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親文 살린 野 김종인, ‘잃어버린 8년’ 심판할 자격 있나

동아일보

입력 2016-03-17 00:00 수정 2016-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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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어제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이번 총선은 ‘새누리당 정권의 잃어버린 8년’을 심판하는 선거”라고 규정했다. 4년 전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공약(公約)에 관여했던 그가 정부여당의 공약(空約)을 비판하며 ‘경제 심판론’을 들고 나온 것이다. “이제 킹메이커 노릇은 더 이상 안 할 것”이라고 밝힌 김 대표가 스스로 킹이 되겠다고 나설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듣기에 따라선 새누리당을 심판하고 경제민주화를 제대로 하려면 자신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대체로 총선은 정부여당에 대한 심판의 성격을 띠는데 이번 총선은 좀 다르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제도 “정치권에서 진정으로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를 고민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야당 심판론을 재차 강조했다. 경제민주화 전도사로 꼽히는 김 대표로서는 이런 프레임을 새누리당 심판론으로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마침 어제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3년 현재 45%로 아시아 국가 중 최대라는 ‘아시아 불평등 분석’ 보고서를 내놓았다. 김 대표가 2017년 대선의 시대정신을 ‘양극화와 불평등 해소’라고 진단한 것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경제민주화가 ‘만능열쇠’인 양 강조하는 김 대표의 발언에는 전폭적으로 동의하기 어렵다. 경제 살리기가 절실한 상황에서 더민주당은 경제 활성화 관련 법안들을 악(惡)인 것처럼 국회 통과를 가로막았다. 김 대표도 열흘 전 민주노총을 방문한 자리에서 “노조가 사회 문제에 집착하면 근로자 권익 보호는 소외된다”고 지적했지만 노조가 반대하는 노동개혁 4법 처리에는 협조하지 않고 있다.

한국 경제에서 가장 큰 리스크는 정치라는 말이 있다.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정치 문제를 해결하려면 야당의 정치 행태도 반드시 뜯어고쳐야 한다. 김 대표가 친노(친노무현) 패권주의를 청산한다며 ‘개혁 공천’을 했다지만 친문(친문재인) 의원들은 대부분 공천 관문을 통과했다. 과연 김 대표가 총선 전에 더민주당의 DNA와 정강 정책까지 바꿔 놓을 수 있는가. 친노와 체질이 다르지 않은 친문세력을 이끌고 새누리당의 8년을 심판할 자격이 있는지 김 대표는 돌아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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