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nomic Review]“CEO고등학교 설립은 나의 사명”… 千年富國 대한민국을 꿈꾸다

김민식 기자

입력 2016-02-24 03:00 수정 2016-02-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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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의 ‘인재경영’
나이-직급-학력 파괴 혁신 세상을 이롭게 하는 기업 추구


자신이 꿈꾸는 이상을 넘어 세상 전체를 바꿔가고 있는 타이어뱅크 김정규 회장.

“유능한 CEO가 대한민국의 1000년을 책임진다.”

‘세상을 이롭게 하는 기업, 타이어뱅크!’ 김정규 회장은 타이어뱅크의 미션을 이야기하며 ‘인재 경영’을 강조했다. 그는 나이와 직급을 파괴한 과감한 인재 경영으로 업계의 화제를 불러 모은 인물이다. 현재 타이어뱅크 직원 1200명 중 상당수가 고졸로, 이 같은 학력 파괴는 혁신 경영의 산물이나 다름없다.

김 회장은 ‘사람을 키워 국가와 사회에 보답한다’는 ‘인재보국(人材報國)’과 ‘유능한 기업가가 대한민국 1000년 부국의 미래다’라는 ‘천년부국(千年富國)’을 중요한 경영 철학으로 삼고 있다. 국가의 미래는 유능한 인재 양성에 달려 있다는 그의 숙원은 대한민국 제1호 ‘CEO고등학교’를 설립하는 것.

“영어와 수학만 잘해서 잘살 수 있는 게 아니죠. 오늘날 북한이 가난에 허덕이는 이유가 뭘까요. 김정은이라고 인민들을 잘살게 하고픈 꿈이 없겠습니까마는 쉬운 문제는 아닐 겁니다. 왜냐, 북한에는 세계적인 기업이 하나도 없죠. 바야흐로 현대는 기업의 시대입니다. 국부 창출과 국민의 삶의 질 향상 모두가 기업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하지만 북한은 융성한 기업도 없고, 그런 기업을 잘 이끌 유능한 기업가도 없기 때문에 부국의 꿈을 이룰 수 없는 겁니다.”

CEO 육성의 필요성에 대한 그의 주장에는 거침이 없었다. “기업의 생명력을 결정짓는 것은 좋은 상품입니다. 그리고 그 상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사람이죠. 역량 있는 CEO가 최상의 리더십을 발휘해 기업의 영속을 도모해야 기업과 관계된 모든 이들이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제가 CEO고등학교를 설립하고 싶은 이유입니다. 기업도 살리고, 잘 사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해외 사례 바탕, 대한민국 대표 CEO고등학교 추진”

김정규 회장이 꿈꾸는 CEO고등학교의 형태는 사실 이웃 나라 일본에서는 일찍이 설립되어 운영돼 왔다.

‘교세라’의 창립자 이나모리 가즈오(稻盛和夫) 회장이 1983년부터 차세대 경영자들에게 자신의 경영철학과 경험을 전수하기 위해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 ‘세이와주쿠(盛和塾)’는 일본 최고의 경영 아카데미로 꼽힌다. 교토의 신진 경영자들이 올바른 삶의 방법, 인간 철학, 경영자로서의 마음가짐, 경영 철학 등을 배우려 조직한 스터디 그룹에서 비롯됐으며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시게다야 스미스 히카리통신 사장 등이 이곳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미국, 브라질 등 해외에까지 총 58개 지부, 4700여 명의 경영자들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비전과 열망을 가지고 사람을 움직이는 경영자가 미래의 주역’이라는 이나모리 회장의 신념이 세이와주쿠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이 밖에 전자 브랜드 파나소닉을 만든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정치-경제 관련 인재들을 양성하는 마쓰시타정경숙(松下政經塾)과 유명한 경영학자인 오마에 겐이치(大前硏一)가 만든 ‘비즈니스브레이크스루대학(Business Breakthrough University)’ 등도 미래 경영인들의 ‘리더십 인큐베이터’로써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앞으로 김 회장은 이 같은 해외의 우수 사례에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조합해 독자적인 CEO고등학교를 만들고자 한다. “우리 상황에 최적화된, 최고의 인재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더욱 진력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셨으면 합니다.”


“나는 대한민국의 미래 1000년과 결혼한 기업인”

한 경제학자는 “기업의 최고경영자는 사람의 마음을 얻어 수익을 달성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이 말하는 최고경영자는 ‘사업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임직원들에게 신념을 심어주는, 열심히 하는 부서에 적절한 보상을 줘 사기를 북돋우면서 또한 크고 작은 위기들을 능수능란하게 관리할 수 있는 리더 중의 리더’다. 김 회장은 부국강병을 꿈꾼 故 박정희 대통령과 칭기즈칸, 리콴유를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았다. 나무가 아닌 숲을 통찰하는 혜안, 탁월한 리더십, 확신에 찬 추진력까지, 분야는 다르지만 모두가 ‘희대의 CEO’다운 자질을 갖췄다는 의견이다. 이처럼 모두가 롤모델로 삼을 법한 유능한 CEO를 양성하기 위해 보다 길고 깊은 안목으로 대한민국 최초의 CEO고등학교 설립에 매진하겠다는 김 회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CEO고등학교의 당위성을 설명해주신다면.

야구에 빗대 보죠. 좋은 선수는 최소 중학생 때, 보통은 초등학생 때부터 육성됩니다. 대학생 때 야구를 시작해 프로선수가 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죠. CEO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유능한 CEO는 10만명당 1명이 나올까 말까 합니다.

故 정주영 회장과 같은 타고난 기업가는 흔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일찍부터 좋은 CEO를 육성 해내는 노력이 필수적인 거죠. 저는 대한민국이 앞으로 1000년간 잘 살게 만들 일을 하고 싶습니다. 대한민국의 융성을 책임질 인재를 육성하는 차원에서 총기 있는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전문적인 CEO 교육을 펼치고자 합니다.


―회장님께서 추구하는 CEO상은….

CEO는 분야를 막론하고 사람의 마음을 얻어 세상을 이롭게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회사와 사업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임직원들에게 신념을 심어주고, 열심히 하는 부서에 적절한 보상을 주고, 위기를 관리하는 일련의 역할과 마인드, 스킬을 조기 교육해 다수의 훌륭한 CEO를 육성,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히는 것이 제 꿈인데요. 냉정하게 말하자면 사실 모두가 유능할 필요는 없습니다. 유능한 소수가 평범한 다수를 잘 선도하면 되는 거죠.

저는 어린 시절 지긋지긋한 가난을 겪었습니다. 굶어 죽을 뻔했다 살아났던 순간을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해요. 그래서 다시는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마음에 잘사는 나라를 만드는 일에 특별한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 겁니다. 30년 후에는 대한민국이 1인당 국민소득 15만 달러의 1등 국가로 우뚝 서게 해야죠. CEO고등학교는 제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사회적 기여-공헌이자 숙원사업이니만큼 제가 가진 모든 것을 기부할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부지든 자원이든 무엇이든, 모쪼록 많은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쉽지 않은 길이 될 텐데, 앞으로의 각오는….

젊은 날을 돌아보면, 기업 규모를 생각보다 많이 못 키운 것이 다소 아쉽습니다. 대학 시절 제 롤모델이 故 정주영 회장이었는데, 비슷한 나이에 그분의 10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죠. 이유를 불문하고, 다 제 경험과 역량, 실력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사업을 동시에 추진해 국민의 먹거리를 많이 챙겼어야 했는데 타이어뱅크만을 육성했으니, 쉽게 말하면 시간싸움에 진 겁니다. 이러한 아쉬움을 달래고, 후배들이 제 전철을 밟게 하지 않기 위해서도 CEO고등학교는 꼭 설립하고 싶습니다. 저희 집 가훈은 ‘많은 사람을 먹여 살리는 유능한 사람이 되자’입니다. 저는 사실 한평생 일만 하느라 스스로를 잘 챙기지 못했습니다. 취미도 일, 특기도 일이고 인생이 곧 일이었죠. 그래서 늘 저한테, 또 저희 가족한테 미안한 마음이 있습니다. 이제는 많은 사람을 먹여 살리자는 사명감을, 그 일은 오로지 저만이 할 수 있다는 책임감을 실현하는 것으로 행복을 찾고자 합니다. 저는 대한민국의 미래 1000년과 결혼한 기업인입니다. 결혼을 했으면 잘 살아야죠.

김민식 기자 m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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