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의 정치축제?…美유권자 “먹고사는 문제가 더 급해”

동아일보

입력 2008-10-14 03:00 수정 2016-01-20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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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위기 먹구름에 빛 잃은 美대선


《미국 대통령선거(11월 4일)가 3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5∼10%포인트 차로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를 앞서고 있는 가운데 양당 캠프가 각각 ‘승세 굳히기’와 ‘막판 뒤집기’를 위해 사력을 다하면서 공방전도 비등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하지만 사상 초유의 금융위기로 인해 선거 분위기는 상대적으로 가라앉은 상태다. ‘최초의 흑인후보’ ‘세대, 인종, 성 대결’ 등 역대 어느 선거보다도 흥행 요소가 많아 연초부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켜 온 이번 대선이지만 막상 미국 유권자들의 관심은 ‘먹고사는 문제’에서 떠나질 못하고 있다. 선거를 3주 앞둔 미국 유권자들과 양당 캠프의 표정을 살펴봤다.》

세대-인종-性대결 등 많은 볼거리에도 열기 시들

시민들 “크고 작은 집회 열리지만 양당만의 잔치”

오바마측 ‘칼 로브 전략’ 차용 맨투맨 유세 ‘재미’

매케인측 ‘위기돌파 리더십’으로 대역전극 기대






▽금융위기 ‘블랙홀’에 빠진 대선=필라델피아 시내에서 가판대를 운영하는 안드레아 페레즈 씨는 “크고 작은 정치집회가 열리지만 양당만의 잔치”라며 “중소 자영업자나 서민들에게 중요한 건 역시 먹고사는 문제”라고 말했다.

경제에 대한 불만은 집권당인 공화당의 매케인 후보에게 직접적 타격이 되고 있다. 13일 발표된 워싱턴포스트-ABC방송 공동조사에서 90%가 ‘미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답했다. 1973년 이래 국민들이 가장 부정적으로 현실을 보고 있는 상황이다.

경제위기는 선거 분위기를 가라앉히는 동시에 리더십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는데 이 대목에서도 경제에 상대적으로 강하다는 이미지를 굳혀 온 오바마 후보가 득을 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조사에서 ‘누가 더 강력한 지도자인가’를 묻는 질문에 54% 대 40%로 오바마 후보가 앞섰다.

현재 두 후보 간 지지율 격차는 갤럽의 12일 발표에선 7%포인트, 워싱턴포스트 조사에선 10%포인트다.

1980년대 이래 미국 대선의 D―3주 지지율과 선거 결과를 비교해 보면 2004년의 경우 9월 말까지 큰 차이로 뒤지던 존 케리 후보가 10월 9∼10일 1%포인트 반짝 앞섰다가 곧 다시 8%포인트나 뒤지는 등 지지율 차이는 고무줄처럼 줄거나 늘어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두 자릿수 이상 차이가 나던 우열이 완전히 뒤바뀌는 경우는 없었다.

▽‘풀뿌리 훑기’로 승세 굳히려는 오바마=최근 동아일보 취재진이 찾은 펜실베이니아 주의 오바마 후보 선거운동 사무실들에는 화이트보드에 ‘오늘 해야 할 일’이란 제목 아래 △투표 독려 △노인에게 전화하기 △무당파 유권자 관리 등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오바마 캠프는 현재 격전지 12개 주에서 무려 700개가량의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수만 명의 자원봉사자가 ‘민주당 성향 유권자 반드시 투표하도록 만들기’와 ‘중도 성향 유권자 끌어들이기’로 각개 격파를 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를 오바마 캠프의 ‘칼 로브 벤치마킹’이라고 분석했다. 2004년 대선 때 조지 W 부시 진영은 책략가인 칼 로브의 진두지휘 아래 소비자 성향 데이터를 토대로 유권자들을 세분해 집중 공략함으로써 지지층 투표율을 대거 높였다.

▽‘위기극복 리더십’으로 역전 도모하는 매케인=매케인 캠프는 지난 한 주간 오바마 후보와 1960년대 과격 테러조직 지도자 출신 대학교수의 친분관계를 집중 거론하며 ‘오바마 후보의 이념적 뿌리’ 문제를 제기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매케인 후보 스스로도 10일 유세에서 “오바마는 대중이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가족적이고 품위 있는 남자”라고 표현하는 등 네거티브 전략을 몸에 맞지 않아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하지만 캠프 내에선 “아직 충분히 역전이 가능하다”는 자신감이 들려온다.

국가적 위기상황일수록 경륜과 낙관적 비전을 지닌 지도자에 대한 갈구가 커지므로 전쟁영웅으로 칠십 평생 명예와 희생을 최대의 덕목으로 실천해 온 매케인 후보가 진지하고 새로운 위기극복 계획을 진지한 방식으로 내놓을 경우 먹혀들 것이란 기대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필라델피아=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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