷이 그린 너머 러프에 떨어져 아쉬움을 남긴 전인지는 한 달 만의 복귀 무대를 1타 차 공동 2위로 마치며 부활을 예고했다. 리디아 고와 동반 플레이를 했던 전인지는 “자신감 회복이 큰 수확이다. 리디아 고는 오늘 최고였다. 침착했고 경기를 즐기는 모습이 훌륭했다”고 평가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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