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매출 1조 네이버, 10년만에 지킨 약속

정세진기자

입력 2016-02-22 03:00 수정 2016-02-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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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첫눈’ 인수때 “해외로 가자”… 2016년 ‘라인’ 사용자 2억

“10년 만에 ‘글로벌 진출’의 약속을 지켰다.”

네이버가 2015년 실적을 발표한 지난달 말. 3조 원이 넘는 매출액 중 해외 비중이 1조 원이 넘자 회사 내부에서는 이런 이야기들이 흘러나왔다. 글로벌 메신저 서비스인 라인의 개발자 신중호 라인플러스 대표와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2006년에 맺은 ‘글로벌 시장 진출’이라는 약속이 10년 만에 명실상부하게 결실을 맺었기 때문이다. 라인은 지난해 해외에서 1조22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대규모 장치산업이 아닌 소프트웨어(SW) 기업이 해외에서 1조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 것은 네이버가 처음이다. 국내에서 해외 매출이 1조 원이 넘는 곳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20여 곳에 불과하다.


○ ‘첫눈’ 이후 ‘10년의 약속’

2006년 6월 29일. 네이버가 검색엔진 업계의 신생 기업인 ‘첫눈’을 350억 원이라는 거액에 인수합병(M&A)하자 국내 인터넷 업계는 발칵 뒤집혔다. 첫눈은 국내 검색 시장에서 네이버의 독주를 견제할 대항마로 떠오르던 회사였다. 당시 네이버는 M&A의 이유를 ‘해외 시장 진출’이라고 밝혔지만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미래의 경쟁사를 제거한 것 아니냐’는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했다. 신 대표는 당시 첫눈의 최고기술책임자(CTO)로 KAIST를 졸업한 뒤에 네오위즈 검색팀장을 거쳐 명실공히 검색 분야의 최고 고수로 꼽혔다.

신 대표는 2009년에 본격적으로 일본 검색 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야후저팬과 구글저팬으로 양분된 시장에서 한국 업체가 설 자리는 없었다. 하지만 애플의 아이폰 출시에 따른 모바일 시대의 도래와 2011년 3월에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으로 모바일 메신저 수요는 급증했다. 이런 흐름에 맞춰 2011년 6월 라인 서비스가 시작됐다.

라인은 모르는 사람과 주로 교류하는 오픈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라기보다 가까운 사람을 이어주는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다. 일본 사회에서 급속도로 라인 가입자가 늘어나면서 현재 전 세계 라인 월간 이용자는 2억1500만 명에 이른다.

네이버 관계자는 “M&A를 하면서 ‘해외로 진출하자’는 약속을 했던 신 대표 등 첫눈의 핵심 인력은 네이버를 떠나지 않고 남아 결국 약속을 지켰다”며 “마치 ‘신(新)도원결의’라고 부를 만하다”고 말했다.


○ M&A로 해외 진출 박차

라인의 성공 신화에는 이해진 의장과 신중호 대표 외에 일본인 경영자들의 역할도 컸다. 네이버의 일본 진출 초기부터 함께한 모리카와 아키라 전 라인주식회사 대표는 이모티콘, 캐릭터 스티커 등 일본인이 선호하는 기능을 접목해 초기 서비스 안착에 기여했다.

현 라인주식회사의 대표인 이데자와 다케시 씨는 네이버저팬이 2010년 4월 라이브도어를 인수하면서 영입한 인물이다. 라이브도어는 일본 최고의 엔지니어들이 근무하던 곳이었지만 창업자의 주가정보 조작 파동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데자와 대표는 그런 라이브도어를 정상화시킨 인물이다. 일본 벤처의 신화이자 라이브도어를 설립한 호리에 다카후미 씨는 네이버저팬의 라이브도어 인수를 두고 “한국 기업이 일본 최고의 인재들을 영입한 것이 아쉽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네이버는 라인 외에도 스팸 전화를 걸러주는 후스콜 서비스와 글로벌 동영상 서비스인 ‘V(브이)’를 통해 해외 매출을 확대하고 있다. 두 서비스 모두 대만의 고고룩과 한국의 쿠쿠박스라는 벤처기업을 인수하면서 내놓은 서비스다. 네이버 측은 “국내외의 유력 벤처기업을 인수해 해외 시장을 더욱 적극적으로 개척하겠다”고 밝혔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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