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파국 주도 금융노조 실체

유성열기자

입력 2016-01-21 03:00 수정 2016-01-2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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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시간당 임금 제조업의 2배… 성과연봉제 도입 막으려 강경 투쟁
금융노조, 노사정 대타협 파기 앞장선 까닭은


《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의 실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노사정 대타협안 파기를 선언하는 데 금융노조가 핵심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탓이다. 금융권이 전체 근로소득자 상위 10% 이내의 고액 연봉을 받으면서도 청년과 비정규직을 위한 노동개혁을 외면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노조가 노동개혁과 상관없는 금융권 성과연봉제를 노사정 협상 테이블로 끌고 간 것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거세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의 노사정 합의 파기를 주도한 세력은 금융, 공공, 금속, 화학 등 4대 산별노조다. 특히 김동만 위원장의 ‘고향’인 금융노조는 조합원이 약 10만2000명으로 금속노련(13만6000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김 위원장이 분신 소동 등 내부 강경파의 강한 반발에도 노사정 대타협을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었던 데는 금융노조의 힘이 컸다.

그러나 금융노조는 지난해 12월부터 갑자기 강경파로 돌아서 대타협을 파기하라는 요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정부가 금융개혁으로 추진하는 성과연봉제를 철회하지 않으면 한국노총도 대타협을 파기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금융노조의 뜻대로 대타협은 파기됐다.

문제는 지난해 9월 15일 김 위원장이 서명한 합의문에는 임금체계 개편이 있긴 하지만, 금융권 성과연봉제는 노동개혁과 전혀 상관없는 의제라는 점이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19일 기자회견에서 “공공, 금융개혁을 저지하기 위해 (노동개혁을) 방패막이로 사용하며 기득권을 지키는 것”이라고 비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겉으로는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등 2대 지침을 사유로 내세웠지만, 진짜 이유는 금융권 성과연봉제였다는 분석이 많다.

2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금융·보험업 종사자의 지난해 상반기 기준 평균 월급은 549만9000원으로 전기·가스·수도업(572만8000원)에 이어 2위였다. 그러나 금융·보험업의 월평균 근로시간은 162.4시간으로 전체 산업 평균(170.6시간)보다 약 8시간 적었다. 특히 시간당 임금은 3만611원으로 전체 산업 가운데 금융·보험업이 가장 높았다. 올해 최저임금(6030원)의 다섯 배 수준으로, 덜 일하고 더 많이 받는 전형적인 ‘신의 직장’이라는 평가다.

금융노조의 핵심인 은행권으로 한정하면 근로조건은 더 좋아진다. 은행원 1인당 평균 연봉은 7750만 원(금융위원회 조사·2014년 기준)이고, 금융노조에 가입한 정규직만 따로 계산하면 평균 연봉이 8830만 원까지 올라간다. 국내 근로소득 상위 10%의 연봉이 6408만 원인 점을 감안하면 금융노조 조합원, 특히 은행원은 ‘최상위 클래스’에 있는 셈이다.

고용안정성도 기타 산업에 비해 월등한 편이다. 10년 이상 장기근속자 비율은 41.5%로 전체 산업 평균(16.5%)보다 훨씬 높고, 호봉제 비율도 68.8%나 된다. 산별교섭을 하는 금융회사의 노조 조직률도 75.1%에 달한다. 높은 수준의 근로조건과 안정성을 ‘노조’라는 방패로 굳게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은행들이 해마다 수백 명, 수천 명씩 중장년층들을 명예퇴직시키는 것도 경직된 임금체계로 늘어나는 인건비 부담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서다. 정치적 파워도 막강하다. 금융노조 위원장은 한국노총 위원장 또는 국회로 가는 엘리트 코스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19일 열린 금융노조 대의원대회에는 이종걸 심상정 안철수 등 야권 유력 정치인이 대거 참석하기도 했다. 국회의원 출신인 현기환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도 금융노조 부위원장을 지냈다.

금융업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도 심하다. 고용 형태별 근로실태 조사에 따르면 비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은 정규직의 62.2%이지만, 은행 등 금융업 비정규직 임금은 같은 업계 정규직의 42.6%에 불과하다. 정규직 근로조건은 노조를 통해 높여놓고, 정작 청년이 대부분인 비정규직 처우 개선에는 관심이 적은 탓이다. 이 때문에 금융노조가 대타협 파기를 주도한 것은 결국 정규직 밥그릇 지키기 아니었느냐는 비난이 커지고 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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