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人]소형선박 한 척에서 출발한 대형선단 高성장 신화

김민식 기자

입력 2016-02-29 03:00 수정 2016-02-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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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미컬·오일 운송용 특수선박 운영 “올해 수익률·유동성 확보할 것”

DM쉽핑이 지난해 8월 도입한 ‘한국케미’호. 이 선박은 총 톤수 9797t, 재화중량톤수가 1만7427t에 달한다.
항해 중인 DM쉽핑의 GOLDENDENISE호.


“해운업에 종사한 지 벌써 30여 년이 지났습니다. 해운업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계속된 운임 하락과 선박 공급 과잉 등으로 실적 부진에 유동성 위기까지 겪고 있습니다. 좌절하지 않고 그동안 얻은 경험과 노하우를 토대로 위기를 극복해 나갈 것입니다.”

곽민옥 ㈜DM쉽핑(DM SHIPPING) 대표는 “기업을 비롯해 해운산업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자구책을 마련해 나가는 것이 선박업계에 평생 종사하고 있는 사람의 도리”라며 “꾸준히 틈새시장과 판로를 개척해 나가야 한다는 책임감과 사명감을 동시에 느낀다”고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곽 대표는 강산이 세 번 넘게 바뀌도록 해운업에 종사해 온 베테랑이다. 밑바닥부터 시작해 오직 현장 경험만으로 자력갱생(自力更生)했다. 부산해양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십수 년간 ‘뱃사람’이었다. 한국해양대학교 대학원에서 기관시스템공학과 석·박사 과정을 마치고 항해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갖춘 ‘해기사’ 1급 자격증을 취득하며 청춘의 대부분을 바다에서 살았다. 이후 우림해운㈜에서 공무감독 및 이사직을 거쳐 2000년 DM쉽핑의 전신인 ‘청보해운’을 설립했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에 있는 DM쉽핑은 케미컬과 오일 운송용 특수 선박을 운영하는 해상 운송 기업이다. 오일 제품 및 석유화학 제품을 운송해 주고 운임을 받는 선주회사다. 1만 t 규모의 선박 6척(임대 1척)을 운영하고 있는 이 회사는 글로벌 화학기업들의 만족도를 높이고자 CDI(Chemical Distribution Institute) 검사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다.

고도의 해상 운송 기술과 원활한 운항 일정 관리 및 체계적인 경영 기법으로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고 ‘작지만 강한 기업’으로 우뚝 섰다. 현재 해운대 본사 사무실에는 10여 명이 채 안 되는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임직원 대부분은 유조선과 석유화학 탱커선박에서 선장, 기관장, 항해사, 기관사로 다년간 승선한 경험이 있다.

곽 대표는 설립 초기 단 1척의 499t 소형 탱크선박을 가지고 극동 지역에서 크레오소트 오일 등의 액체 석유화학 제품의 해상 운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금은 지난해 8월 일본에서 도입한 총톤수(G/T) 9797t의 ‘한국케미(Hankuk Chemi)’ 등 대형 운반선 6척을 보유하고 있다. 그중 ‘한국케미’호는 재화중량톤수(DWT·화물적재량)가 1만7427t에 달하는 대규모 케미컬 운반선이다. DM쉽핑의 모든 선박들은 스테인리스 합금 재질로 돼 있어서 고순도의 화학약품 운송이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장치산업인 해운업은 특성상 선박 비용 부담이 커 부채비율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이 회사는 시장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선제 투자로 유동성을 확보하며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오랜 기간의 승선 경험과 더불어 선박을 보는 안목을 자신의 가장 큰 자산이라고 판단했던 곽 대표는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직접 국내외에서 대형 선박 확보에 주력했다. 새 선박이 아닌 폐선 수준의 중고 선박을 저렴하게 구매해 복구와 수리를 통해 새 생명을 불어넣기를 반복했다. 완벽히 복구시킨 선박을 약 2년간 운용하며 초기 투자 자금을 빠르게 회수해 나갔고 또한 이를 다시 되판 차익으로 선박 크기와 종류를 늘려 나가는 역발상 경영으로 회사를 키웠다. 현재 보유한 선박 중 5척은 SK계열사인 SK루브리컨츠와 대림산업, 동원산업 등의 대형 해운회사에 용선(대여)하고 있다.

곽 대표는 올해 최대 과제로 역시 유동성 확보를 꼽았다. 올 해상운송업 경영 환경 역시 녹록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면서 사세 확장보다 내실 경영에 무게를 둔 것이다.

곽민옥 대표
곽 대표는 기업경영을 ‘밑 빠진 독에 물 채우기’라고 표현한다. “독을 채우기 위해 열심히 물을 길어 날라 넘치면 이윤이 되지만 한순간의 실수로 금방 새어나갈 수도 있다. 올해는 깨진 독의 밑바닥을 직접 메우는 과정”이라며 “부채 비율을 낮추기 위해 수익률을 극대화하고 유동성을 확보하는 전략을 택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현재 불황인 해운산업의 경기가 하루라도 빨리 회복돼 과거의 경쟁력과 영광을 다시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김민식 기자

m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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