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전자 자존심’ 샤프, 결국 대만기업에 팔려

김지현기자 , 장원재특파원

입력 2016-02-26 03:00 수정 2016-02-26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폭스콘 계열사로 둔 대만 홍하이, 인수 확정

104년 역사의 일본 전자회사 샤프가 애플 아이폰을 위탁생산하는 폭스콘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대만 훙하이(鴻海)그룹에 팔린다. 일본 전자 대기업이 해외 자본에 넘어가는 첫 사례다.

샤프는 25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훙하이그룹이 제시한 6600억 엔(약 7조3000억 원) 규모 지원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샤프는 제3자 할당 증자 방식으로 훙하이그룹으로부터 4890억 엔(약 5조4000억 원)을 조달하기로 했다. 그 대신 훙하이는 지분 65.86%를 갖고 사카이(堺) 공장 등 일본 내 샤프의 주요 패널라인을 인수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도 사카이 공장을 인수하기 위해 2개월 전 실사단을 꾸려 공장 현장 내부도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형 디스플레이를 생산하는 사카이 공장은 현재 세계에서 유일한 10세대 라인이다. 8세대 라인을 갖고 있는 삼성은 그동안 이 공장에서 생산된 60인치 이상 대형 패널을 삼성전자 TV에 사용해 왔다. 삼성이 샤프 인수에 적극적인 의지를 내비쳤던 이유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 내부에서도 인수에 대한 의견이 반반으로 나뉘는 상황이어서 실사단을 보내 직접 공장 현장을 둘러보게 했다”며 “공장 문을 열어준 샤프와 공장을 둘러본 삼성 모두 매각 및 인수 의사는 충분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삼성 내부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계속 시장에 뛰어드는 상황에서 액정표시장치(LCD) 투자가 불투명하다는 인수 반대론도 있었지만 10세대 라인인 사카이 공장을 인수하는 것이 라인을 신규로 짓는 것보다 훨씬 싸다는 찬성론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2013년에도 샤프에 약 100억 엔(약 1100억 원)을 출자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말 일본 대형 금융사 대표와 만나 “샤프를 지원하고 싶은데 일본 정부가 우리의 진심을 오해하고 있다. 진의를 전해 달라”고 이야기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훙하이 측도 만만치 않은 공세를 펼쳤다. 궈타이밍(郭臺銘) 훙하이 회장이 이달 5일 샤프를 직접 찾아 설득하는 등 막판 성의를 보인 것도 승패를 결정지은 요인으로 꼽힌다.

‘일본의 에디슨’으로 불리는 하야카와 도쿠지(早川德次)가 1912년 세운 샤프는 일본 최초로 흑백TV를 개발했다. 1988년에는 세계 최초로 14인치 LCD를 내놨고 삼성에 LCD 기술을 전수하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 기업보다 떨어진 기술 경쟁력을 따라잡기 위해 LCD 분야에 무리하게 투자했다가 자금난에 시달렸다. 일본에서는 기술기업의 대명사로 불리던 샤프의 해외 매각을 ‘상당한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최근 아이폰 생산량이 줄면서 매출 감소가 우려되던 훙하이가 샤프 인수를 통해 핵심 기술을 확보하고 하청업체 이미지를 탈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만 1위 부호인 궈 회장은 공공연하게 ‘삼성전자 타도’를 외치고 있어 한국 기업들과의 경쟁도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 도쿄=장원재 특파원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