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의 대명사 슈퍼히어로, 그들의 변천사

입력 2016-01-19 10:45 수정 2017-01-10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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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사로 살펴보는 엉뚱한 인문학 ❸

변신의 대명사 슈퍼히어로, 그들의 변천사

인간이 꿈꾸는 가장 큰 변신은 슈퍼히어로가 아닐까? 초자연적인 능력의 인물일 수도 있지만, 과학의 발전, 돌연변이, 환경적 요인으로 만들어진 부산물일 수도 있다. 그들이 가진 변신의 의미는 다분히 인류문화사적인 의미와 가치를 가지고 있다. 그 의미와 가치를 알아보자.


“슈퍼히어로의 변신은 시대의 변화를 대변한다. 인간이 아닌 과학이 중심이 된 슈퍼히어로들이 등장하고 있다.”

슈퍼맨, 배트맨, 스파이더맨, 헐크,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블랙 위도우, 호크 아이 등의 슈퍼히어로는 어떤 과정을 통해 진화하고 변화해온 것일까? 시대마다 슈퍼히어로는 그들의 모습을 바꿔가면서 진화해 갔다.


슈퍼맨 - 가장 기본이 되는 변신의 시작


슈퍼맨은 외계인이다. 외계인이라는 설정 자체가 상당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70년대 미국사회의 경제적 부흥과 발달 속에 등장한 캐릭터다. 슈퍼맨은 위기에 처한 지구를 구한다. 지구인이 아니지만, 지구인처럼 살아가고 사랑도 하고 슈퍼히어로의 임무를 당당히 수행한다. 하지만 이 의미 속에는 지구인은 여전히 나약한 존재라는 의미가 숨겨져 있다.






헐크 - 핵실험과 문명 비판이 돋보인 지구인 슈퍼히어로의 시작


핵실험 중 감마선에 노출된 지구인 박사는 소위 분노를 절제하지 못하고 괴물로 변신한다. 그는 통제력이 없고, 자제력이 상실된 인물이다. 하지만 그 분노의 근원이 사회적인 악이 되었을 경우, 이 슈퍼히어로는 그 악을 박살 낼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

그 부분이 사람들에게 괴물을 슈퍼히어로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헐크의 등장은 미완성의 지구인 슈퍼히어로의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캐릭터가 되었다.



스파이더맨 - 인간의 무한한 능력을 제어하기 시작한 슈퍼히어로


스파이더맨은 독거미의 독을 품은 슈퍼히어로다. 하지만 거미의 생리가 그러하듯이 상당히 정교하고 계산적인 힘을 물려받았다. 외계인인 슈퍼맨이 정체성 문제로 괴로워하고 헐크는 자제력 없는 슈퍼히어로이지만, 스파이더맨에서 와서 이러한 문제들이 해결되었다.

또한 생계형 슈퍼히어로라는 일반인의 캐릭터를 결합시켜 현실성도 추가하였다. 스스로의 정체성을 돌아볼 수 있는 슈퍼히어로. 그러면서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는 슈퍼히어로의 출현. 스파이더맨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과도기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배트맨 - 어둠 속에 갇힌 비운의 슈퍼히어로


어린 시절, 엄청난 부잣집에 태어난 아이는 범죄에 의해 죽는 부모를 목격한다. 그가 자랐을 때 그 트라우마는 범죄에 대한 강력한 응징과 소탕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가 주목한 것은 박쥐. 하지만 그가 이전의 슈퍼히어로들처럼 초자연적인 힘을 물려받는 것은 없다. 오직 세상에 대한 자유로운 자아를 갖게 된 정도.

그리고 그를 슈퍼히어로로 만든 것은 돈이었다. 엄청난 부를 바탕으로 과학적인 사고를 통하여 탄생한 배트맨. 하지만 그는 어둠의 기사였다. 박쥐 복장을 한 그는 인간적인 한계가 있었으며, 온몸이 상처투성이에 인간에 대한 연민과 사랑으로 괴로워했다.

이전의 슈퍼히어로와 확연히 구분되는 배트맨은 사실 인간 그 자체다. 강력한 힘은 의지에서 나왔고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로 이루어진 성과를 보여준다.



엑스맨 - 문명과 자연의 기묘한 결함이 만든 돌연변이 슈퍼히어로


엑스맨이라는 영화가 나왔을 때, 전 세계 사람들이 열광한 것은 이제 더 이상 슈퍼히어로는 위대한 캐릭터가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초자연적인 힘을 가졌지만, 인류 진화의 잘못된 부산물이며, 스스로 자신이 가진 능력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는 것. 결코, 자랑스러운 일이 아니며, 그 능력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어한다는 설정이 충격적이었다.

지구를 구하거나 정의를 수호하는 것에 별 관심이 없는 이 돌연변이들은 스스로의 정체성과 그 근원에 대한 인식을 넓혀가면서 비로소 스스로의 방향성을 잡게 된다.



블레이드 - 존재와 운명의 물음을 안고 사는 액션히어로


흑인 슈퍼히어로는 상상이 잘 안 되지만, 블레이드는 엄청난 검술 실력과 판타지 액션의 쾌감을 불러오는 매력적인 캐릭터다. 뱀파이어와 인간의 교합종인 블레이드는 뱀파이어가 인 간을 지배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다.

두 종족 간에 어떤 쪽으로도 속할 수 없는 존재. 하지만 자신이 선택한 정의를 위해 끊임없이 부딪혀가야 하는 운명. 블레이드의 모습은 현대 인류가 처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일 듯하다. 하지만 영화 <블레이드>는 그런 진지한 물음보다는 호쾌하고 화려한 액션에 더욱 눈길이 가는 영화다.



니오 - 세계를 리뉴얼할 위대한 구원자


매트릭스 시리즈가 나왔을 때 사람들이 열광한 것은 사이버월드였다. 이 지구는 우리가 손댈 수 없을 정도로 짜인 질서에 의해 바뀌지 않는다. 그리고 바이러스에 오염되어 있다. 우리가 원한 구원자 니오는 백신이다. 그리고 가능성이 폭넓게 열린 사이버 세계로 우릴 이끄는 이 슈퍼히어로의 정체성은 감탄사를 불러일으킨다.




아이언맨 - 과학이 중심이 된 슈퍼히어로


그는 심장이 고장난 사람이다. 그의 심장을 지켜주는 것은 핵원료이며, 그가 만들어내는 군수업체는 사람들을 죽이는 거대산업이다. 그리고 그는 아이언맨 수트가 없으면 육체적으로 무능력한 인물이다.

과학의 힘이 없으면 슈퍼히어로가 될 수 없는 존재. 그런데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인간이 수트에 들어가지 않아도 원격으로 조정되는 복제 아이언맨들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입과 뇌만 남고 정작 약동하는 육체는 사라진 영웅의 새로운 모습이다.

슈퍼히어로의 변신은 시대의 변화를 대변한다. 물론 이러한 슈퍼히어로들이 마블 코믹스나 DC코믹스 등의 미국문화에서 나왔고 미국 패권주의의 결과물임을 숨길 수 없다. 그리고 이러한 슈퍼히어로의 변화에서 과학에 의해 힘없는 존재가 된 인간의 모습도 살펴볼 수 있다.

아이언맨 이후에 나올 슈퍼히어로는 어떤 캐릭터일까? 여기서 논의하지는 않았지만, 제임스 캐러론 감독의 ‘아바타’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이 영화가 엄청난 흥행을 이뤘고 영웅이 가져야 할 요건과 서사를 충분히 갖췄음에도 이 영화 속의 인물을 슈퍼히어로라고 생각하는 관중은 많지 않다.

오히려 이 영화를 통해 암울한 인간의 현실을 볼 수 있다. 주인공은 군인으로서 부상을 입고 아바타의 몸에 들어가 활동한다. 그리고 결국 아바타와 하나가 됨으로써 본래 ‘나’의 존재는 없어진다. 아이언맨 다음에 이어질 슈퍼히어로의 정체성은 어쩌면 이런 모습일 수도 있지 않을까?

2016년, 우리는 새로운 슈퍼히어로를 기다린다. 미국도 아니고 아바타도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몰랐던 제3세계나 전혀 엉뚱한 곳에서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사람이 우선인 슈퍼히어로, 미래의 방향성을 같이 이야기할 친구 같은 슈퍼히어로의 출현을 기다려 본다.


글/취재 = 동아 라이프섹션 임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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