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디팩트] 고대 이집트선 약이자 건강기능식품 ‘양파’ … 국내엔 20세기 초 도입

입력 2016-01-12 18:01 수정 2017-01-10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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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급조절 실패로 양파값이 금값 … 대부분 9월에 파종해 이듬해 6월 수확

최근 양파값이 금값이다. 지난 8일 한국농수산유통공사(aT)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7일 기준 양파 ㎏당 평균가격이 2636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약 100% 급등한 것으로 전월보다 3.2% 올랐다. 양파값은 매년 널뛰기를 반복하고 있다. 수급조절에 실패하면서 가격이 진정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014년 양파 공급 과잉으로 파동이 일어났는데 지난해에는 흉작으로 양파 저온저장고 입고량이 평년보다 15% 줄어 약 55만6000t에 그쳤다. 올해 고가 거래가 예상되자 출고량도 24만4000t으로 평년보다 2% 감소했다.

양파는 재배 역사가 가장 오래된 식물 중 하나다. 백합과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으로 원산지는 서아시아 또는 지중해 연안으로 추정된다. 기원전 3000년경 고대 이집트 분묘 벽화에는 피라미드를 쌓는 노동자에게 마늘과 양파를 먹였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이집트 쿠퍼왕 피라미드 건설에는 약 10만명의 노동자가 3개월 교대로 20여년에 걸쳐 동원됐다. 2t이 넘는 돌 약 230만개를 운반했던 노동자들의 원기 충전에 양파가 쓰였다. 당시 양파는 약이자 건강기능식품이었다. 이집트 나일강 상류 지역에서 발견된 고문서에는 양파가 심장병, 두통, 찰과상 등 질병에 효능이 있다고 기록돼 있다. 인근 페르시아에서도 일종의 부적으로 사용하며 신성시했다.

양파의 학명은 Allium cepa다. Allium의 All은 켈트어의 ‘태운다’ 또는 ‘뜨겁다’는 뜻에서 나온 것으로 즙액이 눈을 강하게 자극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cepa는 켈트어로 ‘머리’라는 뜻의 cap에서 파생된 것이다. 영어인 onion은 라틴어의 unio(분리되지 않은 둥근 구슬 또는 커다란 진주)에서 유래됐다.

중국에서는 오랑캐(胡)에서 건너 온 ‘파’란 뜻으로 호총(胡蔥), 이슬람 파란 의미로 회회총(回回蔥), 서양에서 왔다고 양총(洋蔥) 등으로 부른다. 일본에서는 다마네기로 칭하며, 국내에서는 옥파 또는 둥근파로 부르다 서양에서 들어온 파라는 뜻의 양(洋)파로 명칭이 굳어졌다. 북한에서는 둥근파란 의미로 둥글파라고 한다.

국내에선 1906년 서울 뚝섬원예모범장에서 재배를 시작했다. 초기에는 미국이나 일본에서 개발된 품종이 도입됐다. 미국산은 대부분 고위도 지역에서 재배되는 봄뿌림 종으로 한국처럼 가을 재배에 맞지 않아 일본산이 주를 이뤘다.

경남 창녕군의 한 농민은 “양파는 일반적으로 9월에 파종해 11월에 정식하며 이듬해 6월에 수확한다”며 “국내에서 재배되는 품종은 일본산이 대부분으로 국내서 개량된 것은 20여종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그는 “재배 초기에는 조생종과 중만생종을 주로 재배했지만 최근에는 이와 관계없이 황색 계통의 구형에 가까운 개량종을 주로 키운다”고 설명했다.

양파는 크게 단양파와 매운양파로 구별된다. 한국산은 대부분 매운양파다. 매운양파는 동유럽에서 발달했다. 잎은 짙은 녹색으로 외피가 두껍다. 유럽에서 미국으로 건너가 개량됐다. 월동 재배(9월에 심어 6월에 수확)에 맞는 중생종이나 춘하 재배(초봄에 심어 늦여름에 수확)에 적절한 만생종이 대표적인 매운양파로 꼽힌다.
단양파는 생식용으로 일부 지역에서 재배되고 있다. 스페인, 이탈리아 등 남유럽계 품종이 대표적이다. 잎은 황록색으로 가늘고 길다. 외피는 얇고 저장력이 약하다. 주 품종으로는 ‘스위트 스패니쉬’, ‘옐로우 버뮤다’, ‘크리스탈 화이트 왁스’, ‘이탈리안 레드’, ‘얼리 그라노’ 등이 있다.

양파를 저장 목적으로 재배하려면 양분과 수분이 충분히 흡수되도록 물과 비료분을 오래 간직하는 진흙땅에서 서서히 재배해야 한다. 그래야 조직이 단단한 알뿌리가 된다. 반면 조생종은 빠른 시간에 성장시켜야 해 지온이 일찍부터 올라가는 사질양토의 흙지대에서 재배하는 게 좋다. 양파는 산성도가 높은 땅을 싫어해 사전에 토양검사로 재배지를 확인해야 한다. pH 농도가 6~7 사이가 돼야 장기간 양분이 공급되고 뿌리의 활력이 높으며 병해충에 대한 저항성이 강하다. 비가 자주 오면 내병성이 크게 떨어져 노균병(쭈꾸미병, 잎이 녹황색으로 변하는 증상)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국내 양파 주산지로는 경남 합천군·창녕군과 전남 무안군이 꼽힌다. 이 중 무안군에서 나오는 게 국내 생산량의 절반에 달한다. 강원도 고랭지 지역에서 봄뿌림 양파를 통해 틈새 시장을 공략했지만 해마다 점유율이 감소해 전체의 0.2%에 불과하다.

양파는 수분이 약 90%며 채소류 중 단백질이 많은 편에 속한다. 칼슘, 철, 인, 황 등이 풍부하고 비타민C는 10~20㎎ 가량 함유돼 있다. 양파 껍질을 벗기다보면 눈물이 나온다. 이는 유화아릴 성분이 원인으로 열을 가하면 대부분 기화한다. 하지만 일부분은 분해돼 설탕의 50배에 가까운 단맛을 내는 프로필메르캅탄으로 변한다. 조리를 하면 양파가 달게 느껴지는 이유다. 유화아릴은 비타민B의 흡수율을 높이고 위장기능을 강화한다. 몸이 차고 소화기관이 약한 사람이 양파를 먹으면 도움이 된다.

양파를 개에게 먹이면 용혈성 빈혈을 야기할 수 있다. 일부 동물시험에서 흰쥐나 토끼에게 양파추출물을 먹였더니 적혈구 수가 줄어드는 현상이 발견됐다. 투여량이 많을수록 저하현상이 강했다. 따라서 양파가 건강에 좋다고 해도 과다 섭취는 피하는 게 좋다. 전문가들은 양파를 한 번에 100g 이상 먹지 않기를 권장한다. 양파 자체가 식욕을 증가시키고 위장운동을 촉진해 체중이 많이 나가는 사람도 과량 섭취는 바람직하지 않다.

취재 = 정희원 엠디팩트 기자 md@mdfact.com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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