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속으로 들어온 스텔스機 기술

김성규기자

입력 2016-03-10 03:00 수정 2016-03-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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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한 첨단기술 상징인 항공기술… HUD-라이더센서 등 자동차 적용
롤스로이스엔 스텔스기 마감기법 써… 변색되지않는 코팅으로 신뢰 높여


롤스로이스 ‘레이스’의 ‘블랙배지’ 버전 내부 모습. 스텔스 항공기 표면에 쓰이는 표면 마감 기법과 소재를 사용했다. 롤스로이스 제공
항공기의 기술이 땅과 바다에 내려오고 있다. 자동차와 선박에서 자율주행기술과 안전, 고급스러움 등이 강조되면서 과거 엔진과 차체 제작 등에 적용되던 항공기 기술이 계기판과 레이더, 소재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

항공기는 특성상 다양한 ‘탈것’들 중 가장 강하고 정교한 기술을 적용해야 하기 때문에 일단 항공기에서 검증된 기술은 자동차와 선박 연구자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된다. 자동차의 역사에서 항공기 기술이 적용된 대표적인 사례는 터보차저 엔진, 모노코크 보디, 내비게이션, 선루프 등이 있다.

항공기에서 시작된 기술 중 최근 양산 자동차에 적용되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헤드업디스플레이(HUD)’다. HUD는 운전자가 운전을 하면서 속도계와 내비게이션 등을 보느라 시야를 전방에서 돌려야 하는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운전석 앞유리에 필요한 정보를 띄우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원래 전투기와 항공기 조종사들이 시야를 돌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술이다. 아직은 생소해하는 사람도 많지만 현재 고급 차종을 중심으로 많은 차들이 적용해 가고 있는 추세여서 멀지 않은 미래에 기본 사양처럼 자리 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자율주행차 기술이 발전하면서 주목받고 있는 항공기 기술은 ‘라이더(LiDAR) 센서’다. 이 기술은 최근 현대자동차가 국토교통부로부터 국내 첫 자율주행차 임시면허를 받은 ‘제네시스’에도 적용돼 세간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라이더 센서는 레이저펄스를 주변에 쏜 뒤 반사돼 돌아오는 신호를 측정해 물체의 위치를 측정하는 레이더 시스템이다. 기존의 레이더에 비해 방향과 거리 분석 능력이 우수해 항공기와 위성에 탑재돼 지형 측량에 주로 쓰이며, 스피드건 등에도 활용된다.

일부 외국 부품사를 중심으로 양산차에 적용하려는 노력이 진행 중인 단계지만 자율주행 기술이 확산되면서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라이더 센서의 시장 규모가 지난해 9억 달러(약 1조939억 원)에서 연평균 29%씩 성장해 2020년이면 33억 달러(약 4조111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기술적인 측면뿐 아니라 ‘감성’적인 면에서도 항공기는 훌륭한 소재다. 항공기에 적용된 소재는 신뢰와 함께 고급스러움을 강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최고급 자동차 브랜드인 롤스로이스는 최근 ‘블랙배지’ 라인업을 공개하며 내부에 최첨단 항공 소재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스텔스 항공기 표면에 쓰이는 ‘알루미늄 스레디드(Threaded·나삿니가 있는 형태)’ 방식의 표면 마감 기법을 적용한 것인데, 지름 0.014mm의 나삿니가 있는 항공기용 알루미늄을 엮은 후 탄소섬유와 결합시키고 표면에 래커를 6번 덧칠했다. 그뿐만 아니라 공기통풍구 등에 항공기에 쓰이는 ‘물리증착법(PVD)’ 코팅을 해 시간이 지나 부품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더라도 흐려지거나 변색되지 않도록 했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선박에서도 비슷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안전 관리에 항공기 기술을 이용하려는 시도가 눈에 띈다. 한국선주협회는 지난달 ‘항공 사례를 통한 선박의 안전관리 활용방안’ 세미나를 열어 대한항공에서 이용 중인 비행자료분석(FOQA) 시스템을 소개했다. 세미나에서는 이 시스템을 선박항해기록장치(VDR)를 통해 예방안전 장비로 활용하는 방안과 항공기의 충돌예방시스템을 선박 충돌 예방에 적용하는 방안 등에 대한 의견이 오갔다. 대한항공에서 안전과 정비 업무를 거쳐 지난해부터 한진해운 해사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맹곤 전무는 “항공에서 적용 중인 인적 요소 관리와 비행 자료 분석 개념 등을 선박 안전관리에 도입함으로써, 잠재적인 위험 요소에 대한 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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