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5 대 1… 서울대 교직원 공채 ‘바늘구멍’

유원모 기자

입력 2016-01-19 03:00 수정 2016-01-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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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명 모집에 2059명 지원 ‘역대최고’… 건축시설관리직은 174 대 1 치솟아
‘SKY’ 출신 300명 넘게 몰려


영하의 날씨에 눈발이 매섭게 흩날리던 15일 오전 9시 서울대. 200여 명의 청년이 서울대 전산원으로 모여들었다. 이들은 입학시험을 보러 온 수험생도, 계절 학기 수업을 수강하는 재학생도 아니었다. 서울대 교직원 채용 필기시험에 응시한 지원자들이다.

서울대는 지난해 12월 23일부터 실시한 단계별 신입 교직원 채용 전형에서 73.5 대 1이라는 사상 최고의 경쟁률을 기록했다고 18일 밝혔다. 28명을 선발하는 데 2059명이 지원했다. 구직자들 사이에서는 서울대 교직원으로 입사하기가 서울대에 입학하기보다 어렵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다. 이날 필기시험을 치른 양모 씨(31)는 “취업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명문대 나오고 전문 자격증을 갖추고도 서류전형에서부터 떨어진 지원자의 글이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선발 인원이 가장 많은 행정직(12명)은 97 대 1의 경쟁률을 보였고 시설관리직(건축·1명)은 174 대 1로 최고 경쟁률을 나타냈다. 2011년 12월 법인화 이후 공개채용 방식으로 신입 직원을 뽑아 온 서울대는 공채 첫해인 2012년 57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데 이어 2013년 27 대 1로 주춤했지만 2014년 42 대 1로 오르는 등 치열한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김모 씨(27·여)는 “3년째 서울대 교직원 시험을 준비했지만 계속 떨어졌다”며 “올해 새로 인성검사가 도입돼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원자들 학력도 화려했다. 서울대 출신이 94명이었고 고려대 119명, 연세대 106명 등 명문대 출신 지원자가 많았다. 해외 대학 출신도 28명이나 됐다. 현재 대기업에 근무하거나 석사학위 이상 보유자들도 다수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뿐 아니라 대학 교직원 취업은 높은 경쟁률로 유명하다. 고려대의 경우 최근 3년간 매년 100 대 1 이상을 기록했고 한양대는 250 대 1이 넘기도 했다.

이처럼 젊은 구직자들 사이에서 대학 교직원의 인기가 높아진 이유는 직업의 안정성 때문이다. 서울대의 경우 초급 연봉이 약 3000만 원으로 대기업(4000만 원대 후반)의 60%에 불과하지만 공무원에 준하는 대우를 받고 정년도 60세까지 보장된다. 최근 불황 탓에 기업들이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서는 등 취업하고 바로 쫓겨나는 일도 생기자 구직자들이 보다 안정적인 교직원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안모 씨(32)는 “현재 대기업 건설회사에 다니고 있지만 건설경기가 워낙 좋지 않아 불안하다”며 “연봉은 절반 정도밖에 안 되지만 안정적으로 다닐 수 있는 교직원은 장점이 많다”고 말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최근 공채에 응시한 지원자들의 양과 질이 모두 높아졌다”며 “특히 취업이 힘든 인문계 구직자들의 스펙이 엄청나게 높다”고 설명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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